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한국 중동산 원유 각각 90%와 80% 의존, 그중 사우디산 40%와 30% 차지

유가 급등이 제조업을 비롯한 다양한 업종에서 실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수입국은 비축량을 풀어 수요를 조절하고 타 정유사로부터의 수입 비중을 늘리는 등 다양한 대응을 강구하고 있다. 또 세계 각국의 정유사들은 원유의 안정적 조달에 대한 우려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에 사우디 또한 생산 감소에 따른 당장의 부족분을 재고로 메우겠다고 공표한 상태다.
하지만 사우디의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한국은 당장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 직면했으며, 그로 인해 기업들의 연료비 상승은 불가피해졌다. 일본은 원유 수입의 약 90%를, 한국은 80%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사우디는 일본과 한국 전체 수입량의 40%와 30%를 각각 차지하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의 조치가 한국과 일본의 혜택만으로 돌아가기 전에는 공급량을 맞추기에 부족한 점이 많은 셈이다.
그나마 한국이 일본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몇 년 전부터 사우디와 중동 지역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기 위해, 꾸준히 미국산 원유를 늘려오고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에는 4000만 배럴을 넘어서 지난해 연간 총 수입량(6094만 배럴)의 70%를 이미 들여온 상태다. 물론 지난해 한국에 들어온 사우디산 원유는 3억2317만 배럴로 미국산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지만, 수입처 다변화 노력에 따라 대응책 강구에 유리하며, 이 때문에 손실은 상당수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사우디의 생산 중단에 따른 피해는 전 세계 공급량의 약 5%에 해당하고 있어, 단기적인 유가 급등을 초래하고 있다. 미중 무역 마찰에 의한 글로벌 경기의 둔화 우려가 강해지면서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었는데, 여기에 또 다른 원유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관련 기업들을 추격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중동정세의 불안과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미국산 셰일 원유의 수입을 확대하는 한편, 최근 생산량을 급격히 확장하고 있는 중국산 셰일의 공급망에 대해서도 검토하는 등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