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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일상의 삶과 집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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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일상의 삶과 집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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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하늘이 무섭지 않으냐?” 어렸을 때 사극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종종 나왔던 말, 들어는 봤지만 감히 입 밖으로 내보낸 적은 없는 말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아마도 “왜요? 왜 하늘이 무서워요? 저렇게 맑고 푸르니 좋기만 한데요?” 이렇게 답할 것 같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시대에, 하늘도, 천둥·번개도,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무섭지 않다. 왜 무섭지 않을까? 바로 과학기술의 발달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과학기술의 시대에도 여전히 무서운 것이 있다. 현미경으로도 안 보이고 전자현미경으로 봐야 보이는 작은 바이러스다. DNA나 RNA 한 두 가닥을 단백질이 감싸고 축구화 바닥의 스파이크 같은 것이 겉에 붙어있는 간단한 구조이면서, 살아있는 세포 안에서만 증식할 수 있는 바이러스, 그중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하늘이나 천둥·번개보다 훨씬 무섭다.

우리는 ‘일상의 삶’을 살면서 평상시의 삶과 비상시의 삶을 구별한다. 일상의 삶은 날마다 반복되는 삶이며, 일반적으로 평상시의 삶을 가리킨다. 물론 극지생활처럼 비상시의 삶이 연속되는 일상의 삶도 있겠지만, 그것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흔히 삶을 배의 항해에 비유하는데, 평상시의 삶은 잔잔한 바다를 항해할 때와 같고, 비상시의 삶은 거친 바다를 항해할 때와 같다. 이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공동체의 삶에도 적용되는데, 개인이든 공동체든 잔잔한 바다를 항해하는 평상시의 삶을 바라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는 하늘보다 무서운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원치 않는 비상시의 삶을 사는 것이다.

이 바이러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힘들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가장 힘든 사람들은 누굴까? 아마도 전세기 편으로 귀국하여 국내의 공공시설에서 격리된 채 생활하는 중국교민들 아닐까? 그분들은 1인 1실을 배정받아 생활하면서, 세 끼니를 전부 외부에서 공급하는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쾌적한 실내에서 TV도 볼 수 있고 인터넷, 전화도 사용할 수 있다하니, 소위 의식주는 다 해결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집이 아닌 시설에서 불안하게 사는 그분들의 삶은 여전히 비상시의 삶이다.

이럴 때 제일 그리운 것은 무엇일까? 혹시 집밥 아닐까? 필자는 오래 전 설악산에서 열흘 정도 여름산행을 한 적이 있다. 땀을 식히려고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있는데,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바로 집에서 여름마다 먹던 열무냉면과 수박화채였다. 얼마나 그립던지… 왜 집 떠나서 이 고생인지, 일상의 집밥을 떠난 것을 후회했다. 스스로 선택한 여름산행도 이럴 정도인데, 바이러스를 스스로 선택하지도 않은 교민들은 일상의 집밥이 얼마나 그립겠는가? 하루라도 빨리 격리생활을 마치고 일상의 삶과 집밥으로 되돌아가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일상의 집밥을 그리워할까? 여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첫째 이유는 가족과 함께 하는 집밥이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한 보도에 따르면 2018년 조사결과 행복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인은 1위 가족생활, 2위 경제적 만족도, 3위 심리적 안정감의 순이었다고 한다. 집에서 먹는 밥을 뜻하는 일상의 집밥은, 1위 가족생활과 3위 심리적 안정감을 좌우하는 핵심요인인 것이다. 무릇 행복이란 일상의 삶에서 반복되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것이다. 그래서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집밥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둘째 이유는 집밥을 통한 모성으로의 회귀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집밥이 어머니의 품같이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들어가는 심리적 다리가 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집밥은, 꼭 맛이 있어서 찾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어머니가 해주셔서 그리워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비상시를 살 때 일수록, 그리고 심리적으로 압박받는 상태일수록 강해진다.

과학기술의 시대에도 무서운 ‘코로나19’ 바이러스… 뾰족한 방법은 없다. 교민들과 우리 모두가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 집밥을 먹을 때까지, 방역체계를 잘 유지하면서 기다릴 수밖에. 그렇다. 일상의 집밥이 바로 행복 아닌가?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