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는 동사로 '가다'…명사로는 '바둑' 의미
영어권 "바둑은 일본이 종주국" 인식
영어권 "바둑은 일본이 종주국" 인식

그런데 대결에 앞서 바둑의 미래 서밋과 알파고의 영문명에는 모두 'GO'가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어사전을 살펴보면, 'GO'는 동사로는 '가다'라는 뜻인데, 명사로는 '바둑'을 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둑은 분명 중국 대륙에서 시작해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넘어갔는데, 왜 '알파치'가 아니고 '알파고'일까.
중국과 한국에서 바둑을 뜻하는 한자는 '치(棋. 한국명 기)'다. 바둑을 두는 사람은 '치셔(棋士. 기사)', 바둑을 두는 곳은 '치원(棋院. 기원)' 이라고 한다. 하지만 바둑을 뜻하는 '기(棋. 중국음 치)'를 일본식 이체자에서는 '碁(고. go)'로 표기한다. 그런데 왜 영문 표기에 바둑을 'GO'라고 할까.
이는 영어권에서 이미 바둑을 일본이 종주국이라고 알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자 한 자를 잃음으로써 중국은 바둑의 종주국 자격을 박탈당한 것이다. 물론 지금은 역사 속에서 중국 대륙이 바둑의 기원이라는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지만, 지금껏 봐온 일본의 소행을 감안할 때, 몇 대가 지나면 알파고를 빌미로 한자도 일본이 종주국이라고 우길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가까이에서도 우리 고유의 글자들을 잃어버린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상가(喪家) 조문을 가게 되면 입구에 걸려있는 조기와 등을 볼 수 있는데, 거기에는 '근조(謹弔)'라고 적혀있다. 여기서 '조(弔)'는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한자로, 우리의 조상이 큰 활을 메고 다녔던 동이족을 뜻한다.

중국은 한자의 종주국을 자처하기 위해 고대 동이족이 사용하던 한자를 무던히도 없애기 위해 노력해 왔다. 오늘날 슬그머니 바둑을 일본에 빼앗겨 버린 것과 마찬가지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