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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잘 먹고 잘 살기가 정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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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잘 먹고 잘 살기가 정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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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요즘은 하루 세끼를 참 잘도 먹는다. 코로나19 탓도 있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있는지라, 외식도 잘 하지 않는다. 평생 사느라 바빴기에, 이렇게 잘 먹은 적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때때로 자신에게 묻는다. “이렇게 잘 먹고 죽으면 자연사 아냐?”

아침엔 샐러드 한 접시에 식빵과 커피 한 잔으로 족하다. 샐러드에는 텃밭에서 키운 채소에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를 섞고, 살짝 구운 식빵 한 쪽에 달걀프라이와 치즈 한 장, 커피는 모카포트로 내려받는다. 점심엔 주로 한식메뉴를 선택해 밥이든 국수든 양껏 먹고, 녹차나 보이차를 즐긴다. 저녁엔 집에서 만든 플레인 요구르트에, 견과류, 블루베리, 바나나 등을 넣고, 떡이나 과일 한 조각을 가볍게 곁들인다.

이렇게 잘 먹는데도 뭔가 아쉬운 건가? 몇 가지 질문이 꼬리를 물고 올라온다. “이렇게 잘 먹는 것이 잘 사는 건가?” “삶의 목적은 무엇이고 목표는 무엇이지?” “목표가 없어도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어떻게 살아야 잘 눈감고 잘 죽을까?” 이제 질문들에 답해볼 차례다.

첫째, “이렇게 잘 먹는 것이 잘 사는 건가?” 예전처럼 삶이 팍팍하고 먹을 것이 부족할 때, 누구나 잘 먹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 생각했다. 빈 쌀독을 긁는 바가지가 집세를 독촉하는 노크보다 절박한 법. 먹는다는 것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서 그렇다. 굶었을 때 먹으면 살고, 못 먹으면 아프든가 죽는다. 물론 산다는 것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래도 삶에는 식욕과 같은 ‘욕구(need)’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면이 있다. “태워도~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 ‘욕망(desire)’이 추구하는 삶의 또 하나의 진솔한 모습이 있는 것이다. ‘빵만으로 살 수 없는’ 인간이기에, ”잘 먹는다고 잘 사는 것은 아니다“ 또는 ”못 먹는다고 못 사는 것도 아니다“라는 ‘부분부정’이 맞는 답이다.

둘째, “삶의 목적은 무엇이고 목표는 무엇이지?” 논문을 쓸 때 염두에 둬야하는 순차적인 항목들이 있다. 주제, 목적, 목표, 방법(방안), 결과, 토론, 결론, 문헌 등이 그것이다. 여기서 목적(purpose)과 목표(objective)는 잘 구별해야 한다. 집합의 개념으로 보면, 목표는 목적의 부분집합이 된다. 행복은 삶의 목적이지만, 다이어트는 목적이 아니라 목표다. 마찬가지로 잘 먹는 것도 삶의 목표이지 목적은 아니다. 만약 잘 먹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면, 이미 충분히 잘 먹는 필자는 더 이상 삶에서 이룰 게 없다. 부분집합인 삶의 목표가 전체집합인 삶의 목적을 압도하거나 훼손한다면 ‘꼬리가 개를 흔드는’ 셈이다. 언제 어디서든 삶의 목적이 행복임을 마음에 피드백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목표가 없어도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창세기 2장 2절 “그분께서는 하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이렛날에 쉬셨다.”를 보면, 창조주도 천지창조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 창세기 3장 19절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를 보면, 사람도 먹음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땀을 흘려야 한다. 일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이다. 그런데 우리는 목표를 목적이라 착각하듯, 방안을 목표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래서 ‘경제적 동물’이 되어 ‘저녁이 있는 삶’을 포기하는 것이다. 차라리 목표를 세우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굳이 다이어트라는 목표 없이도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넷째, “그럼 어떻게 살아야 잘 눈감고 잘 죽을까?” 물론 잘 먹는 것이 좋겠지만, 잘 먹으려 애쓰다보면 먹는 것도 일이 된다. 생명을 위해 먹는 것이 어째서 일인가? 고귀한 삶을 즐기지 못하고 어찌 일처럼 살겠는가? 똑같이 흙으로 돌아갈 삶인데, 기왕이면 즐기면서 땀 흘려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결론을 짓자. 잘 먹고 잘 살기가 정답은 아니다. 편안하게 즐기면서 행복하게 먹고 살기가 답다운 답이다. 답이 싱겁다고? 자연사를 원하는 그대여, 인생은 원래 짜거나 매운맛이 아니다.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