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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 경제학(32)] [필리핀 투자(2)] 헌법 개정절차…2019년 국민투표 이전 외국인투자법 개정 여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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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 경제학(32)] [필리핀 투자(2)] 헌법 개정절차…2019년 국민투표 이전 외국인투자법 개정 여부 주목

외국인투자법 네거티브 리스트
업종에 따라 투자 지분 세분화

대부업 등 일부 지분 100% 허용
토지소유 금지는 유지 가능성


지난 편에서 두테르테 정부의 경제 계획과 필리핀 헌법 개정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에는 헌법 개정 절차와 개정 시기 등에 대해 알아보자. 필리핀 언론은 ‘헌법 개정(Change Chapter)’을 줄여서 ‘차-차(Cha-Cha)’라고 부른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를 쓰고 부르기 편하게 줄인 약어다. 필리핀 헌법에서 규정한 헌법 개정 방법은 ①국민발의(People’s Initiative) ②헌법개정의회(의회를 통한 헌법개정, 상하양원 구성원 모두로 구성, Constituent Assembly, Con-Ass) ③헌법대표자회의(하원 지역구별로 선출된 헌법 개정 대표자의 모임, Constitutional Convention, Con-Con) 중 하나의 방법을 선택한다. 위 세 가지 선택 방법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으로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헌법 개정안이 통과된다.

2016년 11월 16일자 필리핀 ‘ABS-CBN NEWS’ 보도에 의하면 ‘87년 헌법 개정’을 위한 ‘의회 내 소위원회(The House Committee, 이하 ‘소위원회’)’가 활동을 개시했다. ‘소위원회’는 특별한 사안(여기서는 ‘헌법 개정’)을 취급하기 위하여 하원(The House of Representatives)이 지명한 사람들의 모임(위원회)이다. 이에 앞서 소위원회는 헌법 개정의 방법(절차)으로서, ‘헌법개정의회(Constituent Assembly)’ 방식을 채택했다. 헌법개정의회 방식이란 상하양원 모든 구성원의 4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개정안이 통과된다.

두테르테 대통령도 처음엔 ‘헌법대표자회의’를 통한 헌법 개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헌법대표자회의’는 헌법 개정을 위한 대표자를 새롭게 국민투표로 뽑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막대한 선거비용과 무엇보다도 오랜 시일이 걸리는 것을 염려하여 ‘헌법개정의회’를 통하여 헌법을 개정하기로 선회했다. ‘국민발의’는 구심점이 없어 추진이 어려우므로 처음부터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헌법개정의회’를 통한 절차는, 우선 ‘소위원회’에서 청문회를 통하여 ‘헌법개정안’을 만든다. 이어서 ‘헌법개정의회’의 심의와 투표를 통하여 헌법개정안을 통과시키고, 마지막으로 국민투표의 과반수 찬성으로 개정안이 확정된다.

▶ 헌법 개정 시기


필리핀 독립 이후 지금까지 헌법대표자회의를 통하여 ‘87년 개정 헌법’을 포함한 다섯 차례 헌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87년 헌법’은 1987년 이후 역대 3명의 대통령(베니그노 아키노3세 제외)에 의해 헌법 개정 시도가 있었지만 개정에 실패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절차가 단축되고 성공 가능성이 좀더 높은 헌법개정의회 방식을 채택했다. 헌법 개정을 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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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갈 길이 멀다. 2019년 중간선거와 동시에 헌법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2년 반가량이 남았다. 과연 헌법 개정이 이루어질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역대 3명의 대통령이 헌법 개정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욱 헌법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필리핀 통계청의 2016년 3분기 통계를 보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1%(전년 동기 6.2%)이다. 1990년대부터 평균 5% 정도의 높은 성장률이다. 이 정도면 세계 최고의 성장률이고 굳이 헌법 개정의 필요성이 없다. 하지만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통계, 현실과 상반되는 성장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동남아 주변 국가들은 발전을 거듭함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은 ‘아시아의 병자’라고 스스로 진단하고 있다. 두테르테 정부는 헌법 개정을 통하여 동남아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투자유치를 희망하고 국민들의 일자리가 늘어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번만큼은 헌법이 개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 외국인투자법(Foerign Investment Act)과 상원법안


애초 두테르테 ‘경제정책 8개 어젠다’에서 외국인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헌법과 법률’을 고치겠다고 했으나 수정된 ‘사회경제정책 10개 어젠다’에서 ‘헌법’ 개정(만)을 명시하고 있다. 1987년 헌법이 개정된 이후인 1991년 ‘외국인투자법’이 제정되었다. 헌법 경제조항은 단순하게 외국인 40% 지분제한이다. 외국인투자법 네거티브 리스트(Negative List ‘A’ ‘B’)에서 업종에 따라 외국인투자 지분이 세분화되어 있다. 업종에 따라 외국인 지분을 0%, 20%, 25%, 30%, 40%, 49%, 60% 등으로 제한하고 여기에 해당되지 않으면 100% 허용한다고 해놓았다. 자본금 250만 달러 이상 투자하는 소매업, 카지노업, PEZA(Philippine Economic Zone Authority)•SBMA(수비크경제자유구역)•CDC(클라크경제자유구역) 등에 입주한 기업, 네거티브 리스트에 없는 60% 이상 수출기업 및 자본금 20만 달러 이상의 내수기업 등 극소수 분야에 대해 외국인 지분을 100%까지 허용하고 있다. 네거티브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는 업종이더라도 해당 업종별 관련 법에서 외국인투자를 금지하기도 하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위와 같이 외국인투자 100% 지분이 가능한 업종은 매우 제한적이다. 법 취지는 외국인 투자를 환영한다면서 사실상 외국인 투자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제한(금지)법인 셈이다.

