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19 08:31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 사람들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말이다. “그럼 무엇으로 살지?” 이 질문에 내 친구가 “사랑으로”라고 멋지게 답했다. “사랑으로?”라고 내가 되묻자, 그 친구는 의외로 동물 이야기를 꺼내면서 “어떤 사람이 개를 옥상에서 키웠어. 주인이 밥은 주지만, 개는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 개도 주인의 사랑이 있어야 행복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명답이었다. 한마디로 개도 밥만 먹고 살지 않고 사랑으로 산다는 말이다. 나는 집에서 강아지를 키운다. 서너 시간 외출할 때면 맛있는 간식을 장난감 안에 넣어, 재미있게 먹으면서 혼자 놀게 둔다. 내가 아는 상식으로 강아지는 시계를 볼 줄 모른다2023.03.22 09:10
두 달마다 머리 깎고 염색하러 거리가 좀 먼 머리방으로 다녔다. 이젠 염색할 필요가 없어 가까운 동네 머리방에 가기로 마음먹고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많은 머리방 가운데 가격과 거리가 적절한 곳을 선택한 다음 그 머리방으로 갔다. 아뿔싸! 가는 날이 장날! 머리방이 빵집으로 바뀌었다. 머리방 개업도 얼마 전인 것 같은데 너무 자주 바뀌는 것 아냐? 새삼스럽게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둥실 떠올랐다. 어쨌든 자타 공인 충성도가 높은 ‘이’ 고객이 계속 갈 수 있는 머리방, 지속 가능한 머리방을 찾아야 한다. 도대체 어떤 머리방이라야 지속 가능할까? 규모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머리방, 관리자의 나이가 너무 많2023.03.08 10:17
'마음이 그릇이다. 천지가 밥이다' 얼마 전 갑작스레 돌아가신 ‘방랑 식객’ 임지호 님의 책 제목이다. 그분의 레스토랑을 찾아 음식도 맛보고, 그분이 출연하는 TV 프로그램도 즐겨 보았는데… 안타까운 마음에 그분의 ‘밥철학’을 떠올리며 ‘밥하다 vs 철학하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요즘 요리사가 학생들의 희망 직업 상위에 오른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요리사는 고단하게 몸을 쓰는 직업이다. 사람들은 오랜 세월 몸보다 정신을 귀하게 여겨왔다. 심신 이원론의 영향도 있겠지만, 몸 노동보다 정신 노동을 선호한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렇다면 요리사의 ‘몸’보다 철학자의 ‘정신’이 더 귀한 것인2023.01.18 10:14
2017년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고 사람들 모두 안절부절 어쩔 줄 몰랐다. “여태까지 살충제가 들어있는 달걀을 먹었다는 건가? 도대체 달걀 자체를 먹어도 되는 건가? 어떤 게 해롭지 않은 달걀인가?” 달걀에 관한 모든 생각이 헷갈렸다. 그래도 다행히 문제가 해결되면서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처럼, 공장식 닭 사육에 대한 반성이 있었고 동물복지 달걀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음식윤리의 핵심원리 중 첫째 원리가 생명존중이다. 이때 존중받아야 할 생명은 사람의 생명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생명이다. 인간중심주의는 인간만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하는 반면, 비인간중심주의는 인간 이외의 존재도 가치2023.01.04 10:20
최근 동네에 정육점이 새로 문을 열었다. 젊은 정육점 주인이 늘 서서 고기를 다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나다니는 길목이라 그 모습이 친숙해질 무렵 아내와 함께 정육점에 들어가 고기를 조금 샀다. 아주 성실하고 최선을 다해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어, 기왕에 고기를 살 바에는 이 정육점에서 사기로 마음먹었다. 우리야 고기를 그다지 먹지 않는 편이라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젊은 정육점 주인이 성공하면 좋지 않겠는가. 그런데 정육점에서 파는 것이 바로 고기 아닌가? 소고기, 돼지고기와 같은 소위 적색육이 주 품목이다. “인류세 식단(Food in the Anthropocene), 지구 건강 밥상(The Planetary Health2022.10.12 10:57
