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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협약 연계’ 노조법 개정안에 경영계 “기업 다 죽일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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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협약 연계’ 노조법 개정안에 경영계 “기업 다 죽일 건가”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하는 정부·여당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삭제하고
실업자·해고자도 기업별 노조 가입 허용
경총 토론회서 '기업 방어권 상실' 성토
"코로나로 힘든데 노무 부담까지 주나"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근부회장이 23일 열린 '선진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사진=경총이미지 확대보기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근부회장이 23일 열린 '선진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사진=경총
정부·여당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연계해 추진하는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놓고 경영계와 학계에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근부회장은 23일 열린 '선진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우리 기업은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를 탈피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최악의 경제위기까지 겪으며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김 부회장은 "ILO 핵심협약 관련 노조법 개정 등 노동 관련 이슈로 인해 외적 부담이 가중되며 기업 존립 자체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걱정이 크다"라며 노조법 개정안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ILO 핵심협약은 ILO 회원국이 맺은 노동권 보장 협약 가운데 △결사의 자유(제87·98호) △강제노동 금지(제29·105호) △아동노동 금지(제138·182호) △균등대우(제100·111호) 8개를 일컫는다.

우리나라는 이들 중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 금지에 해당하는 4개 조항을 비준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7월 국무회의를 통해 29호, 87호, 98호 비준안을 의결했다. 이들 3개 협약을 비준하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얻는다.

그간 법조계에서는 ILO 핵심협약 비준이 먼저냐, 그에 맞게 국내법을 고치는 게 먼저냐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정부는 협약 비준에 맞춰 노조법 개정을 함께 진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조법 개정안 주요 내용은 실업자와 해고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하도록 허용하고 공무원 노조 가입 범위 제한을 폐지하는 것이다. 또 퇴직 교원과 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노조 전임자에게 사용자(기업)가 급여를 주지 못하게 한 규정도 삭제한다.

이와 관련해 김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대립적이고 갈등적인 노사관계를 갖고 있다"라며 "노동권에 대한 과보호로 노사관계 균형이 노조 측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9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노사협력 부문에서 141개국 중 130위로 최하위권에 속했다.

또한 노동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노조가 파업해 손실된 노동자 1000명당 근로일수는 미국의 7배, 일본의 169배에 이른다. 현대·기아차 노조와 일부 공기업 노조 등 수천 명에서 수만 명 규모로 조합원을 보유한 대규모 사업장 노조가 파업을 벌인 결과다.

경영계는 정부 개정안처럼 실업자와 해고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하면 기업 내 문제를 넘어선 '정치 파업'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규정 삭제와 관련해서도 노조가 조합원들이 낸 조합비로 전임자 급여를 충당하는 대신 기업에 이를 요구할 수 있어 경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현재는 기업이 노조 전임자 임금을 주면 '부당노동행위'로 간주돼 사업주가 처벌받는다. 현행 노조법은 근로시간 면제제도를 통해 조합원 수에 비례해 본업 대신 노조 활동을 할 시간을 보장한다.

학계에서도 노조법 개정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경총 토론회에 참석한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 "정부 취지는 이해하지만 노조법 개정에 따른 파급 효과와 부작용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대체근로 금지 규정 삭제와 직장 점거 파업 금지, 유니온숍 허용 조항 삭제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체근로란 노조가 파업할 때 기업이 대체인력을 투입해 생산을 지속하는 것이다. 유니온숍은 직원이 입사와 동시에 자동으로 노조에 가입되는 조직 방식이다.

한편 정부는 올해 안에 ILO 핵심협약 3개를 비준하고 노조법 개정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