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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해고 요금수납원, 김천본사 사흘째 점거농성 "전원 직접고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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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해고 요금수납원, 김천본사 사흘째 점거농성 "전원 직접고용하라"

이강래 사장 "304명만 우선고용"에 민주노총 "나머지 1200명도 즉각 고용해야"
"공기업이 비정규직 정규직화 앞장서야"..."단순노무직 1500명 일괄채용 부담"

9일 오후 4시경 민주노총 톨게이트 노동조합 소속 요금수납원 300여명이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 진입하는 모습. 사진=한국도로공사 이미지 확대보기
9일 오후 4시경 민주노총 톨게이트 노동조합 소속 요금수납원 300여명이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 진입하는 모습. 사진=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공사 경북 김천 본사가 요금수납 근로자들에 기습 점거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건물에 갇혀있는 900여명의 공사 직원과 점거농성중인 요금수납 근로자들의 안전사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도로공사와 민주노총 일반연맹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4시쯤 민주노총 소속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300여명은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도로공사 본사를 기습 점거, 현재까지 사흘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요금수납원들은 본사 1층 로비와 2층, 그리고 20층 사장실과 비상계단 등을 점거하고 있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본사에 근무중이던 공사 직원 900여명은 9일 오후부터 귀가하지 못하고 계속 건물에 갇혀있다.

이들 대부분은 전날 요금수납원들이 구내식당으로 연결된 통로까지 점거하는 바람에 저녁식사를 하지 못했고 이날 아침과 점심은 비상계단 등을 통해 들여온 김밥 등으로 때운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요금수납원들의 진입 과정에서 공사 직원 10여명이 찰과상·타박상 등을 입었고 화분 등 기물이 상당수 파손됐다"면서 "도로공사 본사와 사장실이 점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는 명백한 불법점거"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요금수납원 10여명도 도로공사 경비직원과 몸싸움 등으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요금수납원과 경찰과 대치중인 본사 분위기는 전날 진입 당시보다는 차분해졌지만 민주노총 측은 이 사장이 답할때까지 농성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고 경찰은 진입과 강제해산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어 여전히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요금수납원들이 기습 점거를 시도한 이유는 최근 대법원의 요금수납원 직접고용 판결에 대한 이 사장의 입장 발표 때문이다.

이 사장은 전날인 9일 국토교통부가 있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요금수납원 고용방안'을 발표하면서 계약해지된 요금수납원 1500여명 중 지난달 대법원 확정판결 당사자 304명을 본인 의사에 따라 자회사로 고용해 요금수납업무를 계속하도록 하거나 아니면 본사로 직접고용해 요금수납업무가 아닌 조무업무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또 1,2심 소송이 진행 중인 나머지 1200여명에 대해서는 일부 기간제 직접고용 조무업무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지난달 대법원 판결 내용을 현재 소송이 진행중인 1200여명에게까지 확대적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사장은 "지난달 대법원 판결이 난 소송과 1, 2심이 진행중인 소송은 입사시기, 소속업체, 근무조건을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개별소송이기 때문에 이번 대법원 판결 결과를 확대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노총 일반연맹 산하 톨게이트 노동조합 소속인 계약해지자들은 소송이 진행중인 1200여명도 즉각 직접고용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 일반연맹 관계자는 "지난달 대법원 판결로 도로공사가 1500여명의 요금수납원을 불법파견했던 것이 명백해 졌는데 이들을 모두 고용하지 않고 304명만 고용하겠다는 것은 당장의 고용 부담을 면하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본사 정규직원에서 용역업체 소속으로 전환된 요금수납원들이 2013년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요금수납원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지난 7월 자회사 '한국도로공사서비스'를 신설하고 요금수납업무를 모두 이관해 최종 승소한 요금수납원들을 본사에서 직접고용할 경우 요금수납업무가 아닌 다른 조무업무를 맡길 수밖에 없다.

이 사장은 조무업무의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해 "도로공사의 현장 업무는 대부분 고속도로 현장과 관련된 업무"라며 "고속도로 졸음쉼터, 각종 시설을 청소하거나 유지관리하는 업무가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법원의 판결 취지와 정부의 비정규직 철폐 방침에 따라 공공기관인 도로공사가 이들을 모두 즉각 고용해야 한다는 입장과 공기업의 경영효율화에 역행하는 요구라는 입장이 갈리고 있다.

사회공공연구원 김철 연구실장은 "지난달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이번 소송당사자뿐 아니라 전체 계약해지된 1500여명의 요금수납원에 대해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었다"며 "그럼에도 이 사장이 요금수납원과의 교섭에조차 나서지 않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반면에 한 기업 관계자는 "도로공사 전체 정규직 임직원 수가 현재 7400명선인데 한번에 1500여명의 정규직 직원을 그것도 단순노무직으로 채용해야 하는 것은 도로공사로서도 부담"이라며 "이는 결국 세금으로 전가될 것이며 도로공사의 신규채용 여력을 없애 청년구직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