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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수동 재건축 무효소송 땅주인 "구로구청 안내문 안보내 증거자료도 조작" 의혹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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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수동 재건축 무효소송 땅주인 "구로구청 안내문 안보내 증거자료도 조작" 의혹 제기

신축단지 입구 땅소유주, 사업안내 통지 못받고 강제편입되자 행정법원에 제소
법원 입증자료 요구에 구청 제출한 증거문서도 "실명 없는 단순 안내문" 주장
구청 "보관기간 지나 모두 파기"...법조계 "사실 확인 하려면 파일 압수수색 필요"

서울 구로구 온수동 성원대흥동진빌라 재건축 정비사업 지구 위성사진. 사진 내 점선은 송전선로 지중화 계획도. 출처=대흥·성원·동진빌라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구로구 온수동 성원대흥동진빌라 재건축 정비사업 지구 위성사진. 사진 내 점선은 송전선로 지중화 계획도. 출처=대흥·성원·동진빌라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서울 구로구청이 구내 재건축사업 강행을 위해 사업부지 내 요지를 차지하고 있는 토지 소유주에게 재건축사업 계획을 알리지 않은 채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더욱이 반발한 토지 소유주가 구로구청의 해당 사업계획을 무효해 달라고 법원에 제소하자 구청이 법원에 조작된 증거자료를 제출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구로구청과 재건축사업조합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구로구청이 온수동에서 추진 중인 '대흥·성원·동진빌라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의 사업부지에 편입돼 있는 토지의 소유주 A씨는 지난 3월 해당 재건축사업을 대상으로 '사업시행계획 무효확인 등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주민의 동의 80%가 넘으면 재건축이 가능하지만 A씨는 "구로구청이 법에 명시된 '서면통보' 안내 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에 중대한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었다.

온수동 재건축사업은 구로구 온수동 45-32번지 일대 대흥·성원·동진빌라 3곳을 재건축해 지하 2층~지상 25층 아파트 12개동 988가구를 신축하는 것으로, 총 공사비 2066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21년 착공, 3년 뒤인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말 3개 빌라 통합추진위원회가 설립된데 이어 2015년 10월 '대흥·성원·동진빌라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설립됐다. 구로구청은 2016년 2월 조합설립을 인가했다.

조합은 지난해 11월 9일 구로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아 올해 4월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하며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3개 빌라와 대로변 사이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A씨는 구로구청의 온수동 재건축사업 진행과정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2016년 9월 1일 조합이 제기한 소유권이전 청구소송 소장을 법원으로부터 받고서야 비로소 자신의 토지가 재건축사업 부지에 편입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루아침에 토지를 수용당하게 된 A씨는 "수소문한 결과 저와 비슷하게 3개 빌라와 대로변 사이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몇몇 건물주는 재건축사업계획을 이미 알고 자신들을 재건축사업에서 제외시켜줄 것을 구청에 요청한 사실을 알았다"면서 "이들 건물주는 결국 재건축 사업부지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A씨는 구로구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인했더니 지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구청이 자신에게 보낸 안내우편 기록은 한 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A씨는 서울행정법원에 중대한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사업계획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반면에 구로구청의 입장은 달랐다.

구청에 따르면, 재건축사업과 관련한 주민안내 업무는 2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구청 도시계획과에서 담당하는 '지구단위계획(특별계획구역)' 수립시 토지소유자에 통보 등 안내업무는 '국토의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8조와 '서울시 도시계획조례' 제7조에 따라 일간신문 2개소와 구로구청 홈페이지에만 열람공고를 하면 된다.즉, 개별주민에 대한 우편안내 의무는 없다는 설명이다.

지구단위계획은 토지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지정하는 도시관리계획의 일종으로 온수동 재건축 부지는 지난 2007년에 지정됐다.

문제가 되는 것은 두 번째에 해당하는 주민안내 업무이다.