사람은 공기와 물과 먹을거리가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공기와 물은 지구가 제공하지만, 먹을거리는 자연의 식물, 동물, 미생물 등의 다른 생명체가 제공한다. 따라서 사람은 자연의 다른 생명체와 공존해야 생존할 수 있다. 인류가 생존을 지속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다른 생명체와의 공존이 성공하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다. 이것이 바로 사람에게 먹을거리에 대한, 좋고 바른/생각과 태도(good and right/thinking and attitude), 즉 음식윤리가 꼭 필요한 이유이고, 음식윤리의 기본 마인드를 ‘인간중심주의’에서 ‘비인간중심주의’로 근원적으로 바꾸어야 할 이유다. 인간중심주의는 생태계 구성원 중에서 사람에게만2022.09.28 10:13
까를로 까레또가 쓴 『사막에서의 편지』를 읽으면, 까를로와 이슬람 아이 '압다라만'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압다라만이 울음을 터뜨렸다. "압다라만, 왜 울지?" "당신이 이슬람교도가 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 이슬람교도가 되지 않으면 다른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처럼 지옥에 가는 거에요. (…) 나는 당신을 지옥에 보내고 싶지 않아요." 여기서 우리는 압다라만이 지닌 가치 차별과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를 본다. 도대체 왜 아이에게까지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세상에는 익숙한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우리는 흔히 익숙한 것을 안전하게, 익숙하지 않은 것을 불안하게 느낀다. 학교에 입학할 때, 학년이 올라가면서 반이2022.07.27 10:38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TV를 통해 ‘역학, 역학조사, 예방의학’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런 용어들의 뜻은 EBS가 10여 년 전에 방영했던 [명의] “의학탐정, 최전선 임상의사”(2010. 8. 14)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EBS 방영 내용 중에 ‘고잔동 사건’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번 글에서는 그 사건을 환경과 음식을 중심으로, 음식윤리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1994년 인천광역시 고잔동에서 발생했던 이 사건은 살인사건이 아니라, 환경사건이다. A회사 공장은 1974년 11월 무렵부터 유리섬유를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규격별 절단 시 유리섬유 자투리가 생긴다. A회사는 이 유리섬유 폐기물을 공장마당에 야적하다가, 1984년 12022.06.15 08:47
매일 아침 양파, 버섯,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브로콜리, 올리브 등을 썰어서, 올리브유를 두른 프라이팬에 옮기고 이 순서로 볶는다. 여기에 잎채소를 몇 가지 썰어 올리고 삶은 달걀을 얹는다. 약간의 발사믹으로 맛을 돋운다. 원두커피를 내려 우유나 물을 타서 마신다. 잘 구운 통밀빵에 크림치즈나 잼, 혹은 오트밀에 꽈리고추‧멸치볶음을 곁들여 먹는다. 아침마다 이렇게 음식과 하나가 된다. "아아, 이렇게 먹고 죽으면 자연사야." 아침에 종종 하는 말이다. "이야말로 소확행이지." 후렴처럼 붙는 말이다. 은퇴했으니 출근에 쫓길 일도 없고, 설거지나 환기와 청소도 서두르지 않아 편안하다. 이제 더는 직장동료들과 경쟁하지 않아2022.06.01 10:30
푸드 네오포비아(food neophobia)는 새로운 음식을 (두려울 정도로) 싫어하는 것이지만, 푸드 네오필리아(food neophilia)는 새로운 음식을 (신날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다. 전자의 사람들은 해외여행 때 김, 멸치볶음, 고추장 등을 갖고 다니지만, 후자의 사람들은 새로운 음식을 탐해 배앓이를 하기도 한다. 글로벌 세상에서 각 나라의 에스닉 푸드(ethnic food)를 접할 기회가 많은 요즘, 푸드 네오포비아에 대한 관심이 크다. 푸드 네오포비아는 생후 6개월~5세의 아이들이 단 것을 좋아하고 신 것과 쓴 것을 싫어하는 편식과 관계가 깊지만, 여기서는 성인들의 푸드 네오포비아에 관심을 두고, 한국인이 해외에 나갔을 때나 외국인이 한국에2022.04.27 08:36
