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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리스크’ 정면 돌파 선택한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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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리스크’ 정면 돌파 선택한 이재용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신청…‘檢 기소 타당성 판단해달라’
1년 8개월 간 진행된 ‘경영승계 관련’ 의혹, 檢 수사 막바지
이재용 ‘정면돌파’ 의지…수사심의위서 기소 여부 판가름 날 듯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현장점검을 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현장점검을 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소집을 신청했다. 검찰의 기소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는 것으로 삼성에 대한 검찰 수사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결국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는 평가다.

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타당한지를 따져달라는 것이다. 대기업 총수 중에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를 요청한 것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검찰 개혁 방안으로 지난 2018년 도입된 수사심의위는 수사 계속 여부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을 심의하게 돼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사심의위 운영 지침에 따라 우선 검찰시민위원회(시민위)를 열고 이 부회장 등 관련 사건을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에 넘기는 안건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검찰의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기소 여부가 수사심의위에서 판가름 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1년 8개월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삼성 수뇌부와 삼성물산 등 계열사 전·현직 고위 임원들만 100여 명에 달한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사장),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 등이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지난달 6일 대국민사과를 통해 경영승계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4세 경영 승계’ 불가까지 천명한 이 부회장은 두 차례 소환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관여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합병 비율 조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이뤄졌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부회장은 소환 조사에서 관련 의혹을 적극적으로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1년 8개월간 수사를 벌여왔지만, 경영승계와 관련한 이렇다 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관측이 많다. 그런데도 검찰이 수사를 밀어붙이면서 재계 안팎으로 정치적 함의가 깔린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뇌물 수수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고,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수사도 받고 있어 경제계 안팎으로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태다.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수출 규제, 반도체 불황 등 각종 위기를 넘어선 이후 올 초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국가 경제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에 빠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신청은 ‘사법 리스크’ 정면 돌파하고 경제에 ‘올인’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해석된다.

최근 이 부회장은 ‘사법 리스크’ 변수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경영 행보를 이어왔다. 코로나19 등 대외 상황의 심각성과 절박성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대국민사과를 통해 ‘뉴 삼성’을 선언한 이후 일주일 만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전기차 배터리 협업을 논의했고,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삼성의 유일한 해외 반도체 공장인 중국 시안 공장을 다녀왔다. 이어 평택에 파운드리 공장 건설과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구축 계획도 연이어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범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에서 삼성 총수의 부재는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데다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거대 국가들의 싸움에 삼성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불확실성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면서 “이 부회장의 부재는 삼성뿐 아니라 코로나19 국면 속에서 국가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