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정보통신(ICT)과 헬스케어 분야에서 ‘글로벌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기 위한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미래 과학기술 역량을 전 세계를 선도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비영리재단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하고 해마다 뛰어난 수준의 연구과제를 공모해 국내 과학자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14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삼성은 ‘인류 발전 원동력인 과학기술을 육성해 더 나은 미래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겠다’는 이념으로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세우고 지난 2013년부터 10년간 1조5000억원을 출연해 기초과학, 소재기술,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517개 연구과제에 총 6667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해 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에는 상반기 연구과제로 ▲기초과학(16개) ▲소재기술(11개) ▲ICT(17개) 분야 등에서 총 44개 과제를 선정하고 총 617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 상반기 연구과제 선정에서 인공지능(AI), 5세대(5G) 통신, 로봇 등 미래 기술 연구 분야와 함께 난치병 치료를 돕는 기초연구과제 등 공익을 위한 과제도 포함했다.
삼성은 연구과제를 선정함에 있어 ‘사업성’, 즉 ‘돈이 될 수 있는가’ 여부는 고려대상에서 제외했다.
◇삼성 “국내 과학 경쟁력 떨어뜨리는 정부의 ‘성과’ 중심 R&D지원 풍토 바뀌어야”
삼성전자가 사업성이 보장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초과학 분야 투자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우리나라 제1 기업으로서 현재 성과 중심의 과학기술을 근본적으로 바꿔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초과학 연구의 질은 과학 선진국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는 게 국내 과학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한국의 연구원 1인당 과학 논문 수와 인용도, 연구개발(R&D) 투자 대비 기술수출액 비중은 각각 33위와 29위에 머물렀다. 연구기관의 질적 수준과 산학 연구협력 정도도 같은 기간 각각 32위와 27위로 밀렸다.
이는 정부가 해마다 쏟아 붓는 R&D 예산 규모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총 연구개발비 규모는 793억5400만 달러(94조2328억7500만 원)로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다음으로 세계 5위를 차지했다.
특히 같은 기간 GDP(국내총생산) 대비 총 연구개발비 비율은 4.24%로 이스라엘(4.25%) 다음으로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과학계는 이 같은 투자규모-질적수준의 미스매치(불일치) 원인은 ‘결과를 중시하는 정부의 R&D 풍토’에 있다고 꼬집는다.
음두찬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장(상무)은 “정부·연구재단을 통해 약 25조원 이상 규모의 국책 연구과제가 이뤄지고 있으나 결과만 중시한다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국내 과학기술 R&D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측면에서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하고 사업성에 관계없이 기초과학 분야에 대규모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안전한 육로보다는 험한 바다에 과감히 도전하는 연구 풍토를 정착하고 반복되는 실패에 흔들리지 않고 긴 호흡으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이를 통해 우리 과학기술이 진정으로 세계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도약하는 데 전력하겠다"고 밝혔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