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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사람'과의 간담회… 재계는 거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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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사람'과의 간담회… 재계는 거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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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지난 10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을 찾았을 때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 총리가 방명록에 ‘사인’을 할 수 있도록 의자를 직접 빼주고 있었다. 방명록 작성이 끝난 다음에는 그 의자를 다시 집어넣었다.

이어 열린 간담회에서는 이 총리가 ‘모두발언’을 하는 동안 두 손을 모으고 가끔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메모장에 이 총리의 발언을 메모하기도 했다.

‘기념촬영’이 빠질 수 없었다. 이 부회장은 “양복 입은 사람은 빼고 작업복 입은 사람만 찍자”고 제안했고, 촬영 대열이 만들어지자 “저도 들어가서 한 장 찍어도 되겠습니까” 하고 묻기도 했다.

‘연합뉴스’는 이같이 보도하면서 이 부회장이 이 총리를 ‘극진하게 예우했다’고 밝히고 있었다.

그렇지만 좋게 표현하면 ‘극진한 예우’였고, 조금 깎아서 표현하자면 ‘극진한 저자세’라고 할 수도 있을 듯한 보도였다.

최근 들어 ‘높은 사람’들과 재계의 간담회가 줄을 잇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 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물론이고 장관들도 재계와 잇따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도 간담회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챙기기’의 일환일 것이다.

하지만, 간담회가 너무 잦아지면 재계는 되레 껄끄러울 수도 있다. 재계는 높은 사람과의 간담회를 감히 거절할 ‘담력’이 없기 때문이다. 간담회 일정이 잡히면 참석해야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이 부회장과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는 이달 들어서만 최소 2차례, 최대 6차례의 대내외 행사나 사업장 방문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 부회장의 경우는 문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주최한 신년회에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모두 5차례나 대내외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2일 문 대통령의 신년회에 참석했고, 15일에는 청와대 초청 기업인 행사에, 17일에는 울산에서 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수소 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 참석했다. 올해 들어서만 대통령 행사에 연거푸 3차례나 참석한 셈이다.

높은 사람과 만나는데 ‘준비’가 없을 수는 없다. 자료를 챙기거나, 건의할 내용을 미리 가다듬는 등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인력 투입과 경비 지출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이른바 ‘타운홀 미팅’이라는 이름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고는 하지만, 정작 참석자들이 편하기도 힘들 노릇이다. 이 총리의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 방문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건의 사항도 제대로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최저임금 보완’에 관한 거의만 봐도 그랬다. 최저임금 적용 차등화에 대한 홍 부총리의 답변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었다는 보도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 확대도 다르지 않다. 기업의 투자 계획은 기업 스스로 판단해서 세워야 정상이다. 고용 계획도 마찬가지다.

간담회에서 ‘높은 사람’이 투자와 고용을 강조하면 재계로서는 ‘압박’이나 ‘강요’로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마지못해서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확대할 경우, 이는 기업으로서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정부가 나서서 투자를 하고 고용을 늘리라고 일일이 참견할 때는 이미 지나도 한참 지났다. 과거 독재정권 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정부가 할 일은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정선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