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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 경제학(31)] [필리핀 투자(1)] 두테르테 대통령 경제정책은?…외국인 투자 지분 40% 제한 경제발전 걸림돌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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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 경제학(31)] [필리핀 투자(1)] 두테르테 대통령 경제정책은?…외국인 투자 지분 40% 제한 경제발전 걸림돌 작용

빈부격차 심하고 대다수 국민 빈곤
새 정부, '헌법 경제조항' 개정 추진
외국인 투자가도 규제 해제에 관심

필리핀 투자 근본적 진입장벽
오랜 식민지배 경험서 나온 산물
실상은 기득권층 보호수단 전락

베트남의 바다 건너 이웃 나라 필리핀. 두 나라는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유럽(스페인, 프랑스)과 미국, 일본의 침략과 식민 지배를 당한 공통의 쓰라린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념과 정치체제는 서로 다르다. 베트남은 프랑스, 미국과 독립전쟁을 하면서 사회주의 체제를 도입했으나 필리핀은 미국에서 물려준 자본주의 국가로 출발했다. 필리핀은 전쟁 없이 미국의 지원하에 베트남보다 훨씬 풍요롭게 살았다.

미국이 베트남과 전쟁하는 동안 필리핀은 미군의 배후기지(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비크 만 해군기지) 역할을 하면서 풍요를 누렸다. 구 월남이 패망하자 구 월남 정부와 군에 종사했던 수많은 난민들이 보트피플이 되어 필리핀 해안으로 밀려왔다. 필리핀은 베트남 보트피플의 최대 난민수용소였다.

현재의 필리핀은 빈부격차가 심하고 국민 대다수가 빈곤에 허덕인다. 그리고 치안이 매우 불안한 나라다. 올해 6월 취임한 두테르테(Rodrigo Duterte) 대통령의 마약사범 소탕은 전 세계적 관심거리다. 하지만 두테르테의 경제 정책은 잘 모르고 있다. 외국인으로서 필리핀에 실물 또는 금융투자를 생각한다면 필리핀의 경제정책 방향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보아 온 두테르테는 걱정스러울 정도로 용기(강단) 있고 직선적인 막말을 하는 대통령이다. 생각을 가다듬기 전에 감정적인 말이 먼저 나오는 성격이다. 앞서가는 말과 법 무시 때문에 정적과 언론 및 외국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직선적인 솔직성 때문에 필리핀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마약과의 전쟁(저항하면 사살하는 말 그대로의 전쟁임)은 비록 대통령이지만 목숨을 내건 도전이고 용기다. 임기를 채울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마약과 총기사고가 횡횡하는 나라는 남미 몇몇 국가와 미국 그리고 필리핀 등이다. 과거 스페인과 미국이 지배하던 나라다. 식민지배의 나쁜 유산이 지금까지 필리핀을 괴롭히며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 두테르테의 ‘10개 경제정책 어젠다’

사실 두테르테는 경제를 잘 모른다. 두테르테는 스스로 경제를 잘 모르므로 경제를 잘 아는 사람에게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했다. 지난 9월 23일 라몬 로페즈 무역부 장관은 대통령궁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대한 두테르테의 공격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경제정책은 무역협정을 준수하고 외국투자를 보호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가끔 정제되지 않은 직선적 어투로 인하여 외국인투자가를 불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말은 가급적 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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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대통령 선거 직전 ‘두테르테의 8개 경제 어젠다(The 8-point Economic Agenda)’를 발표했다. 이어서 좀더 세분화된 ‘10개 사회경제 어젠다(The 10-point Socioeconomic Agenda)’를 발표했다. 두테르테 정부 6년간(2017~2022)의 ‘사회경제발전계획’인 셈이다. ①현재의 재정•금융•무역정책을 포함한 거시경제정책을 지속한다. ②세제개혁안을 2016년 9월까지 의회에 제출한다(9월 23일 의회에 제출했음). ③지방도시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든다. 그리고 외국인 직접투자를 높이기 위하여 외국인 지분제한에 대한 헌법적, 법률적 제한을 푼다. 단 토지소유권은 제외한다.