그런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16년 1월 18일자 상원 보도 자료에 따르면 대부업(Lending Company), 금융회사(Financing Company), 투자신탁회사(Investment House)를 외국인투자법 네거티브 리스트(2015년 5월 29일자 수정)에서 제외하고, 이 업종에 대해서는 외국인 투자를 100% 허용하기로 하는 상원법안(Senate Bill No.3023)을 통과시켰다. 국민들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한편 외국인투자 기업은 토지를 소유하지 못하고 단지 최장 50년(25년 추가연장 가능) 임대하여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외국인 지분 40% 이하인 경우 토지소유가 가능하다. 외국인 토지소유 금지는 계속 유지할 모양이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경제정책 8개 어젠다에서 외국인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헌법과 법률을 고치겠다고 했으나 수정된 ‘사회경제정책 10개 어젠다’에서 ‘헌법’ 개정(만)을 명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경제정책 8개 어젠다에서 외국인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헌법과 법률을 고치겠다고 했으나 수정된 ‘사회경제정책 10개 어젠다’에서 ‘헌법’ 개정(만)을 명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87년 헌법 경제조항’과 ‘외국인투자법’ ‘상원법안’ 사이에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괴리가 있다. 헌법에는 외국인에 대해 40%로 지분을 제한하고 하위 법인 외국인투자법과 상원법에는 40%를 초과하는 업종과 지역이 있기 때문이다. 헌법을 최상위 법으로 인식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우리 기준으로는 ‘헌법재판소’ 제소 감이다. 관습법인 영미법과 성문법인 대륙법 체계의 차이점 때문이라고 본다. 미국이 스페인을 몰아내고 필리핀을 재점령하면서 공식 언어는 스페인어에서 영어로, 법률도 미국식 법률체계로 바꾸었다.

헌법 개정은 2019년 국민투표까지 기다려야 한다. 헌법 개정 이전이라도 외국인투자법 등을 전면 개정하여 외국인투자를 개방할지 지켜 볼 일이다. 외국인 투자개방은 더미(Dummy)에게 지분을 위장 분산하여 사업을 하고 있거나 투자하고자 하는 외국인투자자(교민 포함)에겐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그리고 과두 집권층 일원과 그 기업을 제외하고 가난하고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절대 다수 필리핀 국민이 더 원하는 일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검은 백조(The Black Swan)'인가 길조인가

미국 추종 대외정책에 반기
국민·외국인 투자가들은 환영


레바논 계 미국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가 ‘검은 백조’라는 책을 지었다. 어린 시절 레바논의 전쟁과 미국 월가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 불가능성의 출현’이 경제와 금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쓴 책이다. “0.1%의 가능성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의미다. 2016년 ‘검은 백조’가 몇 차례 출현했다. 우선 4월 13일 우리나라 총선에서 여당 압승이라는 여론조사를 깨고 야당이 과반을 차지했다. 경제는 하강한 지 오래고 미래 또한 암울한 비관론뿐이다. 취준생•실업자•퇴직자•자영업자만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분노와 분열만 키우고 국민들은 각자도생(各自圖生)해야 할 판이다. 6월 24일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는 세계적인 검은 백조의 출현이다.

개표가 시작되는 날에도 브렉시트는 물 건너갔다는 뉴스 일색이었다. 오후가 되면서 결과는 뒤집어졌다. 파운드화는 폭락하고 기업들의 런던 이탈이 현실화되었다. 11월 9일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 역시 대 이변이었다. 개표가 시작되면서 모든 매체들이 클린턴의 당선을 보도했다. 결과는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채권 값은 떨어졌다. 위 선거의 공통점은 정치적 비주류 또는 잠재된 다수의 불만 세력이 세상을 뒤집었다. 잠재되어 있었지만 언론 등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에 앞선 5월 9일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두테르테가 당선되었다. 여론조사에서 당선이 예측되었다. 그러나 두테르테 출마 당시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 점에서는 ‘검은 백조’라 할 수 있다. 마약사범을 사살하고 미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대외정책에 반기를 드는 등 필리핀 국민에게는 신선한(속 시원한), 마약사범과 인권주의자에게는 잔혹한, 미국엔 배신감을 안겨주는 충격을 주었다. 필리핀 국민과 외국인 투자가에게 두테르테는 검은 백조라기보다 길조(吉鳥)로 보인다. 치안이 안정되고, 부패가 감소하고, 외국인 투자가를 맞기 위한 준비(헌법 개정 등)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기치 못한 사태가 터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대신 기회를 놓친 것을 안타까워해야 한다”고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말했다. 필리핀과 두테르테에게 대비해 보자.
황상석 전 NH농협증권 PI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