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이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경로인 기업어음(CP) 금리가 대폭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자금을 마련하려는 기업은 늘고 있지만 회사채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없다는 얘기다. 그만큼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가 곤란해지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기업의 상환 의무가 있는 조달 자금은 총 약 1557조 원이다. 이중 대부분은 은행 대출(77%)이며, 13.8%가 회사채, 9.2%는 CP로 조달했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정부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민생⸱금융 안정 패키지 정책으로 100조 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 기업들의 자금난을 지원하기 정부가 자금을 풀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자금 경색을 안고 있는 채권시장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2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전펀드를 조성했다. 회사채와 CP 등을 매입해 채권시장을 안정시키고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채안펀드는 조성 후 지난 6일 약 2주가 지나서야 롯데푸드를 시작으로 채권 매입을 시작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금융권에 또 다시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 6일 문 대통령은 5대 금융지주와 국책은행, 정책금융기관장들과 함께 대책 회의를 했다. 정부가 발표한 정책들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금융권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자금지원의 속도를 강조했다. 자금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의 위기가 심화되고 고용 악화, 가계 소득 감소 등 악순환이 이어져 경기 침체 위기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당장 은행권은 고심에 빠졌다. 기업에 자금 지원을 늘리는 것은 건전성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은 부실 위험이 높다.
그러나 시중은행은 건전성 악화우려에도 일단은 대출을 늘린다는 입장이다.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것은 물론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은행도 함께 생존하는 방법이라는 공감대가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을 늘리는 것은 정부의 정책에 따른 것으로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지만 이를 줄일 수는 없다”며 “일단 코로나19로 일시 위기에 처한 기업을 먼저 살리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대출은 늘고 있는 추세”라면서 “현 상황에서 코로나19 극복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사실 눈치가 보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백상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s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