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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인공기 훼손’과 ‘대북 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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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인공기 훼손’과 ‘대북 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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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AP/뉴시스

2005년 광복절 때였다. ‘남북통일축구대회 친선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당시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인공기를) 훼손한다거나 소각하는 행위에 대해서 정부가 관대하게 대할 때는 지났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이런 범법 행위에는 아주 단호하게 조치를 취하도록 경찰에 지시하기 바란다”고도 했다. ‘고위 당국자’가 인공기 훼손을 ‘불법’으로 간주한 셈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응원은 물론이고 남북한의 국기와 국가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태극기의 휴대도 자제한다고 했다.

이유는 쉬웠다. ‘불필요한 자극’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모처럼의 행사에서 북쪽을 자극하는 행동은 피하는 게 바람직했다.

‘친선경기’가 열린 날은 광복절 하루 전인 8월 14일 저녁이었다. 그 바람에 광복절에 집집마다 태극기를 게양해야 할 것인지, 말아야 할 것인지 헷갈린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태극기가 혹시라도 북쪽을 자극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해 겨울, 제주도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렸을 때였다.

어떤 장관은 북쪽 대표단을 “동지”라고 불렀다고 했다.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해서였을 것이었다.

북쪽 대표단을 만나서 ‘북쪽 용어’를 쓴 게 나쁠 것은 없을 듯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장관’이 그런 표현을 한 게 적합했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게다가, 사소한(?) 실수까지 있었다. 그 장관은 ‘태극기 배지’를 거꾸로 달고 있었던 것이다. “실무자가 배지를 장관의 상의에 부착하는 과정에서 실수한 것 같다”는 해명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 인권실태’를 발표하기로 했다가 취소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유는 똑같았다. 북쪽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2020년, 북한에게 ‘불필요한 자극’을 하지 않으려는 듯싶은 일이 또 생기고 있다. 이번에는 북한으로 날려 보내는 ‘대북 전단’이다.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김 제1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마나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를 해둬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그러자 통일부는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가칭 ‘대북 전단 살포 금지 법률안’(가칭)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북한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 나오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남북 관계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제도화를 계속 검토해 왔다”고 해명하고 있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삐라 살포는 백해무익한 행동”이라며 “안보에 위해를 가져오는 행위에는 정부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15년 전에는 ‘인공기’ 훼손을 ‘범법’이라고 했었다. 이제는 ‘대북 전단’이 ‘범법’이 될 모양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