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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산업지도 "제 2막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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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산업지도 "제 2막이 열렸다"

사라지는 철강회사들, 포스코-현대제철 투톱 체제, 세아그룹의 부상 등 새 판 짜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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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김국헌 기자] 철강산업지도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 한보철강 이후 확 바뀐 철강 산업지도의 제 2막이 열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과거 한보철강 부도 이후 국내 철강업계는 포스코 원탑체제로 완벽히 탈바꿈했다. 포스코를 중심으로 냉연사, 강관사, 봉형강 철강사들로 철강산업 지도가 재편됐다.
철강 공급부족 시대에서 포스코의 힘은 무소불위였으며, 모든 철강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파워를 과시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철강재 공급초과 현상이 심화되고,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범람하며, 현대제철이 제 3고로까지 짓게 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판이 다시 짜여지고 있다.

두가지 큰 변화는 포스코 원톱(One-Top)시대에서 포스코, 현대제철 투톱(Two-Top) 시대로 변화했다는 점과 인수 합병 및 회사 축소 등으로 철강 대기업들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현대제철의 3고로 진출로 판재류 시장에서 포스코의 독점적 지위는 사라졌다. 중국의 어마어마한 생산능력을 앞세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저가 수출공세는 포스코의 시장지배력을 뺏고 이익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상황은 현대제철의 철강업계에서의 지위를 급상승시켰다. 현대제철->현대기아차로 이어지는 차강판 수직공급화는 포스코마저 갖지 못하는 현대제철의 가장 막강한 힘이다. 캡티브 마켓의 보유유무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현 시기에 포스코의 경쟁력을 일부 분야에서 앞서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투탑체제가 공고히 되는 동안 그 아래 단계에 있는 회사들은 합병, 축소 등으로 사라져 버렸다. 창립된지 50년이 넘은 국내 대표적 냉연업체인 유니온스틸은 모사인 동국제강에 합병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유니온스틸의 냉연사업 경쟁력은 컬러, 도금재 부분에서 뛰어났지만 동국제강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합병이라는 희생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다.
자동차강판 전문기업으로 승승장구하던 현대하이스코도 현대제철에 합병되면서 사라졌다. 현대하이스코는 현대제철의 냉연사업부라는 얘기가 돌기도 했고, 합병될 것이란 소문이 예전부터 무성했다가 현실화 된 케이스다.

동부제철은 1조 500억원이라는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전기로 제철소의 계속된 영업손실로 돈을 벌어 이자도 못 낼 정도로 사태가 어려웠고, 결국 전기로 제철소 가동을 지난해 12월 중단했다. 열연사업을 접으며 다시 냉연단압밀로 복귀했지만 회사는 말도 못하게 축소됐다. 지난해 말 임직원 300여명을 떠나보내며 일부 부서는 사라졌고 통폐합됐다.

회사가 사라지거나 축소되는 동안 세아그룹은 오히려 덩치를 키우며 철강업계 3위로 올라섰다. 이미 지난해 전체 매출 기준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기존 3위였던 동국제강을 밀어낸 것이다. 세아그룹은 올해 포스코로부터 세아창원특수강(전 포스코특수강)까지 인수하며 2강(포스코, 현대제철) 1중(세아그룹)의 하나로 자리메김하는 분위기다.

현재 새롭게 쓰여지고 있는 철강업계의 산업지도는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다. 철강 공급과잉, 중국의 저가 수출 등이 지속되는 한 철강업계의 구조조정 역시 지속될 수 밖에 없으며, 철강 산업지도 역시 어떠한 변화가 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보철강 부도 이후 포스코 원탑시대가 오랜기간 지속됐지만 지금은 포스코-현대제철 투탑시대에 중소 철강사들의 생존과 죽음이 반복되며 판이 새로이 짜여지고 있다"며 "철강산업 지도의 제 2막이 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국헌 기자 k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