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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초상', 여인을 동정하다…'호연환생'展에 걸린 박찬상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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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초상', 여인을 동정하다…'호연환생'展에 걸린 박찬상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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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문화원 프로젝트는 사유를 즐기는 작가 무리에게 김호연재의 244수의 한시와 동춘당 고택을 보여주면서 작가의 삶을 떠올리게 했다. 10월 10일부터 25일까지 10인의 미술작가(박찬상, 강현욱, 김호민, 박석신, 성태훈, 송 인, 이동환, 이상원, 이여운, 황인란)는 자신들이 상상하는 조선의 여류시인 김호연재의 삶과 시를 원재료로 삼아 예작(藝作)을 빚어냈다. 홍성 오두리 출생인 그녀는 집안의 피를 물려받아 유년기부터 문학적 소양을 갖춘 듯하다.

마흔하나에 타계한 호연재의 시(詩)는 그녀가 마음을 안정시키며 타인과 소통하고 온정을 나누는 도구였다. 가부장적 남성 중심 시대에 여인이 글월을 즐기고 창작을 했다는 것은 가문의 격과 품위를 가늠케 한다. 시인이 생활하고 시를 썼던 곳은 당대 사대부들의 위엄을 느끼게 하는 살짝 언덕진 곳에 터를 잡고 있다. 박찬상이 김호연재의 과거와 상상으로 대면하고, 예(禮)로써 올린 제목은 ‘시인의 초상’, 그의 그림 속에는 숱한 에피소드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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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재의 시는 조선조의 고리타분한 현실을 비켜나 답답함을 삭히는 도구이자 의지의 표상이었다. 작가 박찬상의 상상은 확장된다. “자신의 내면을 펼쳐볼 꿈도 꾸지 못했을 시대의 여성, 김호연재는 유교적 통념이 지배하던 시대 상황 속에서 시를 통해 자신을 표현해내는 혁명적 욕망을 소지하고 있었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당대 여성에게 시는 무용과 음악과 다름없는 리듬 예술의 정점에 있는 예술 행위였고, 시서화(詩書畵)는 분리될 수 없었다.
호연재의 내적 사유를 좇아가는 작가 박찬상은 호연재가 되어 우선 불평등 구조를 느낀다. 당대의 젊은 양반들의 허세인 ‘유랑’을 떠나 객지를 떠도는 남편, 집안 걱정, 뜻대로 되지 않는 후손 생산도 고민해본다. 옛 시인과 화가의 현재적 삶의 교차점과 공통부분을 찾아내고, 시대가 다르고, 생물학적 성이 다르지만 비슷한 갈등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공감대를 느낀다. 그림은 호연재의 좌뇌와 우뇌 사이에 갓의 지엄함과 여성으로서의 욕망을 공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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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연재의 시와 사연을 재해석한 작가 박찬상의 「김호연재 되어 보기」에 걸친 ‘시인의 초상’은 이미지화되어 하나의 ‘얼굴’로 탄생 된다. 이 얼굴 형상은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여 하나의 작품으로 연출된다. 빛, 그림자, 금속판을 사용한 얼굴이라는 실재와 그 실재를 복제한 그림자로서의 허상이다. 작가는 관람객들이 이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느끼도록 의도한다. 박찬상의 작품은 구상․비구상의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오부제로 고정관념을 깬다.

김호연재의 삶은 여러 가지 정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인간 내면의 감정과 심정은 모방할 수 없고 규정할 수 없다. 규정할수록 실재와 점점 멀어지며 왜곡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실과 사건에 집중할수록 왜곡 현상은 두드러진다. 작가는 이해의 불확실성을 표현한다. 시대적 한계상황 속에서 여성으로서 그녀가 겪었을 삶의 노고들, 시를 통해 나타난 그녀의 예술혼 이런 것들을 우리는 실재 그대로 알고 규정짓기에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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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찬상은 ‘예술은 근원과 실재의 무한 복제’처럼 생각하고 재해석의 가능성을 터 둔다. 작가 자신은 끼리끼리의 그물망이 거대한 ‘갓’처럼 짜인 현실에서 조선과 여류 시인을 발견한다. 그녀의 이른 타계는 어쩌면 시대가 주범으로 기능한다는 결론을 낳는다. 그의 단독 전시회인 줄 알았다가 동지적 열 작가의 공동전시회인 줄 알고 기대감은 더욱 고조되었다. 심미안과 철학적 사유를 창출한 전시회는 타조알처럼 견고한 작가에 대한 믿음을 주었다.


장석용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