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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 '딥체인지'로 위기 속 기회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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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 '딥체인지'로 위기 속 기회 찾는다

코로나19 위기 속 사회·경제 융합한 ‘새로운 길’ 찾는 ‘딥체인지’
“‘잘 버텨보자’는 식 태도 버려라”…최 회장, 딥체인지 속도전 예고
‘새로운 가치’ 모색 나서는 SK…경계는 허물고, 미래 기술은 높이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SK]이미지 확대보기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SK]
국내 전 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끝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최태원(60) SK그룹 회장이 줄기차게 강조해온 '딥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가 미증유의 위기를 헤쳐나갈 해법을 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길로 내몰린 코로나19 국면에서 SK의 기술혁신과 특히 ‘새로운 길’ 모색을 주문하는 최 회장의 딥체인지는 현재의 예측불가능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향타이기 때문이다.
“딥체인지 없이는 생존도 성장도 없다”는 게 최 회장의 지론이다. 딥체인지는 최 회장의 언어인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간 융합을 바탕으로 한다. 이를 토대로 비즈니스모델(BM)혁신이란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사회 유대란 시각을 기존 조직 시스템에 투영하면 새로운 가치 창출과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최 회장이 최근 “‘잘 버텨보자’는 식의 태도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씨줄과 날줄로 안전망을 짜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한 점도 ‘딥체인지’와 무관치 않다. 딥체인지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채근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 SK 미래 방향타 역할하는 ‘딥체인지’


딥체인지는 기업 최전선 현장에서 SK그룹을 미래로 이끄는 방향타다. 딥체인지는 SK그룹을 기존 정유 기업에서 벗어나 통신, 반도체, 이제는 모빌리티(이동수단)와 인공지능(AI)·바이오 등으로 탈바꿈하는 SK의 진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SK는 딥체인지를 토대로 SK이노베이션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분야, SK텔레콤은 AI, SK하이닉스는 차량용 반도체 등 ‘e-모빌리티’와 ‘AI’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핵심 사업인 정유·화학 분야 외에 전기차 배터리와 첨단 소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월 미국 조지아주(州)에 1조9000억 원을 들여 독일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 등에 납품할 9.8GWh급 공장을 짓고 있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2025년에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7.5GWh 생산규모 배터리 공장을 헝가리 북서부 코마롬에 완공해 올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현재 시운전 중이다. 여기에 9GWh 생산규모 제2공장 건설도 진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종합화학도 고부가 화학기업으로 ‘딥체인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SK종합화학은 범용 화학제품 생산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 화학제품 비중을 높이는 사업구조 전환에 돌입했다.

SK종합화학은 또한 3월 26일 SK 울산CLX 내 NCC(제1 나프타분해)공정과 EPDM(합성고무제조)공정 가동을 중단했다. NCC 중단으로 에틸렌 연간 생산량이 87만 톤(t)에서 67만t으로 줄어들지만 이를 감수하더라도 고부가 분야인 패키징 소재와 오토 모티브 소재 사업으로 탈바꿈해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1월 “전기 이동 수단인 e-모빌리티가 확장하는 추세에서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초경량 소재, 윤활유, 디스플레이 소재 등 관련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방안을 갖고 있다”며 e-모빌리티 사업 확대 구상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SK그룹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은 AI 등을 기반으로 탈(脫)통신 정보통신기술(ICT)복합기업으로 도약한다. SK텔레콤은 AI·자율주행차·사물인터넷(IoT)·로보틱스·스마트홈 에너지 관리 솔루션 등 새로운 사업을 강화해 ‘이동통신사업(MNO)’과 ‘신사업(New Biz)’을 양대 성장엔진으로 삼아 명실상부한 ICT 복합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올해는 중간지주사 설립을 비롯해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고려한 사명 변경, 자회사 상장 등을 계획 중이다.

◇최 회장, 사명도 '딥체인지'…유연성을 높여라


SK 계열사의 사명 변경 움직임도 최 회장의 ‘딥체인지’의 연장선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8월 “기업 이름으로 OO에너지·OO화학 등을 쓰면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기 힘들다”며 사명 변경을 주문했다.

업종을 구제적으로 명시한 회사 이름이 해당 기업 정체성을 강화시킬 수는 있지만 업종 간 경계의 벽이 무너지는 변화의 시기에 오히려 혁신과 기업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즉 기존 사명의 경직성이 딥체인지의 방해요소가 된다는 얘기다.

최 회장은 SK이노베이션 사명을 긍정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기업분할 전 사명은 SK에너지로 ‘에너지’ 사업에 국한돼 한계가 분명했다. 이와 달리 현재 이노베이션 명칭은 전기차 배터리와 e-모빌리티 사업 등 변화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SK텔레콤에 이어 SK루브르컨츠, SK케미칼, SK종합화학, SK E&S, SK건설 등이 사명 변경을 추진 중이다. SK텔레콤은 '초연결' 뜻을 담은 'SK하이퍼커넥트(Hyper Connect)라는 사명이 거론되고 있다. SK루브리컨츠는 SK에커넥티브(SK Connective), SK종합화학은 SK컨버전트(SK Convergent)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SK그룹은 사명 변경 추진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정확한 사명이나 일정 등 사명 변경은 일단 보류한 상태”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일찍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위협 속에 위기극복을 위한 사회와 기업간 협력이 더욱 중요해 졌다”면서 “발상의 전환을 포함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경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회·경제적 위기 국면에서 SK의 딥체인지를 통한 해법 제시로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