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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암탉에 관한 이지적 관찰…양한비 안무의 '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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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암탉에 관한 이지적 관찰…양한비 안무의 '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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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비 안무의 '닭장'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주최, 두리춤터(예술감독 임학선, 총연출 강낙현) 주관의 2020 신진국악실험무대 ‘청춘대로 덩더쿵!’에 초대된 양한비 안무의 <닭장> 공연이 10월 9일(금) 저녁 7시 30분, 10일(토) 저녁 6시, 이틀간 두 차례 방배동 두리춤터 포이어 극장에서 있었다. ‘청춘대로 덩더쿵!’은 전통 재해석에 남다른 재주가 있는 도전적 춤에 매진하면서 차세대 한국공연예술을 이끌어갈 인재 발굴·육성 프로그램이다.

2015년부터 시작된 ‘청춘대로 덩더쿵!’은 이번이 다섯 번째이다. 주목할 신진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전통에 기반한 새로운 시각으로 춤을 재발견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창조를 도모하며, 약 다섯 달 동안 우수한 작가들의 창작을 다각적으로 지지하는 프로그램이다. 김도은-상자루(남정훈), 양한비-목기린(박준형), 박철순-조봉국, 류일훈-안태원, 유효정-박한결과의 안무가-음악가 조합은 춤 속에 음악이 용해되는 놀라운 조화로써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도출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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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비 안무의 '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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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비 안무의 '닭장'

안무가 양한비는 출산하는 부인을 보고 더 이상 여자가 아닌 짐승처럼 느껴진다는 어느 남자의 글을 읽고 충격을 받는다. 이것을 모티브로 삼아 여성과 암탉을 동일시하고 춤을 전개한다. 그녀의 안무 노트에는 여성의 출산, 주변의 화평을 위해 여성의 조신(操身)과 침묵을 강요하는 언행과 태도에 관한 자료들이 축적된다. 세상에는 출산을 두고 아름답게 칭송하는 무리와 출산 과정에서 나는 피 냄새와 고통, 동물적인 출산이라는 상반된 입장이 존재한다.

안무가는 ‘좋은 시절 다 갔다.’ ‘여자는 애 낳으면 끝이야. 지금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해.’, ‘애 낳아봐라. 지금처럼 살 수 있나’라는 말을 들으면서 여자가 애 낳는 기계처럼 느껴졌다 한다. 임신 후 겪는 다양한 몸의 변화에 대해서도 듣고, 이런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낸다. 닭장은 이런저런 이유로 집에 갇힌 여성을 뜻하는 말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이 층 통로에 걸터앉은 무용수 양한비, 양세인, 윤민정, 허미소는 홰에 걸터앉아 있는 닭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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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비 안무의 '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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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비 안무의 '닭장'

<닭장>은 도입부를 포함하여 1장: 전통혼례, 2장: 알 낳는 기계, 3장: 금기- 여성성과 남성성, 4장: 하지 못한 말, 5장: 출산, 6장: 꼬끼오에 이르는 6개의 장(場)으로 구성된다. 이 작품은 혁명적 요구, 적대적 편 가르기, 지나친 요구나 주장을 담지 않는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게끔 설명조에 가까운 움직임을 냉소적으로 보여준다. 냉엄한 현실에 놓인 여성의 위치를 보여주고 있어서 코믹성이 다분하지만 웃을 수 없다. 사회·고발적 요소가 강하다.

안무가의 주제 선정과 방식, 음악감독의 작곡 취향은 전통과 조화를 이룬다. 라이브 전통 음악을 바탕으로 깔고 무용 동작이 바로 이루어진다. 전통악기 피리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면서 무용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을 취한 연주팀은 생황을 잠시 쓰였지만, 피리가 음악의 주를 이룬다. 피리를 사용한 창작곡이 드문 가운데 좀 더 친근하게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조명은 무용수의 움직임과 구도, 장면별 분위기에 맞추어 디자인되어있고, 장면별 중점 포인트에 맞추어져 있다. 의상은 되도록 닭의 이미지와 순결을 의미하는 흰색을 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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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비 안무의 '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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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비 안무의 '닭장'

<닭장>의 장면별 구성은 다음과 같다. 1장: 전통혼례; 전통적 장면 속, 반전을 의도한다. 결혼식의 여성은 순결, 아름다움 등을 보여준다. 이야기 조성을 위해 전통혼례 속 고개를 숙인 여성이 고개를 드는 순간 꼬끼오 소리와 함께 암전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2장: 알 낳는 기계; 폐백닭은 다산의 의미가 있다. 안무가는 그 닭의 이미지를 벗어난 여자를 상상한다. 3장: 금기-여성성과 남성성; 여자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단아하고 참아내는 여성의 동작에 이은 총소리, 사냥의 이미지 속에 두 명의 여성 무용수가 마임 같은 움직임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스포트 안의 무용수는 예견된 몸짓을 반복하고, 밖의 무용수는 표적이 된다. 그것을 사냥하면서 사냥당하기도 한다. 여성의 남성적 태도는 하나씩 탈락한다. 4장: 하지 못한 말; 한 명의 무용수만 남아 문 앞에 서 있다. 지하철 소리가 나며 성추행 이야기가 전개된다.

5장: 출산; 여성의 산고(産苦), 산후 우울증, 소중한 아이라는 존재 등 다양한 이미지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수많은 일을 감당해야 하는 여성들의 몫을 상징하는 계란판에 한 아름 달걀이 담긴다. 6장: 꼬끼오; 젊은 여성들의 의지가 담긴 장이다. 꽃 울타리의 이름은 ‘아름다움’이다. 꽃 같아야 하는 여성의 모습들, 울타리 안에 갇혀 울타리 밖에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다. 계란판을 깨면서 도식적 일상을 깨고 싶다는 의지가 표현된다. 출산 이후 여성은 용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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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비 안무의 '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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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비 안무의 '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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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비 안무가

<닭장>은 한국식 페미니즘에 대한 옹호와 건강한 여성성을 보여준다. 안무가 양한비는 현실 직시를 통한 은근한 설득과 여성성에 대한 세심한 관찰기를 발표한다. 양한비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안무 방식 중 하나는 3장과 4장과 같은 ‘스코어’이다. 개념상 공통분모가 되는 단어나 용어를 찾아 짝을 짓고 각 문장을 종이에 적어 분배한 뒤, 그 순서에 맞추어 안무하는 방식이다. 안무가 양한비는 성균관대 무용과와 동 대학 석사과정을 수료한 신예이다. 국립국악학교 강사이며, 제46회 동아무용콩쿠르 일반부 창작 여자 은상과 2018 Spain ACT Festival 그랑프리를 수상한 장래가 촉망되는 안무가이다. <닭장>은 뛰어난 독창성과 주제에 집중하는 놀라운 재능을 보여준 한국창작무용이었다. 목기린의 작곡과 연주는 아름다운 조화를 보여주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