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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칼럼] 대중적 음식 공포와 음식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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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칼럼] 대중적 음식 공포와 음식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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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어렸을 때 귀신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공포(恐怖)'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귀신 이야기를 들은 날 밤이면 평상시 잘 다니던 골목길도 귀신이 뒤따라오는 것 같아 머리카락이 얼마나 쭈뼛거렸던가. 공포는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다. 예방주사를 좋아하는 아기도 없고, 치과의 드릴 소리를 즐기는 사람도 없으며, 고소공포증이 있으면서 낭떠러지를 찾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귀신이 아니라 음식이 공포를 일으킨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우리가 먹는 맛있는 음식 때문에 우리 마음이 불안해진다면 말이다. 음식을 이용한 독살을 염려하던 고려·조선시대의 왕들은 아마 이런 공포를 잘 이해할 것이다. 그래서 식의(食醫)를 두어 자신에게 올리는 음식을 조사, 감별, 통제하도록 하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음식 공포(fear of food)는 왕이 아니라 백성인 우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이 음식 공포는 개인적 음식 공포(individual fear of food)와 대중적 음식 공포(public fear of food)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에는 알레르기 유발 음식이나 경험해보지 못한 타민족의 음식과 같이 특정음식에 대해 느끼는 개인적 공포, 즉 푸드 포비아(food phobia)가 있고, 후자에는 병원균이나 발암물질과 같이 음식에 들어있는 위해요소로 인해 일반인이 공통으로 경험하는 대중적 공포가 있다. 두 가지 공포가 다 중요하지만 여기서는 주로 후자의 대중적 음식 공포로 인해 발생하는 음식관련 사건·사고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대중적 음식 공포가 문제가 되는 주된 요인은 그 파급력에 있다. 과학적 원인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도 대중적 공포는 폭발적으로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음식관련 사건·사고는 아주 작은 것도 커질 수 있고, 안 일어나도 되는 것도 일어날 수 있다. 어느 경우든 공포의 크기가 원인의 무게에 비해 너무 크다면 사회적 손실은 뼈아프다.

예를 들어 2004년 '불량만두소' 사건을 되짚어보자. 소비자들은 '쓰레기 만두'라는 선정적 보도에 휩쓸려, 과학적으로 얼마나 해로운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만두를 짓밟았고, 관계부처 간판에 만두를 던졌다. 그 결과 마트의 만두코너는 텅 비었고, 만두가게 손님도 뚝 끊겼으며, 문제 만두는 10%에 불과한데 만두시장은 100% 꽁꽁 얼어붙었다. 파급력은 이렇게 컸지만 정작 문제가 된 단무지 자투리의 위해성은 그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다.

물론 공포의 핵심은 위해성이 잠재되어 있는 단무지 자투리를 사용했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공포를 일으킨 원인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 예방을 위해 관련업체들은 음식윤리의 소비자 최우선 원리를 제대로 지켰어야 했다. 이 원리는 '엄마의 된장', '아빠의 빵', '주인도 먹고 손님도 먹는 음식' 등과 같이 표현할 수 있는데, 잠재적인 위해성조차 거론할 여지없는 '착하고 바른' 음식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원리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대중적 음식 공포 문제는 음식윤리의 관점으로 풀어야 제대로 풀 수 있지 않을까?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