④PPP(Public-Private Partnerships, 인프라 등에 대한 민관합작투자사업의 일종)를 중심으로 하여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5%를 인프라 시설에 투자한다. ⑤농촌과 농업발전을 위한 가치사슬을 형성하고 농촌기업의 생산성과 농촌관광을 활성화한다. ⑥투자를 장려하기 위하여 토지 거주권에 대한 안정성을 보장하고 토지행정과 등록기관에서의 주소(지번) 장애를 해소한다. ⑦건강과 교육 시스템을 포함한 인재개발에 투자하고 (인력과 기업의) 기술을 매치시키고 기업과 민간분야의 (인력)수요에 부합하도록 훈련한다.

⑧과학과 기술, 자립을 위한 혁신, 창조적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창조예술을 증진한다. ⑨불안과 경제적 쇼크에 직면한 빈곤층을 보호하기 위하여 정부의 ‘조건부 보조금 지원(CCT, Conditional Cash Transfer)’ 프로그램을 포함한 사회보호시스템을 강화한다. ⑩재정과 가족계획에서 특히 빈곤한 가정에 대한 ‘책임 있는 부모님과 생육건강법’ 시행을 강화한다. 이상의 10개 어젠다는 필리핀의 경제 사회•복지 교육부문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인 동시에 개선 발전시켜 나가야 할 핵심이다. 이 중 외국인투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헌법 경제조항’ 개정에 대해 우선적으로 알아보자.

▶ 헌법 경제조항과 그 문제점

‘헌법 경제조항 개정’은 두테르테 경제정책의 세 번째 어젠다이다. 사실 필리핀은 ‘헌법 경제조항’을 시급히 개정해야 할 조치로 인식하고 있다. 현재 대두되는 필리핀 헌법 개정의 세 가지 핵심은 ①경제조항 개정 ②연방제 ③의회시스템 개헌이다. 두테르테 정부는 이 중 경제조항 개정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 1987년 개정헌법 제12장 ‘국가 경제와 기본재산(세습재산)’에서 외국인은 필리핀에서 총 투자 지분의 40%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게 규정했다. 한편 대통령은 투자범위(40%)를 초과하여 외국인과 투자계약을 할 수 있으나 30일 이내에 국회에 통보하도록 했다.

외국인의 필리핀 투자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진입장벽이다. 자국의 자산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오랜 식민지배의 뼈아픈 경험에서 나온 역사적 산물이다. 그러나 실상은 소수 기득권 즉, ‘과두제 집권층 일원(Oligarch)과 그들이 소유한 기업’의 보호수단이 되어버렸다. 반면에 백성들은 일자리가 없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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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노스 코타바토주의 마킬랄라에서 지난 10월 28일 경찰들이 마약범들이 타고 가던 자동차안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제 필리핀 사람들은 왜 자신들이 점점 못살게 되었는가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라모스(Ramos), 에스트라다(Estrada), 아로요(Arroyo) 정권 시절에도 ‘1987년 헌법’ 개정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했다. 베니그노 아키노 전 대통령은 어머니인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이 ‘1987년 헌법 경제조항’을 넣었기 때문인지 의회의 헌법 개정요구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이렇듯 경제조항 개정을 위해 노력했지만 지금껏 개정하지 못하고 있다. 두테르테 정권이 다시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에 대한 잠금장치가 언제쯤 풀릴지, 필리핀 국민뿐만 아니라 외국투자자들도 학수고대하고 있다.

