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6일 '시스템 반도체 분야 수출·투자 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반도체 생태계 강화 전략을 공개했다. 앞서 전날 발표한 국가 첨단산업 육성책의 후속 조치 중 하나다.
이 중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점유율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글로벌 주도권을 잡고 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으로 불리는 이유다.
실제 시스템 반도체의 핵심 분야인 설계(팹리스) 부문은 인텔·퀄컴·엔비디아 등 미국계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파운드리(수탁생산) 부문에서도 대만의 TSMC가 전체 시장의 58%(2022년 4분기 기준·트랜스포스 출처)를 차지하고 있으며, 제조 장비 부문의 경우 미국과 네덜란드, 일본 기업들이 수위를 다투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시스템 반도체를 구성하는 3대 사업부문에서도 특히 ‘팹리스’를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를 주도함으로써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팹리스 업체들이 쥐게 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집중하고 있는 파운드리 부문 역시 팹리스 업체들로부터 물량을 받아야 하는 수주산업인 만큼 팹리스 산업 규모를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그러나 국내 팹리스 업계는 아직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 작은 수준에 불과하다. 팹리스 부문 글로벌 1위 업체인 퀄컴은 지난해 48조원의 매출액을 올렸으며,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엔비디아도 지난해 28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국내 대표 팹리스 업체로 손꼽히는 LX세미콘이 지난해 2조원대의 매출액을 달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업체들과의 사업 규모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다.
게다가 팹리스 시장은 해가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팹리스 시장 규모는 2019년 600억 달러를 기록한 후 2020년 680억 달러, 2021년 738억 달러 등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팹리스 기업 발굴 및 육성에 정부가 전격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오는 2033년까지 연매출 1조원대 이상의 팹리스 기업 10곳을 육성하겠다며 유망 분야 팹리스들에 정부 지원을 집중키로 결정했다. 될성부른 떡잎에 투자를 집중해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기업주도형 연구개발(R&D) 예산을 팹리스 업체들에 선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설계 툴과 설계 자산, 개발, 시제품,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할 방침이다. R&D 예산 역시 매년 10%씩 늘려 5년간 총 25조원을 쏟아부을 작정이다.
동시에 파운드리 부문의 전방산업이 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에 대한 투자도 확대한다. 산업부는 21일 소부장 특화단지 추가 공모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가 지정한 소부장 특화단지는 총 5곳으로 △경기 용인(반도체) △충북 청주(이차전지) △충남 천안아산(디스플레이) △전북 전주(탄소소재) △경남 창원(정밀기계) 등이 있다. 이번 공모를 통해 신규 특화단지 조성에도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측은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1등 국가지만,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경쟁력이 낮다”면서 “이번 육성전략을 통해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분야와 후공정(패키징) 등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