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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이상(理想)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두려움…류일훈 안무의 나비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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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이상(理想)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두려움…류일훈 안무의 나비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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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일훈 안무의 '나비무덤'.
10월 13일(화), 10월 14일(수) 저녁 7시 30분, 두리춤터 포이어 극장에서 ‘청춘대로 덩더쿵’프로젝트에 초청된 류일훈 안무의 <나비무덤>이 공연되었다. <나비무덤>의 주제는 고귀한 이상(理想)의 실현이다. 인간은 누구나 한 번쯤 가장 완벽한 상태의 ‘이상(理想)’에 대해 고민하면서 유토피아의 성에 도달하려 한다. 이상을 마주하고서 순수한 마음으로 좇아간다. 소유하고 품고 싶은 이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점점 많은 것들이 필요했고, 쌓이고 쌓여갔다. <나비무덤>은 가장 완벽한 상태의 이상에 도달하기 위해 쌓여가는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표현한다.

<나비무덤>에서 안무가는 나비를 이상의 상징으로 삼고, 자신의 이상을 전개한다. 나비는 여성으로 환치되고 사내는 몽유병 같은 꿈에 젖는다. 그의 시적 사유는 불국사의 해돋이를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신라인의 마음을 떠올린다. 나비는 동경의 대상에서 소유의 대상으로 바뀌고 현실적 문제에 봉착한다. 시간은 성숙과 초조감을 동시에 부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은 증폭되고 나비는 멀어져 간다. 나비와 하나 되면 특별할 것 같다는 마음이 초래한 별리(別離), 꼽히는 사람이 되려면 나비가 더 필요하고, 사내는 나비를 구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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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일훈 안무의 '나비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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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일훈 안무의 '나비무덤'.

사내는 순수의 나비를 잃어버리고 나서, 더 크고 새로운 이상을 위해 숱한 나비를 쌓아 올렸고 아직 그 꿈을 좇아가고 있다. 그러는 사이 힘들고 두렵고 무서운 자신의 진짜 이상을 알게 된다. 오픈 조명에서 나비를 계속하여 접고 있는 사내, 무용수들의 역할을 잘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조명이 뒤따른다. 나비를 모으는 무용수들과 나비를 차갑게 응시하는 무용수들의 공간은 분리된다. 풋·길 조명은 사내와 무덤을 연결한다. 나비를 모았던 아이들은 승무의 타령, 자진타령, 자진모리장단에 이상을 즐기는 움직임 때문에 코믹하고 즐거운 모습으로 표현된다.

움직임, 네 명의 무용수들이 공놀이할 때 같은 이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다른 이상을 바라보는 안무 구성으로 그 신은 차별화된다. 이외 두 명의 무용수들의 콘택트는 외부의 불안정함과 두려움의 존재이다. 이상을 차갑게 바라보는 질감으로 네 명의 무용수들과는 다르게 나비를 던지고, 발로 차고, 표준인 호흡의 움직임이 안무된다. 군무에서 장단과 가락이 고조되고 소리가 풍성해지면서 점점 밝은 조명이 되고, 마지막 북을 매고 들어오는 신에서 화려한 북을 가리기 위해 조명을 배경 막에 가까운 업스테이지에서 다운스테이지로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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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일훈 안무의 '나비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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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일훈 안무의 '나비무덤'.

음악은 승무의 장단을 사용한다. 승무는 염불, 도드리, 타령, 자진타령, 굿거리, 북 자진모리, 휘모리 7개의 장단으로 구성된다. 처음 여인의 울음소리와 함께 꿈속을 상상하게 하는 파스텔 색조의 음악이 들리고 아쟁의 우는 소리는 여인의 울음소리가 끝날 때 이어진다. 굿거리장단을 맨 처음 넣은 이유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장단이기도 하며 안무자가 처음 무용을 배울 때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춤을 췄기 때문이다. 춤이 운을 띤 뒤, 그 후반부에서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강조되고 무거운 분위기 위주의 음악과 효과음이 움직임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이후 염불장단에 처음 이상을 만나 염불로 춤을 춘다. 순서대로 도드리장단, 타령, 자진타령, 자진모리의 군무가 진행되고 마지막 북을 들고 다시 자진모리로 받아 휘모리로 극이 마무리된다.

의상, 처음 울부짖는 여인의 의상은 고깔을 씌우고 승무 치마저고리 디자인을 따서 기성복처럼 제작했다. 하지만 극 중에서 너무나도 승무를 상징하는 모습으로 비춰서 기성복 검정 드레스로 정해졌고, 노란 나비 무덤에 노란 장삼이 사용된다. 다른 여섯 명의 무용수들도 검정 기성복 와이셔츠와 바지를 선택, 전체적으로 작품과 음악 톤이 강한 전통의 색채로 작품의 색채가 치우치지 않게 현대적인 의상을 선택했고 무용수의 움직임도 와이드가 크고 플로어가 많아서 움직임을 고려해 치마보다 바지가 선택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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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일훈 안무의 '나비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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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일훈 안무의 '나비무덤'.

안무가 류일훈은 경희대 무용학과 및 동 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제14회 온나라전통춤경연대회 신인부국무총리상, 제54회 전국신인무용콩쿠르 은상, 제44회 전주대사습놀이 무용부 참방, <0.1+0.9=>를 안무한 주목할 예술가이다. 음악감독 안태원은 중앙대 졸업 및 동 대학원 석사 수료, 경기도무형문화재 제56호 경기고깔소고춤 전수자로서 연희컴퍼니 ‘유희’ 동인이다. 류일훈은 권미정, 안지현, 윤나영, 김나경, 이주연, 김주희, 선효정을 춤꾼으로 삼았고, 안태원(타악)은 김유나(아쟁), 도경한(타악), 오영빈(피리, 건반)을 예술적 도반으로 삼았다.

<나비무덤>은 안무자가 주제에 집중하는 미학적 성취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자신을 썩여 주변을 아름답게 만드는 이타적 행위는 자신을 버림으로써 가능하다. 이상의 실현은 무수한 자신을 버림으로써 거름이 되고 무덤이 된다. 한국창작 무용의 컨템포러리적 확장은 철학적 상상이 필연적으로 따른다. 깊이감을 더해주는 사운드가 창작 공간을 넓히며, 작품의 인상적 독창성을 부각시킨다. 촘촘히 짠 구성에도 불구하고, 옅은 빈틈은 발전 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