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Biz 24] "日기업, 명성 퇴색했지만 중요 부품 소재 시장서 여전히 세계 지배"

공유
0

[글로벌-Biz 24] "日기업, 명성 퇴색했지만 중요 부품 소재 시장서 여전히 세계 지배"

우리는 '메이드 인 재팬'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하)

이미지 확대보기
'메이트 인 재팬'은 눈에는 잘 띄지 않는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곳에서는 어김없이 나타나 일본의 기술이 결코 후퇴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일본은 세계 정밀 소형 모터의 80%를 생산한다. 세이코는 베어링 생산에서 세계 시장의 약 40%를 차지한다. 반면 유키 정밀(YUKI Precision)은 소형 위성에 사용할 수 있는 정밀 자이로스코프(gyroscopes)를 생산하는 소규모 업체다.
주목할만한 점은 일본 경제산업성(METI)이 12개의 특정 제조 기본 기술을 중소기업에 특별히 지정했다는 점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러한 업체들을 '작지만 아름다운' 업체로 불렀다. 일부 일본 제조 회사는 전통적으로 유리한 분야에 깊이 파고들었으며 세계적 우수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다각화의 원칙을 따르고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넣지 않는 것이 일본 회사의 또 다른 일반적인 아이디어이다. 예를 들어 일본 최대의 자동차 제조업체 도요타는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이동성 서비스(mobility services)' 제공 업체의 전환을 꾀하고있다.

파나소닉도 사업 전환의 일환으로 2012년 초 자사의 산요(Sanyo) 백색 가전 제품(냉장고, 세탁기등) 사업부를 매각했다. 현재 몇몇 가전 제품을 제외하고는 파나소닉의 주요 비즈니스 형태는 환경 솔루션, 자동차 및 가전 제품 등이다.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일본 제조업 발전의 정점(頂點)과 진화의 과정을 목격할 수 있다. 반도체를 예로 들어 보자. 199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일본 기업들이 산업 체인의 상류를 차지했으며 전체 산업 체인을 이끌었다.

1990년 일본 반도체 회사는 세계 최대 10대 반도체 업체 가운데 6개를 차지했다. 그러나 금세기 초부터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압력과 국제 경쟁으로 인해 쇠퇴하기 시작했다. 2019년 현재 도시바 만이 세계 10위 안에 들어있다.

일본 기업이 직면한 어려움은 현실적으로 나타난다. 오늘날 일부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 제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힘은 사라지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히토쓰바시 대학의 유이치 와시다(Yuichi Washida) 교수에 따르면 일본 제조업체는 소프트웨어, 집적 회로, 인터넷 및 모바일 네트워크의 국제 표준 경쟁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4번에 걸쳐 연속 패배를 겪었다.

'메이드 인 재팬'의 이미지는 한때 일본의 혁신적인 역량의 구체적인 모습이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일본의 혁신적 세력을 바꾼 것은 무엇일까? 변화의 원인은 기술 진보, 산업 이전, 시장 경쟁 등일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중국의 선도적인 컨설팅 업체 언바운드(Anbound Research Center)의 첸 공(Chen Gong) 수석 연구원이 지적한 사실이다. 일본 기업은 시장 경쟁에 직면하여 전략과 산업 개발 방향을 조정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일본 기업은 지금 쇠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혁신 중에 있다는 것이다.

첸 연구원은 일본 기업의 최신 변화를 분석하면서 "현재 일본 제조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주요 전략은 '통합에서 제로(from integration to zero)'로 전 세계 제조 체인에서 일본 제조 산업에 새로운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제조업체들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전체 산업 체인을 포괄하려고 시도하는데 이는 이상적인 경쟁 전략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제조 산업은 이제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많은 일본 기업이 시스템, 브랜딩 및 마케팅을 포함한 전체 시스템의 기존 비즈니스 전략에서 물러났다. 예를 들어 도시바와 산요는 오래 전부터 기계 사업 전체를 철회했지만 핵심 부품 시장을 파악하여 '통합에서 제로'로 전환하는 전략을 실현하고 있다.

이 전략의 독특한 점은 일반 업체는 자사의 브랜드를 대중에게 마케팅 하는데 비해 일본 업체들은 전체 산업 체인의 중요한 부분인 고품질 핵심 구성 요소 생산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이윤은 전체 산업 체인을 포괄하는 비즈니스 모델보다 높을 수 있다.

점차 소비자 사회로 변화함에 따라 세계는 치열한 시장 경쟁의 시대에 접어 들었다. 그러나 어느 회사의 브랜드가 시장에서 승리하든지 간에 일본 제조의 핵심 구성 요소는 필수 불가결 하기 때문에 일본 업체는 자체적으로 안정적인 시장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시장 공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없어서는 안 될 패턴을 갖고 있는 자가 실제 우승의 트로피를 차지할 수 있다. 이것이 최근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과 진화의 뒤에 숨어있는 '진실'이다.

일본의 제조 산업이 보여주는 '정밀한 제조' 정신뿐만 아니라 많은 '작지만 아름다운' 업체들이 참여하는 산업 시스템을 갖춘 이러한 종류의 경쟁 전략, 기술 능력은 모두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


김형근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hgkim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