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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기관장 갑질 처벌도 차별? LX사장 '아웃', HUG사장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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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기관장 갑질 처벌도 차별? LX사장 '아웃', HUG사장 '패스'

최창학 LX 사장, 헬스장 이용 직원 동원·드론교육센터 유치 논란 "품위훼손 해임"
호화사택 등 갑질 논란 작년 국감서 사퇴종용 1순위 이재광 HUG 사장은 건재
HUG 사장에 "특이사항 없다" 면책...LX 사장 "해임 관련 소명 기회 없었다" 반발

2019년 10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학규 한국감정원장이 발언대에서 대표 선서를 하는 가운데 정순귀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이사장(왼쪽부터), 손봉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원장,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 최창학 한국국토정보공사(LX) 사장, 문대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 허경구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사장이 함께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2019년 10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학규 한국감정원장이 발언대에서 대표 선서를 하는 가운데 정순귀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이사장(왼쪽부터), 손봉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원장,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 최창학 한국국토정보공사(LX) 사장, 문대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 허경구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사장이 함께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국토정보공사(LX) 최창학 사장이 최근 전격 해임되면서 인사권자인 국토교통부의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 적용 형평성에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국토부와 국회에 따르면, 최근 인사혁신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제35조 3항에 의거해 최 사장을 해임한다고 LX에 통보했다.
공운법 제35조 3항은 기관장이 동조 1항(충실의무, 비밀유지의무, 회사에 대한 책임)과 동법 제32조(기관장은 그 공기업·준정부기관을 대표하고 업무를 총괄하며 임기중 그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성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에 따른 직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이를 게을리한 경우, 주무기관의 장(국토부장관)은 기관장을 해임하거나 임명권자에게 해임을 건의·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말부터 최창학 LX 사장에 감사를 벌였다. 감사 결과, 국토부는 최 사장이 개인운동을 위해 새벽에 헬스장에 갈 때 수행비서와 운전기사를 동반한 것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상 '청렴과 품위유지 의무'에 위반하고, LX 산하 '드론교육센터' 부지선정과 관련해 LX 본사 소재지인 전북 지역사회에서 논란을 일으킨 것은 공운법상 '충실 의무'에 위반한다고 결론 짓고, 이같은 감사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했다. 국토부는 해임을 건의했고, 청와대는 이를 수용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 사장의 해임사유는 '직무소홀'과 '품위훼손' 등이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도 "국토부가 청와대에 제출한 감사결과 보고서에 '헬스장 직원 동원으로 인한 청렴 의무 위반', '드론교육센터 논란으로 인한 충실 의무 위반'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사유만으로 해임됐다고 보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헬스장 직원 동원'은 지난해 10월 14일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사안이지만 당시 해임 사유로까지 부각되진 않았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국토부 산하 토지·부동산 관련 7개 공공기관장들이 한자리에서 국정감사를 받았다.
LX 최창학 사장을 비롯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이재광 사장, 한국감정원 김학규 원장,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허경구 사장,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정순귀 이사장,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손봉수 원장 등이었다.

이날 국정감사에 참석한 30명의 국토위 소속 감사위원 중 최 사장의 새벽 헬스장 이용에 직원 동원이라는 '갑질'을 질타한 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박재호, 민생당 주승용(당시 바른미래당) 위원이었다.

LX 기관 고유업무나 정책질의를 제외한 최 사장 개인의 '일탈'를 지적한 것은 '헬스장 직원 동원' 외에 별달리 없었고, 최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이날 최 사장은 "운전기사의 동의하에 일주일에 이틀씩 사내 헬스장에 좀 일찍 출근하도록 했다"며 "현재 중단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오히려 이 자리에서 7명의 피감기관장 중 '개인 일탈'에 질타와 사퇴 종용이 쏟아진 기관장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이재광 사장이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 사장의 차량 개조, 호화사택, 방만 경영, 불성실한 국감 태도 지적이 잇따랐고, 미래통합당 이헌승(당시 자유한국당) 위원은 이재광 사장이 회사 소속 청소부에게 사택 청소를 시킨 '갑질'을 질타했다.

이에 이재광 사장은 "당시엔 (추가수당) 돈을 받고 (사택)청소를 하는 줄 알았는데 돈을 안 받고 하고 있어 해당 임금을 주고 이후에 부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날 무소속 이용호, 미래통합당 이현재(당시 자유한국당), 이헌승, 김석기, 민경욱, 송언석,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민생당 윤영일(당시 국민의당) 위원은 이재광 사장에게 사퇴하라고 요구하거나 사퇴 의향이 없냐고 물었다. 국감장에 있었던 국회 관계자는 "당시 사퇴 종용을 받은 피감기관장은 7명 중 이재광 사장이 유일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임 사유인 'LX 드론교육센터 설립' 논란은 최 사장이 지난해 8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지적 기반 스마트 공간정보 산업발전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전북지역 정치권과 지역사회는 이 MOU에 'LX와 경북도가 경북지역에 드론교육센터를 유치하는데 협력한다'는 문구가 들어있다는 이유로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나 경북도와 맺은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을 뿐 아니라, 드론교육센터는 연간 교육인원 30명 정도에 불과한 시설이고, 지난해 10월 LX가 '전북지역에 드론교육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방침을 발표하면서 논란을 일단락 지었다는 점에서 이 역시 이번 최 사장 해임사유로 보기엔 미흡한 면이 있다.

일각에서는 경북 예천 출신인 최 사장이 전북혁신도시에 자리잡은 LX 수장으로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부시책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지방이전 공기업이 모두 본사 소재지역에만 자회사나 산하시설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결국 현 정부의 눈 밖에 난 최 사장 대신 청와대 코드에 맞는 인사를 새로 앉히기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 사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018년 7월 LX 사장에 선임됐지만 대구시청 정보화담당관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직속 정부혁신위원회 전자정부국장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5월 LX 공간정보연구원장에 발탁됐다.

최창학 사장은 이번 해임 과정에서 정부에 소명할 기회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반면에 이재광 HUG 사장은 민간 증권사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한 한 측근집단과 친분이 긴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광 사장은 지난해 개방형 계약직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사를 받았지만, 구두로 특이사항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LX 최창학 사장과 HUG 이재광 사장은 모두 자사 노조로부터 거센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국회 관계자는 "낙하산 기관장일수록 자리가 보장돼 있는 만큼 책임감이 약하고 공직윤리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수년간 참여해 온 대학 교수는 "최근 십수년간 이전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장의 방만경영에 특히 엄격했는데, 현 정부 들어서 공공기관장의 방만경영에 크게 관대해졌다"며 현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공공기관장 인선 기준의 변화를 꼬집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