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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코로나 19, 생존보다 공존의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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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코로나 19, 생존보다 공존의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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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코로나 19’는 전 세계인을 공포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두려움에 민감한 일부 사람들은 식품과 물, 그리고 화장지를 사재기하고, 어떤 사람들은 총이나 총알을 산다고도 한다. 심지어 마스크 매점매석으로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도 있다. 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재기하고 매점매석하면 생존할 수 있는가? 잠시야 가능하겠지만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겠는가? 내가 사재기한 생필품을 만들어 팔 다른 사람이 생존해야, 그리고 내가 매점매석한 마스크를 사줄 다른 사람이 생존해야 가능하지 않겠는가? 다시 말해 ‘너’의 생존이 있어야 ‘나’의 생존도 가능하기에, 인류는 ‘생존’이 아니라 ‘공존’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 인류는 이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믿는다. 그러나 인류 역사에서 역병은 끊임없었기에, 이와 비슷한 상황이 다시 올 수 있고, 그때는 잘 듣던 백신과 치료제도 듣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놀랍게도 문제의 해결방안은 ‘윤리’에 있다. 무슨 고리타분한 이야기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명백한 사실이다. 생각해보라!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가 공존을 위해 만든 윤리적 기구가 유엔 아니던가? 유엔 덕에 큰 전쟁 없이 살아왔고, 세계보건기구 WHO도 엄연히 유엔의 전문기구 아니던가?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생존’보다 ‘공존’의 윤리는 여전히 인류를 위한 해결사인 셈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주 단순한 삶의 기본 질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사람이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던가? 숨 쉴 공기, 마실 물, 먹을 음식 아니던가?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공기윤리, 물윤리, 음식윤리에 대해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공기는 깨끗해야(clean) 한다. 공기엔 미세먼지는 물론 바이러스도 없어야 사람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다. 그래서 공기윤리가 필요한 것이다. 자동차가 미세먼지를 내뿜지 않기 위해 애쓰듯, 사람들도 바이러스를 내뿜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한다.

둘째, 물은 맑아야(clear) 한다. 지금의 상황에서 맑은 물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리라. 그래서 물윤리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학교 같은 공공기관의 물은 불순물이 없고 안전하도록 살균처리 등을 통해 잘 관리되어야 한다.

셋째, 음식은 제대로(in a right and good way) 만들고 팔고 먹어야 한다. 만약 ‘코로나 19’와 더불어 음식으로 인한 괴질이 발생한다든가, 바이러스가 변형되어 소화기관에도 악영향을 준다면, 우리는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음식윤리가 필요한 것이다. 농약과 같은 화학적 위해요인은 물론, 미생물이나 바이러스 같은 생물학적 요인들로부터 안전하고,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고 팔고 먹어야 한다.

‘바이러스 19’의 정확한 원인은 깊이 있는 과학적 연구가 진행된 후 밝혀질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인수공통감염병의 원인인 이 바이러스의 제1 숙주는 박쥐, 제2 숙주는 천산갑이고, 그다음 인간이며, 박쥐의 식용화 과정과 천산갑의 약용화 과정에서 사람에게 감염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박쥐 식용과 천산갑 약용의 관습을 버리면 되지 않을까? 개인의 습관이 고치기 어렵듯, 사회의 관습도 바뀌기 어렵다. 한국의 보신탕, 중국의 샥스핀, 일본의 고래고기 요리 모두, 아직 안 바뀌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법은? 아쉽게도 법으로는 뿌리 뽑기 어렵다. 사람들은 법망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관습과 법과 윤리의 세 규범 중에 남은 것은 윤리다. 특히 인류의 생존보다 공존이 절실한 요즘이야말로 윤리적으로 인류공통의 문제를 해결할 좋은 기회다. 우리는 사재기하지 않는 모습에서 윤리의 잠재능력을 본다. 약해보이지만 물처럼 강한 것이 바로 윤리다.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