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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 사장 해임 건의, 인국공사태 희생양인가? 비위처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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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 사장 해임 건의, 인국공사태 희생양인가? 비위처벌인가?

국토부 "작년 태풍때 퇴근 사적모임 국민안전 소홀...엄중한 비위사실" 주장
구본환 사장 "당시 인천공항 태풍권 밖...해임사유 안돼" 법적 대응도 불사
업계 "비정규직 문제 여론 악화 따른 희생양" 분석...리더십 결여 결과 지적도

인천국제공항공사 구본환 사장이 16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대강당에서 정부의 해임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인천국제공항공사 구본환 사장이 16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대강당에서 정부의 해임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토교통부가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비위 사실로 기획재정부에 해임을 건의하자 구 사장이 즉각 강하게 반발하면서 양측의 공방전으로 치달으며 ‘진실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18일 국토부와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국토부는 자체 감사 결과에 따라 최근 기재부에 구 사장의 해임을 건의했고,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다음주에 해임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본환 사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달 초 국토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자진 사퇴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공개한 뒤 "사유를 물으니 1년 전 태풍 대처 문제와 올해 2월 있었던 직원 직위해제 건이 전부였다. 그것으로 해임한다니 당혹스러웠다"면서 만일 공운위가 해임안을 의결하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밝히며 크게 반발했다.

국토부도 구 사장의 기자회견이 있은 다음날인 17일 구 사장의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를 내고 "지난해 국정감사 당일 비위사실이 확인돼 엄중하게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2일 국정감사 당일 태풍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국감장 이석(자리를 뜸)을 허용 받았는데도 곧바로 퇴근해 사적 모임을 가졌으며, 이러한 사실을 감춘 당일 일정을 국회에 허위로 제출하는 등 비위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 안전은 현 정부의 핵심 국정가치"라며 "공공기관장이 이를 게을리 하는 사안은 엄중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당사자인 구 사장뿐 아니라 인천공항공사까지 나서 국토부의 구사장 비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당시 세종시에서 인천공항 이동 중에 인천공항은 이미 태풍영향권에서 벗어나 있고 한 건도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매뉴얼에 따라 비상근무 대신 대기체제를 유지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공사에 따르면, 매뉴얼상 대기체제 때는 자택, 식당, 야외 등 2시간 이내 응소가능 지역에 대기하면 되기 때문에 구 사장은 퇴근 뒤 지인들과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했다"고 해명했다.

공사 관계자는 "국토부의 '사적모임' 표현은 너무 애매해 오해의 우려가 있으므로 '저녁식사' 표현이 타당하다"고 지적하면서 "당시 국회에 제출한 사유서에 '저녁식사'를 기재하지 않은 이유는 당시 국토교통위원회가 영종도 현장방문 중심으로 행정을 소명하도록 요구해 식사, 운동, 커피숍 방문 등 일상생활에 관련된 내용을 제외했기 때문"이라고 부연설명했다.

구 사장도 지난해 10월 4일 국회에 제출한 사유서에서 "국감장에서 나와 인천공항으로 이동하던 중 인천공항은 태풍 영향권 밖에 있어 기상특보가 발령되지 않은 상태임을 확인했다"면서 "태풍대비 비상대책본부 설치를 검토했으나 요건 미충족으로 비상근무체제로 전환하지 않고 비상 시 응소 가능한 지역에서 대기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특히, 구 사장은 인천공항에 도착해 배수지 등 외곽 상황을 점검했고, 이후 영종도 사택에서 대기하며 국토부 관계자와 소재 확인 통화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구본환 사장 해임건의 원인을 놓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최근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비정규직 노조의 반발 사태(인국공 사태)에 청년층 중심으로 한 여론의 비판이 커지자 정부가 구 사장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노조는 지난 3월 제3기 노사전문가협의회를 통해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으나, 구 사장은 청와대 관계자와 면담을 하고 나서 지난 6월 본사 직고용 방침으로 선회했다. 더욱이 지난 3월 노사 합의 당시에 언급이 없었던 '청원경찰제도' 도입과 '2017년 5월 이후 입사자 공개경쟁채용' 방침도 발표했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 노조는 즉각 반발하며 구 사장에게 본사 직고용 방침을 철회할 것으로 요구하며 국토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9일 보수성향의 전현직 교수 6000여명으로 이뤄진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인국공 사태'의 책임을 물어 구 사장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둥부 장관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안검색요원 1902명의 본사 직고용을 구 사장 혼자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며, 국토부와 그 윗선의 지침을 따랐을 것"이라고 추정하며, "인국공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국토부가 자신을 해임하려는 조치에 구 사장은 매우 억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구 사장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은 분명해 보이나, 구 사장 역시 그동안 리더십 부족을 보여왔던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공항 내 용역사업 발주, 로고 변경 등에서 구 사장이 전직 사장들에 비해 내부 갈등을 많이 일으켜 왔다는 것이 인천공항공사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따라서, 이같은 내부 사정을 청와대도 파악하고 있었고, 이 와중에 국토부의 구 사장 해임 건의는 인국공 사태의 희생양을 찾으려는 시도와 딱 맞아떨어진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공항공사 노조는 '현 사태는 국토부와 구 사장 간 문제'라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