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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에 폐지 '통신료 인가제'… 통신3사-시민단체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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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에 폐지 '통신료 인가제'… 통신3사-시민단체 온도차

SKT "규제 없어졌다" 표정관리 … KT·LG U+ "동등경쟁 부담"
시민단체 "요금결정 권한 이통사에 넘겨줘버린 민생악법" 혹평
전문가들 "억지로 규제하기 보다 공정거래법으로 경쟁 유도를"

시민이 서울 종로구의 휴대전화 판매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시민이 서울 종로구의 휴대전화 판매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신요금 이용약관인가제(요금 인가제)가 30년 만에 폐지된다. 이를 두고 통신 3사의 각기 다른 온도차가 불가피해 보인다.

SK텔레콤은 앞으로 1등 사업자에게 따라온 대표적인 요금 규제가 풀리며 자유롭게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게 됐다. 반면 SK텔레콤과 경쟁해야 하는 KT와 LG유플러스 입장에선 부담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요금 인가제 폐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통신요금 인가제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과도한 요금인상 또는 약탈적 요금인하를 방지해 후발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1991년 도입됐다. SK텔레콤의 이동전화, KT의 시내전화가 인가제 적용을 받고 있다.

이 제도가 '유보신고제'로 바뀌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통신사는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1등 사업자로 유일하게 요금 인가제 규제를 받아 상향된 요금제를 시장에 출시할 때 과기정통부의 인가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SK텔레콤은 새 요금제를 낼 때 KT, LG유플러스와 마찬가지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하면 된다.

SK텔레콤은 그동안 통신업계에서 관행처럼 이어졌던 지원금 경쟁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요금제가 출시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 입장에선 1등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없어지며 SK텔레콤과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지만, 정부안으로 통과된 법안인 만큼 말 못 하고 속앓이만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동안 시민단체도 성명서를 발표하며 요금 인가제 폐지를 반대해왔다.

부가 이동통신사들의 고가 요금제 출시를 견제할 수 있는 인가제가 폐지되면, 이동통신 3사가 담합해 요금을 인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는 요금 인가제가 이동통신 3사의 자유로운 요금경쟁을 방해하고, 규제의 효과는 별로 없다는 논리를 들어 충분히 논의와 의견 수렴 없이 'N번방 방지법'을 방패삼아 요금인가제 폐지를 강행처리했다"면서 "이 법안은 요금인가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고 요금결정 권한만 이통사에게 넘겨줘버린 최악의 반서민 민생악법이자 통신공공성 포기 선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생경제연구소, 오픈넷,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7개 시민단체들은 "통신공공성을 포기한 정부와 20대 국회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요금인가제 폐지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들이 내놓을 요금제가 다양해져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사전규제가 없어진 만큼 공정거래법을 통한 사후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경영학과)는 인가제 폐지가 요금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통신사들이 가입자를 유지해야하는 상황인데 경쟁이 강화되면 요금을 인상하기 어려워진다"면서 "공정거래법을 통해 사후 규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억지로 규제하는 것이 시장에서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통신 회계는 그동안 관리회계로 했다. 관리회계로 했다는 의미는 원가를 추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통신망 비용을 장비 증설 비용에서 차감할지 아니면 회계적 비용으로 처리할지도 논란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신 교수는 "통신망은 일반 제조업처럼 일정한 기계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지속해서 투자로 확장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이 가진 자원과 특성이 다 다르므로 경쟁을 통해 각자에게 유리한 요금제를 만들어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amsa091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