● 헌법 경제조항 개정 왜 잘 안되나

빈곤에 허덕여도 외국기업 배척
과두제 집권계층 소유기업 보호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일찌감치 외국인의 중국내 투자와 부동산 매입을 허용했다. 그 결과 사회주의 빈곤국가에서 이제 미국과 어깨를 겨루고 있다. 이웃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도 오랜 숙고 끝에 2015년 투자법, 주택법 등 개정을 통하여 외국인의 기업 설립 완화와 주택 및 아파트 매입을 허용했다. 베트남이 자본주의 국가 필리핀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다음은 전임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 시절인 2012년 9월 헌법 경제조항 개정을 강력히 주장하면서 쓴 칼럼의 일부분이다. “필리핀은 ‘아시아의 병자’로 전락된 지 오래 되었다. 필리핀의 난폭함과 자유분방함, 그리고 비정상적인 미국식 민주주의에 의한 극도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우리 문제를 스스로 풀지 못하고 있다. ‘1987년 헌법 경제조항’은 우리나라(필리핀)가 지속적으로 빈곤과 저개발에 허덕이게 하는 가장 큰 원인임이 분명하다. 헌법 개정의 본질은 필리핀 경제를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한다. 빠르고도 대규모 일자리 창출의 가장 큰 장애물은 보호주의적 경제조항(외국인의 40% 지분한도 제한)에 따른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결핍이다. 이는 곧 국내 과두제 집권층을 보호하기 위하여 과두제 집권층이 소유한 기업의 잠재적 경쟁자일 수 있는 외국기업을 배척하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보호주의 경제조항이 헌법에 포함된 이후부터 헌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변화시킬 실질적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필리핀 언론의 자기비판적인 진단이다. 강렬하고 핵심을 찌르는 헌법 개정 요구다.

“외국인 직접투자를 어렵게 하는 ‘초민족주의적 헌법조항’을 제거해야 한다. 헌법 개정의 당위성은 만성적인 실업과 불완전 고용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일자리의 대량 창출을 첫째 목표로 삼아야 하며 해외근로자(Overseas Filipino Workers, OFW)의 국내 배치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해외에서 일하는 수백만명의 필리핀 국민은 부를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 있는 그들 가족의 생활필수품 구매를 지원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임 베니그노 아키노3세 대통령의 ‘헌법 경제조항 개정불가’는 요지부동이었다. 다음 편에는 ‘1987년 헌법 경제조항’에 대한 두테르테 정부의 개정 절차와 시기 등에 대해 알아본다.

필리핀의 ‘1987년 헌법’은 1983년 피살된 베니그노 아키노2세(애칭 ‘니노이’) 전 상원의원의 부인인 코라손 아키노(애칭 ‘코리’) 전 대통령에 의해 개정되었다. 베니그노 아키노3세 전 대통령의 어머니다. 아키노3세의 부계와 모계는 모두 필리핀의 대표적인 ‘과두 집권층의 일원’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아키노 가문은 필리핀 혁명군을 조직하여 스페인과 미국에 독립전쟁을 이끈 미아농 아키노(Mianong Aquino)로부터 시작된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장 강력한 가문(Clan) 중의 하나다. 아키노3세의 할아버지 베니그노 아키노1세는 중부 루손의 딸락(Tarlac) 출신으로 하원의장과 상원의원을 지냈다.

아키노3세의 외가는 ‘코후앙코 가문(Cojuangco Clan)’이다. 1861년 중국 푸젠성에서 이주해 온 ‘허옥환(許玉寰, Co Yu Huan)’의 스페인식 이름이 코후앙코다.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대농장 소유주이며 여러 개의 은행과 무역회사를 가지고 있으며 유력한 정치인을 배출한 필리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문(Clan)이다. 2011년 9월 아키노3세는 대통령의 신분으로 선조의 고향인 중국 푸젠성을 방문하기도 했다. 스페인계 아얄라 가문(Ayala Clan) 등과 결혼으로 맺어져 있다.

베니그노 아키노2세 상원의원과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이 필리핀 민주주의에 크게 공헌했지만 경제적으로는 ‘헌법 경제조항 개정’을 통하여 그들 두 가문이 속한 과두 집권층 일원과 그들 기업만을 보호하고 국민들을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한 원인을 제공했다.
황상석 전 NH농협증권 PI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