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파장 탓인지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지난해 12월 정부·한국전력·학계·소비자단체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고 TF는 내부 논의와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5월 주택용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3개의 누진제 개편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TF의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최종안이 선정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씁쓸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요란했던 진행 과정에 비해 결과는 허무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3개안 중 채택 가능한 안은 1개안, 즉 제1안인 '누진구간 확대' 뿐이었다고 말했다. 한 교수가 "최종안을 예상하는 것은 대학수능시험보다 쉬웠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실제로 국민의견수렴 게시판에서는 제3안인 ‘누진제 폐지’가 90%에 이르는 지지를 받았지만 TF는 어찌된 일인지 제3안을 완전히 묵살했다. '이럴라고 국민의견수렴을 했나'라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더욱이 TF가 선정한 최종안은 지난해 여름 정부가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방식 그대로이다. 이를 매년 7~8월 정례화한다는 내용만 다를 뿐이다.
한 전문가는 이번 개편 과정을 두고 산업부 관료들의 '진화된 복지부동'이라고 표현했다. 마치 정부의 ‘적극 행정’ 시책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열심히 일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아무 일도 안했다는 것을 비유한 표현이다.
올해 여름 전력 최대 수요기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할인 혜택 확대'라는 목표를 미리 정해 놓고 끼워맞추기식으로 진행한 듯 보이는 이번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작업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