보신탕 문화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와 친구처럼 지냈고, 나이든 지금도 여전히 친구처럼 지낸다. 강아지는 만나자고 전화나 카톡으로 약속할 필요도 없고, 한 달 만에 만나도 오늘 처음 만난 듯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다. “이 세상에서 누가 나를 이처럼 한결같이 신실하게 대할까?” 그런데 강아지와 사람에게 비슷한 점이 많다는 사실에는 생각이 좀 복잡해진다. 가장 비슷한 점은 강아지와 사람이 둘 다 ‘이익’(interest)에 민감하다는 사실이다. 늘 이익에 관심을 두고 이익을 추구한다. A가 B보다 더 큰 이익을 주면 A를 B보다 ‘더 좋아’(like better)한다, 즉 ‘선호’(prefer)하는 것이다. 사람의 경우 회사2022.04.06 08:22
매일 아침 양파, 버섯,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브로콜리, 올리브 등을 썰어서, 올리브유를 두른 프라이팬에 옮기고 이 순서로 볶는다. 여기에 잎채소를 몇 가지 썰어 올리고 삶은 달걀을 얹는다. 약간의 발사믹으로 맛을 돋운다. 원두커피를 내려 우유나 물을 타서 마신다. 잘 구운 통밀빵에 크림치즈나 잼, 혹은 오트밀에 꽈리고추‧멸치볶음을 곁들여 먹는다.아침마다 이렇게 음식과 하나가 된다. “아아, 이렇게 먹고 죽으면 자연사야.” 아침에 종종 하는 말이다. “이야말로 소확행이지.” 후렴처럼 붙는 말이다. 은퇴했으니 출근에 쫓길 일도 없고, 설거지나 환기와 청소도 서두르지 않아 편안하다. 이제 더는 직장동료들과 경쟁하지 않아도2022.03.09 10:33
몇 해 전 부모님 묘를 개장했다. 땅 밑이 어떤 상태인지 몰라 걱정했는데, 육탈(肉脫)이 잘 된 뼈를 수습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좀 더 크고 굵은 아버지의 뼈와 좀 더 작고 가는 어머니의 뼈를 보면서, 문득 “부모님 살은 어디로 갔을까?”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물론 자연으로 돌아갔겠지만, 부모님 살아생전에 "밥 달라, 돈 달라" 할 때마다 살을 조금씩 조금씩 떼어주신 건 아니었을까? 회한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이찬범 화가의 시 '어머니'를 읽어보자. 『어머니』 이찬범 화가. “밥 부뚜막에서 밥 짓는 어머니는/ 연기가 맵다며 항상 우셨다./ 그 눈물은 자식을 배 불리는 안도의 눈물이었고/ 배곯지 않게 해야 하는/ 고2021.12.08 10:54
요즘 ‘오징어 게임’ 드라마의 영향으로 K-푸드와 오징어 먹물을 넣은 ‘블랙푸드’의 인기가 크게 오르고, 오징어에 대한 세인의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그런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오징어 이름이 ‘까마귀 잡아먹는 도둑 물고기’에서 유래됐다는 부정적인 언급이 많이 등장한다. 만약 오징어가 사람이라면 명예훼손이라고 언성을 높일 법하다. 명예훼손이란 이름이나 사회적 지위 등에 손해를 입히는 것이고,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사실 또는 허위 사실을 공공연하게 언급하는 행위니 말이다. 그동안 군소리 없이 한국 사람의 밥상에 오른 오징어 입장에 서보자. 돈 없고 죄 없는 오징어의 변호인처럼. 단초는 영화로도 유명해2021.10.27 10:29
대부분의 나라에서 소고기는 돼지고기나 닭고기보다 인기가 높다. 그래서 소고기를 더 많이 더 빨리 얻으려고, 소의 사료에 육골분(meat and bone meal, 이하 MBM)을 넣었다. 소해면상뇌증(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이하 BSE), 일명 광우병(mad cow disease)은 탐욕에서 유래했다. BSE는 우리나라에서 제2종 가축전염병으로 관리한다. 프리온(prion) 질병인 전염성해면상뇌증(transmissible spongiform encephalopathy, TSE) 가운데 소가 걸리면 BSE고, 양이 걸리면 스크래피(scrapie)다. 이 병에 걸린 소나 양은 뇌 속에 미세한 구멍이 생겨 결국 죽는다. 영국은 BSE 최초 발생국이자, 최다 발생국이다. 1980년대 초반 스크래피에 걸1
임영웅, '2023전국투어 콘서트' 고양 추가2
삼성전자, '갤럭시 S23 FE' 출시…출고가 84만7000원3
뉴욕증시 비트코인 다이먼의 저주4
뉴욕증시 · 비트코인 "덜커덩" ADP 고용보고서 "경기침체" 국채금리 국제유가 "급락"5
'행동주의 투자자' 팔리저, 삼성물산에 지배구조 개선 등 변화 요구6
교육부, 수능 과목별 성적 분석…“상위권 어려웠다”7
'리콜' 삼성 세탁기, 차고서 폭발 장면 카메라에 포착8
뉴욕증시 구글 알파벳 폭발 " 제미나이(Gemini) 챗GPT 압도"9
국제유가 돌연 "급락" 푸틴 사우디 긴급 방문… 뉴욕증시 OPEC+ 대체 무슨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