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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서민 ‘전세살이’ 유도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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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서민 ‘전세살이’ 유도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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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얼마 전, 국토교통부의 만화 때문에 네티즌이 시끄러웠다. ‘엄마아빠 신혼 때는 6개월마다 이사를 다녔다고? 90년대생은 모르는 그때 그 시절’이라는 만화다.

만화에서 딸이 이삿짐을 싸다가 엄마에게 하소연한다. “이사 두 번했다가는 쓰러지겠다.”

그러자 엄마는 “엄살은. 우리 신혼 때는 6개월마다 이사 다녔다”고 대답한다는 만화다. ‘임대차 3법’으로 세상이 좋아졌다는 만화다.

그러나 정책은 국민에게 ‘전세살이’를 하도록 만들고 있다. 국토교통부 만화의 주장대로라면, ‘90년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주택연금제도’ 덕분이다.

알다시피, 주택연금은 서민들이 늘그막에 집을 담보로 잡히고 평생 연금을 받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2007년에 이 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정부는 이 주택연금의 가입 조건을 계속 완화하고 있다. 가입연령을 ‘늘그막’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른 듯싶은 55세 이상으로 낮추더니, 가입대상 주택도 ‘공시가격 9억 원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는 발표다.

가입 조건을 완화하는 이유는 쉽다. ‘국민 정서’와는 맞지 않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손바닥만 한 집’이라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국민 정서다.

지난 2015년 주택금융공사 조사에 따르면, 60∼84세 주택보유자 3000명 가운데 13.5%만 주택연금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자식에게 집을 상속하겠다는 응답자 중에서는 고작 7.5%만 주택연금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 바람에 가입 실적이 신통치 못했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주택연금 명예홍보대사’를 모집하고, 연금을 조금 많이 주는 ‘우대형 주택연금’을 도입하기도 했다. ‘내 집 연금 3종 세트’라는 제도를 내놓기도 했다. 주택연금 가입자를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다.

애당초, 주택연금은 ‘집 있는 자’에게만 해당되는 정책이다. ‘내 집’을 담보로 잡혀야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 없는 자’는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할 수 없는 제도가 주택연금인 것이다.

지난 6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자가보유율’은 61.2%라고 했다. 그렇다면, ‘내 집’이 없는 40%가량의 국민에게 주택연금은 ‘남의 제도’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주택연금 가입 조건을 완화하고 있다. 그러면 ‘자가보유율’은 계속 떨어지게 될 것이다. ‘내 집’이 사라진 국민은 정부의 만화처럼 이삿짐을 꾸리며 전세살이를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주택연금 제도는 마치 ‘내 집’을 빨리 없애라는 정책이 되고 있다.

물론, ‘내 집’을 마련해서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는 있다. 하지만, 불가능이다. 치솟는 집값 때문이다.

‘사람인’이 지난 15일 성인남녀 25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가 주택 거주자를 제외한 응답자 1991명 가운데 51.4%가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능하다고 밝힌 응답자 967명은 내 집 마련하는데 평균 10.3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국민의 힘 김상훈 의원이 한국감정원의 자료를 분석했더니, 현 정부 출범 이후 서울에서 매매가 6억 이하 아파트가 절반 이상 사라진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6억 이하 아파트의 비율이 2017년 5월에는 67.3%였는데, 올해 6월에는 29.4%로 ‘급감’했다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8년을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도 있었다. 수도권에서는 아예 ‘내 집’ 마련이 글렀다는 소식이었다. 오죽했으면 30대 젊은이들이 이른바 ‘영끌 대출’로 내 집을 마련해보려고 안간힘들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