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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싱크탱크 "한국, 포스트코로나 '중견국 리더십' 발휘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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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싱크탱크 "한국, 포스트코로나 '중견국 리더십' 발휘할 때"

신남방정책 발전방향 국제세미나서 "글로벌공공재 공급 파워 美약화, 中불안, 미들파워 역할 필요"
아세안·인도 주한대사들 "신남방정책 높게 평가, 2.0 업그레이드 요구...보건의료·녹색개발 코로나 협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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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서울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신남방정책의 발전 방향' 국제세미나에서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과 주한 아세안 회원국 대사, 주한 인도 대사가 라운드테이블 토론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펭에란 하자 누리야 펭에란 하지 유소프 주한 브루나이 대사, 롱 디망쉬 주한 캄보디아 대사, 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주한 인도 대사, 우마르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티엥 부파 주한 라오스 대사, 김흥종 원장, 아쉬리 무다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 크리스티안 헤수스 주한 필리핀 대사대리, 에릭 테오 주한 싱가포르 대사, 룸마니 카나누락 주한 태국 대사, 쩐 쯔엉 뚜이 주한 베트남 차석대사, 여한구 신남방신북방비서관. 사진=김철훈 기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국제사회에서 한국과 같은 '중견국(Middle Power)의 유연한 리더십'을 강조한 해외 싱크탱크의 조언이 눈길을 끌고 있다.

아울러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하 아세안)과 인도 등 '신남방 국가' 간 코로나19 공동대응을 위해 한국 정부의 신남방정책(NSP:New Southern Policy)을 한 단계 진화(업그레이드)시킬 필요가 있으며, 한국 그린뉴딜 정책도 신남방 국가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같은 한국의 중견국 리더십 역할론과 신남방정책 업그레이드 조언은 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서울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시대 신남방정책의 발전 방향'이란 주제의 국제 온라인 세미나(webinar) 참석자들의 주제발표와 토론에서 나왔다.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관의 이날 세미나는 지난 2017년 11월 공표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의 성과를 중간평가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신남방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대사 공석 등으로 불참하거나 대사대리가 참석한 미얀마, 필리핀, 베트남 등 세 나라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아세안 7개국의 주한 대사들과 주한 인도 대사 등 8개국 외교관이 참석해 소속국의 현지에서 바라보는 한국 신남방정책에 대한 평가와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높은 관심도를 보여주었다.

이날 세미나에서 주한 신남방국가 대사들은 한국 정부의 신남방정책 천명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코로나19로 교류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신남방정책의 위상을 더욱 격상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마르 하디(H.E. Umar hadi)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는 "신남방정책 천명으로 형성된 모멘텀(추진력)을 활용해 공중보건, 식량확보, 녹색개발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하디 대사는 "스마트시티, 친환경자동차, 저탄소기술 등 분야에서 한국의 '녹색 정책'을 존중한다"고 말해 코로나19 공조는 물론 한국의 '그린뉴딜' 정책에도 인도네시아 정부가 적극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스리프리야 란가나탄(H.E. Ms. Sripriya Ranganathan) 주한 인도 대사도 "한국의 신남방 정책은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인도 정부의 '신동방 정책'과 매우 잘 부합한다"고 언급한 뒤 "인도 젊은세대 사이에 한국어 사랑은 남다르다. 이들이 성장하면 한-인도 간 인적교류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티엥 부파(H.E. Thieng Boupha) 주한 라오스 대사는 한국과 기업투자, 방문, 교류를 지속하고 싶다는 경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파 대사는 "신남방정책과 지난해 문 대통령의 라오스 방문 이후 양국 간 농업, 교육, 과학기술 분야에서 많은 협약(MOU)이 체결됐지만, 코로나19로 실제 이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 이후 속도감 있는 양국간 실질 교류를 희망했다.

이밖에 에릭 테오(H.E. Eric Teo) 주한 싱가포르 대사는 "한국과 싱가포르는 지난달 4일 (코로나19 상황에서 공무나 비즈니스를 위해 두 나라 간 상호입국을 허용하는 여행제한 완화 조치인) '상호 그린 레인(RGL)' 협정을 맺었다"고 소개하며 "앞으로 아세안 회원국 전체로 이 협정이 확대돼야 한다"고 한-아세안 간 인적교류 강화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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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서울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신남방정책의 발전 방향' 국제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아쉬리 무다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 우마르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펭에란 하자 누리야 펭에란 하지 유소프 주한 브루나이 대사, 롱 디망쉬 주한 캄보디아 대사, 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주한 인도 대사, 에릭 테오 주한 싱가포르 대사, 롬마니 카나누락 주한 태국 대사, 여한구 신남방신북방비서관, (뒷줄 오른쪽부터)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크리스티안 헤수스 주한 필리핀 대사대리, 길홍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박복영 신남방정책특별위원장, 티엥 부파 주한 라오스 대사, 김현철 서울대 교수, 김이교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장, 쩐 쯔엉 뚜이 주한 베트남 차석대사. 사진=김철훈 기자

아세안 주한대사들의 평가와 제안에 이어 한국과 신남방 국가의 주요 싱크탱크와 학계의 전문가 발표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지역 다자외교 무대에서 한국이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의료보건·디지털·글로벌가치사슬(GVC) 등 분야별 협력 방안이 제시됐다.

필립스 버몬트 인도네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전통적으로 미국은 ‘글로벌 공공재 공급자’ 역할을 했으나 현재는 그 역할이 약화됐고, 중국은 아직 ‘국제 공공재 공급자’ 역할을 맡기에 갈 길이 멀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쟁보다는 협력이 기본관계가 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버몬트 소장은 "이같은 상황에서 강대국이 주도하면 경쟁국이 위협을 느낄 수 있는 만큼, 한국·인도 등 '중견국(미들 파워)'이 유연한 협력관계 형성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중견국 리더십'을 제안해 주목받았다.

의료보건 분야의 협력방안을 발표한 윤상철 연세대 의대 교수는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이후 의료진이 코로나19 응급진료에 투입되는 바람에 코로나19 감염의 직접 사망보다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가 필수 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더 늘어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개발도상국에서는 화상진료 등 의료보건 분야 ICT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이미 널리 보급돼 있는 스마트폰이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윤 교수는 "자궁경부암 등 질환의 경우, 에티오피아 등 개도국 현지에서는 삼성전자 갤럭시S20 스마트폰으로 찍은 환자의 환부 사진이 2000만 원 상당의 고가 의료기기와 동등한 판독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하며 "아세안 국가와 인도는 이미 한국 못지 않게 LTE 기반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만큼 이를 의료보건 ICT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박복영 신남방정책특위 위원장은 "코로나19가 향후 정책 방향 설정을 위한 새로운 계기가 됐다"면서 "코로나19 방역 등 보건의료 협력 강화, 포용적 성장, 글로벌 공급망(GVC) 재편,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등을 골자로 하는 신남방정책의 업그레이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사를 주관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흥종 원장은 축사에서 "이번 세미나가 신남방정책의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는 모멘텀이 되길 희망한다"며 "코로나19 확산이 초래한 GVC 개편, 디지털 전환 가속화, 비(非)전통 인간안보에 관심 고조 등 경제·사회·정책 분야의 환경 변화가 반영된 고도화 방안을 마련해 신남방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남방정책특위 관계자는 "오는 11월 한국-아세안 온라인 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며, 이 행사에서 우리 정부는 신남방정책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혀 정부가 신남방정책의 실질적 성과 도출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