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U.R.F모드’가 적용된 소환사의 협곡에서는 ‘꿀잼’ 챔피언을 골라 상대의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보낸 자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노잼’ 챔피언으로 그저 회색 빛의 모니터만 한 없이 바라보는 자의 허탈한 웃음소리로 메아리쳤다.
하지만 이는 향후 다른 챔피언들의 더 엄청난 활약을 간과한 것이었다. 헤카림은 무한 ‘회오리베기’ 공격에 ‘공포의 망령’으로 체력을 회복하고 ‘파멸의 돌격’으로 끝까지 쫓아와 여러 플레이어를 절망하게 만들었다.
헤카림을 못 당해내는 것이 내 손의 문제가 아님을 증명하는 경기가 있었으니 바로 ‘U.R.F모드’ 기념 프로게임팀 나진소드와 CJ블레이즈의 이벤트 경기다. 이 경기에서 나진소드의 ‘리미트’ 주민규는 문제의 헤카림을 선택해 ‘U.R.F모드’에 도전했다. 주민규의 헤카림은 미니언이 나오기도 전에 CJ 블레이즈 선수 2명을 제거하고 경기 내내 실제였다면 엄청나게 끔찍했을 학살극을 펼쳤다.
니달리의 핵창도 무서웠다. 몇 번을 피해도 끊임없이 날라오는 핵창에 대부분은 무너지고 말았다. 소나는 정말이지 끝이 없는 ‘용맹의 찬가’를 쏟아내 상대를 아름다운 회색 화면 속에 잠기게 했고 연약한 소라카는 절대 쓰러지지 않는 만화 주인공 통키 같았다.
알리스타를 만나면 쉴 새 없이 하늘과 가까워지는 스카이콩콩을 타는 듯한 스릴을 느낄 수 있었고 스카너가 태생이 탱커였는지 딜러였는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에 라이엇게임즈는 ‘U.R.F모드’가 처음 출시된지 3일 만인 지난해 4월 4일 소나를 금지시키고 4월 8일 모드 마감 예정일에는 챔피언을 대거 금지시켰다. 금지된 챔피언은 ‘꿀잼’ 챔피언으로 명성과 원성이 자자했던 니달리, 소라카, 스카너, 알리스타, 케일, 헤카림이었다.
또 지난 번 ‘U.R.F모드’에서 밸런스 조절에 실패한 라이엇게임즈가 이번엔 28명의 챔피언에 수정을 가하며 최대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겨우 7명의 챔피언만 수정하며 ‘U.R.F모드’를 시작했다.
어찌됐든 ‘U.R.F모드’는 시작됐고 우리는 즐기면 된다. 단, "지난해 ‘꿀잼’ 챔피언을 기억하돼 맹신하지는 말 것"이 결론이다.
김용현 기자 dotor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