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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EU·일본에 전기차 보조금 지급 위한 '핵심 광물 클럽' 창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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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EU·일본에 전기차 보조금 지급 위한 '핵심 광물 클럽' 창설한다

미국과 FTA 체결 국가에만 보조금 주는 IRA 규정 우회 대책 마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로이터
미국이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위해 ‘핵심 광물 클럽’ (critical minerals club) 창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과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 장관은 7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 등과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하베크 부총리는 IRA 상 보조금 차별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설치된 미국·유럽 간 무역기술위원회(TTC) 차원에서 공동 녹색상품 기준을 개발하고, 배터리에 필요한 핵심 광물을 중국에 의존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 '핵심 광물 클럽' 창설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EU 회원국이 IRA의 배터리 핵심 광물 규정에 따른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우회 전략을 동원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가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면 미국과 FTA를 먼저 체결해야 한다.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주요 국가 중에서 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했으나 일본과 EU는 이런 협정을 맺지 않은 상태이다. 조 바이든 정부는 이들 국가와 산업 전반에 걸친 FTA 체결을 요구하기보다는 전기차 부품 생산에 필요한 특정 광물 등으로 범위를 좁힌 ‘핵심 광물 클럽’ 창설을 추진한다.

하베크 부총리는 전날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핵심 광물·원자재 협정 문제 해결을 위해 핵심 광물 클럽 창설이 가장 유망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르메르 장관은 또 옐런 장관과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보조금과 세액 공제에 대해 완전히 투명하게 할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면서 “ 기업에 제공되는 공공 세금 혜택에 투명성이 없다면 공정한 경쟁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베크 부총리는 “협력에 대한 큰 의지가 있었고, 양측간 완전한 투명성에 동의했으며 이 투명성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그룹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이날 면담에서 “녹색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공동의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대서양 양쪽에서 혁신과 기술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미 재무부가 밝혔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지난 1일 '탄소중립 시대를 위한 그린딜 산업계획'(그린딜 산업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미국의 IRA에 맞서 역내 산업 보호 및 투자 육성을 목표로 한다. EU는 까다로운 기존 보조금 지급 규정을 일정 기간 완화해 탄소중립 분야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려 한다. 특히 '전략적 탄소중립' 분야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을 주겠다는 게 EU의 방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미국산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 보조금을 주는 내용이 들어 있는 IRA에 서명해 발효시켰다. 이 법에 따른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면 전기차가 미국에서 만들어졌거나 미국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장착해야 한다.

IRA에는 특히 전기차와 배터리의 핵심 자재를 미국 또는 미국과 FTA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아 제작된 전기차에만 세액 공제를 해주는 규정이 들어있다. 이 규정이 미국과 대미 주요 자동차 수출국 간 갈등 요인으로 남아 있다. 한국 정부는 이 규정이 한미 FTA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등 통상규범에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미국 측에 전달했으나 이를 쟁점화하지는 않고 있다. EU 집행위원회(EC)도 미국 법의 관련 조항이 외국 자동차를 불평등하게 대우하는 것으로 WTO 협정에 위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EU나 일본이 미국과 광물 교역이나 핵심 광물 등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면 이것이 자유무역 지대로 간주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