구청 주택과에서 담당하는 '정비계획' 수립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5조(정비계획 입안을 위한 주민의견청취 등) 제1항에 따라 정비계획의 입안권자는 정비계획을 입안하거나 변경하려면 ‘주민에게 서면으로 통보’한 뒤 주민설명회와 30일 이상 주민에게 공람해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온수동 재건축사업의 '주택재건축 정비구역지정 주민설명회'는 지난 2013년 8월 13일 구내 한 교회에서 열렸다.

구로구청 주택과는 주민설명회 개최일 이전에 A씨에게 우편으로 주민설명회 안내문을 발송했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지만, A씨는 우편물을 받지 못했고 구청에도 A씨에게 우편물을 발송했다는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로구청의 법 위반으로 해당 재건축사업에는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고 따라서 사업이 무효라고 A씨가 주장하는 이유이자 제소의 근거인 셈이다.

A씨의 제소에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4월 구로구청에게 A씨에게 주민설명회 안내문을 발송했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법조계도 주민설명회 안내문을 구로구청은 보냈다고 주장하는 반면, A씨는 못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편물 발송행위를 입증하는 책임이 구청에 있다고 유권해석했다.

법원의 요구에 따라 구로구청은 당시 주민들에게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는 '주택재건축 정비구역지정 주민설명회 안내문'과 등기우편 756통을 발송했다는 '우편요금 지출 내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A씨는 구로구청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문서만으로는 지난 2013년 구청이 A씨에게 안내문을 발송했다는 증거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다시 반박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해 확인한 결과, 구로구청이 '발송했다는' 주택재건축 정비구역지정 주민설명회 안내문에는 실제로 설명회 일시, 장소 등을 안내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으나 수신인란에 A씨의 실명이 아닌 '토지등소유자 귀하'로만 기재돼 있고 발송일이나 우체국 직인 등 2013년에 발송했다는 단서는 없었다.

'우편요금 지출 내역서' 역시 A4용지에 756통을 154만 2242원의 우편요금을 들여 발송했다고 적은 내부용 한글파일문서에 불과했다.

본지 기자가 이같은 문제점을 구로구청 주택과에 756통의 등기우편을 보낸 각각의 주소지 명단이나 A씨에게 발송했다는 기록을 요청했으나 주택과 관계자는 "규정상 3년간만 보관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은) 모두 파기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A씨는 "구청이 법원에 증거라고 제출한 이 두 문서는 법원의 요구가 있은 뒤 부랴부랴 작성한 허위문서"라고 주장하며 "154만원을 들여 756통을 발송했다는 문서만 보관하고 그 756통의 주소지나 수신인 명단은 없다는 설명이 말이 되냐"면서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 과정에서 구로구청이 A씨에게 안내문을 발송했다는 것에 대한 입증책임은 구로구청에 있다"고 확인하면서 "구청이 제출한 한글문서 원본파일의 생성일이 설명회 개최일인 2013년 8월 13일 이전인지 아니면 그 이후인지만 확인할 수 있다면 가장 명확하겠지만 이는 구로구청 주택과 사무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압수수색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소유한 토지는 재건축사업에 없어선 안될 정도는 아니지만 단지가 조성되면 정문에 해당하는 요지"라며 언급한 뒤 "구로구로서는 세수 개발, 구청장 치적 등 재건축이 성사되길 바라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토지를 수용하기 위해 고의로 자신에게 알리지 않았고 법원에도 최근에 작성한 허위증거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구청의 고의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어 자신이 30여년 간 기업체를 운영해 온 기업가로서 공공기관 우편물 관리를 누구보다 철저히 해왔다는 점을 강조한 A씨는 "민의에 기반한 기초지방자치단체인 구청이 법 규정을 어겨가며 개인 재산권을 침해해서 되겠느냐”며 반문했다.

그러나 구로구청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법원이 요구한 증거자료를 모두 제출했다"면서 "법원이 이 자료들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추가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그것은 그때 가서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A씨의 대흥·성원·동진빌라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시행계획 무효확인 소송 관련 첫 재판은 오는 10월 10일 서울 서초동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