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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 국내외 유전개발 기지개...'자원외교 공기업' 명예 되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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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 국내외 유전개발 기지개...'자원외교 공기업' 명예 되찾을까

UAE '아드녹 온쇼어' 육상유전 사업서 지분 0.9% 매입 추진...8년만에 해외 유전지분참여 재개
2030년까지 동해 심해 탐사...국내 대륙붕 탐사 투자, 일본의 10분의 1 불과해 확대 필요
中·日, 셰일오일·저유가에도 정부 주도 석유안보 강화 "일관된 해외자원개발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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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할리바 유전 생산광구 현장 생산시설 전경. 사진=한국석유공사
한국석유공사가 이명박 정부 시기에 무리한 해외자원 개발사업으로 실추된 '대한민국 대표 자원 공기업'의 신뢰와 위상을 되찾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고강도 긴축경영과 비수익 해외사업의 과감한 정리 등 국내외 경영개선 노력을 통해 강화된 재무 역량을 고수익 해외 자원개발에 투입해 '수익 실현 공기업'으로 이미지를 탈바꿈시킨다는 전략이다.

10일 공공기관경영공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열린 이사회에서 석유공사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드녹 온쇼어(ADNOC Onshore) 육상유전사업 참여비 변경 및 지급보증안'을 의결했다.

이날 이사회 의결로 석유공사는 약 3000억 원을 투자해 아드녹 온쇼어 육상유전 개발사업의 지분 0.9%를 취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취득이 성사되면 석유공사는 지난 2012년 UAE 할리바 유전개발 참여 이후 8년 만에 해외유전 지분을 인수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5년 석유공사와 GS에너지가 컨소시엄을 이뤄 아드녹 온쇼어 유전개발에 참여했는데 석유공사의 재정 건전성이 호전되면서 이번에 참여비중을 0.9%로 올려 변경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아드녹 온쇼어는 UAE 국영석유회사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의 자회사로, 추진 중인 육상유전은 원유 부존량 257억 배럴로 잔여 매장량 기준 세계 6위를 자랑하는 대규모 유전이다.

지분 취득 시 석유공사는 아드녹 온쇼어 유전에서 일평균 1만 5000배럴, 총 2억 3000만 배럴의 원유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는 아드녹 온쇼어 유전개발 참여에 앞서 지난달 9일 백오규 석유공사 탐사생산본부장를 UAE에 파견해 아드녹 온쇼어 사장과 면담해 조율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아드녹 온쇼어 유전 외에도 석유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캐나다, 영국, 베트남, UAE, 페루, 나이지리아 등 해외 15개국에서 26개 원유개발(탐사·시추·생산)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재 원유를 생산 중인 사업은 13개국 20개다.

대표적인 해외자원 개발사업으로는 가장 최근 생산을 시작한 UAE 할리바 유전개발이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9월 할리바 유전에서 시추한 원유를 여수항을 통해 국내에 첫 반입했다. 한국 기업이 탐사·개발·생산 전 공정에 참여해 원유를 국내에 직도입하기는 할리바 유전이 처음이다.

영국 다나(Dana), 캐나다 하베스트(Harvest), 미국 이글포드(Eagle Ford) 등 20개 사업에서 현재 생산 중이고 예멘 등 2개국에서 2개 개발사업, 우즈베키스탄 등 3개국에서 4개 탐사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석유공사는 국내 대륙붕 탐사 사업에서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달 4일 정부로부터 동해 울산 앞 심해지역인 '6-1광구 중부 및 동부지역'의 조광권(광물·지하자원 채굴·취득 권리)을 확보해 오는 2030년까지 탐사를 벌일 계획이다.

이 해역은 가스 부존 가능성이 높아 동해가스전보다 10배 이상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석유공사는 예상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6-1 중부와 동부 조광권 확보 외에도 ▲'동해-1', '동해-2' 가스전 등 2개 생산사업 ▲'6-1 동부', '6-1 북부/8광구' 등 2개 탐사사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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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공사 해외자원개발(탐사·시추·생산)사업 추진 현황(2019년 6월 말 기준). 자료=한국석유공사

이처럼 석유공사가 국내외 자원개발 사업에 활기를 띠는 배경에는 이명박 정부식 자원외교의 실패에 따른 재정난을 적극 타개하면서 강화된 재정 역량이 뒷받침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 3021%로 여전히 높은 내부 요인과 문재인 정부의 소극적인 해외유전개발 재정지원이라는 외부 요인을 동시에 안고 있다.

그러나 석유공사는 고강도 긴축경영과 해외사업 합리화를 통해 현금흐름을 개선했고, 지난 1월 영국 북해 톨마운트 유전사업 지분 25%를 외국자원개발기업 프리미어오일에 매각해 3억 달러(약 3500억 원)를 확보했다.

더욱이 지난해 9월 스위스 금융시장에서 역대 한국기업 최저금리인 -0.303%로 3억 스위스프랑(약 3600억 원)의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하면서 자원개발의 재원 기반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미국 셰일오일, 저유가 등으로 중동 이슈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감소했지만, 석유 수요가 증가하는 중국이나 반대로 석유 수요가 감소하는 일본 모두 정부 주도로 국내외 석유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국가 차원의 석유개발사업 투자 연속성을 강조했다.

업계도 미국(엑손모빌)을 제외한 영국(BP), 프랑스(토탈), 이탈리아(ENI), 중국(CNPC·CNOOC), 일본(INPEX) 등 주요 국가들이 석유기업을 정부 주도로 육성하고,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국내외 석유개발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탈원전-신재생 전환의 급격한 에너지 정책보다는 신재생과 기존 에너지 간 균형된 자원개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오는 2030년대부터 미국 셰일오일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세계경제의 중동석유 의존도가 다시 높아지고, 2040년에도 석유가 제1의 에너지원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어서 석유자원 개발권을 놓고 글로벌 선점경쟁이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세계 5위 석유수입국, 세계 8위 석유소비국인 만큼 자원 자립을 위해 국내외 석유개발사업 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주요국의 석유안보의 인식이 여전히 높은 만큼 우리나라도 일관성 있는 석유안보 전략 수립과 해외자원개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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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공사 영국 자회사 다나 페트롤리엄의 네덜란드 해상 드라우터 광구 생산시설 전경. 사진=한국석유공사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