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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후폭풍’ 강남 넘어 강북으로…주민 불만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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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후폭풍’ 강남 넘어 강북으로…주민 불만 확산

사업지 곳곳 불만 제기 "조합원 분담금 늘어 사업정지 위기”
정부 시행 강행 입장에 비강남연대 “집단행동 등 공동대응”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지 전경. 사진=김하수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지 전경. 사진=김하수 기자
정부가 빼어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카드가 서울 시내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전역을 뒤흔들고 있다.

주대상인 강남 재건축단지 뿐만 아니라 강북의 재개발·재건축사업장들도 분양가상한제의 영향권에 들면서 강북일대 정비사업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공공택지에 시행 중인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조만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적용 지역과 시행시기 등을 조율 중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직접 가격을 통제하는 제도로 상한제가 적용되면 신규 분양가는 감정평가를 기준으로 한 토지 가격에 정부가 정한 표준 건축비 등을 더해 책정된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사업성과 직결된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싸게 책정되면 분양받는 이는 시세 차익을 볼 수 있으나 정비사업 주체인 조합원은 추가분담금이 커진다. 자칫 일반분양가보다 조합원 분양가가 높아져 조합별로 사업추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지금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있지만 규정이 느슨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사실상 영향을 받지 않았다. 현재 규정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점을 일반아파트는 '입주자 모집 단계',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착공 전 관리처분계획 신청 단계'로 정하고 있다.

이를 '입주자 모집 단계'로 통일시킨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이주·철거를 끝내고 착공과 분양을 앞둔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소급 적용을 받게 된다.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에는 관리처분 인가를 기다리고 있거나 이미 관리 처분인가를 받고 철거를 기다리는 단지들은 100여 곳에 이른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기정사실화되면서 강남 재건축단지 주민들의 불만이 극도에 이른 가운데 최근에는 강북 재건축·재개발 주민들도 분양가상한제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남권 집값을 겨냥한 정책에 강북까지 피해를 입게 됐다는 불만이다.
강북권의 대표적 재건축 사업 추진아파트인 성산시영아파트는 지난 2016년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최근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발주했지만,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도입 의사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성산시영 재건축추진준비위 관계자는 "이제 막 재건축 시작 단계에 돌입했는데 분양가상한제라는 어마어마한 폭탄을 맞게 됐다"면서 "분양가상한제가 재건축단지에도 적용되면 분담금이 늘어나 주민들이 사업을 꺼리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재건축을 시작도 못하게 막는 꼴"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은 올해 초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철거에 돌입할 예정이었지만 분양가상한제 여파로 골치를 앓고 있다.

양보열 대조1구역 조합장은 "최근 관리처분인가 승인을 받고, 조합원 분양신청도 완료한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 입주자 모집공고 단지로 확대될 경우 조합원들의 개별분담금 납부금액이 치솟아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강북권 내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아파트 주민들이 모인 '비강남연대'에선 최근 집단행동 등 공동대응 방침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강남연대 관계자는 "구역 내 원주민 조합원과 장기보유 조합원 대부분은 1주택자로 투기와 무관하다"고 강조하며 "이들은 주택가격 상승을 반기기보다는 보유세와 각종 부담금 증가를 크게 염려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서울 시내 재개발·재건축조합들의 거센 반발 속에서도 정부는 예정대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강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연구원은 29일 주간 국토정책브리프(Brief)를 내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서울 주택매매가격은 연간 1.1%p(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높은 분양가가 재건축재개발 등 주변 재고주택 가격을 동반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국토연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까지 확대할 경우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쏠린 투자수요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예상되는 개발이익이 줄어들면서 투자수요가 줄고, 높은 분양가로 주변 재고주택의 가격을 동반 상승시키는 효과도 차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