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김박사 진단]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와 탈원전

글로벌이코노믹

오피니언

공유
2

[김박사 진단]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와 탈원전

김대호 박사 그린 택소노미 진단  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박사 그린 택소노미 진단
전 세계 환경 운동의 본 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연합(EU)이 원자력 발전소 즉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의 카테고리에 포함시켰다. 원전을 환경보호에 필요한 것으로 보고 여기에 국가 재정과 금융 자금을 집중 투자하겠다는 뜻이다. 지구의 안전과 환경 보호 차원에서 탈원전을 해야한다고 주장해 온 그동안의 흐름에 정면으로 반하는 움직임이다. 유렵의 탈원전에 힌트를 받아 과감한 탈 원전을 시도해 온 문재인 정부로서는 그 이론적 지지 기반이 흔들리는 중대국면을 맞았다. 유럽연합은 원전 이외에 천연가스도 그린 카테고리에 포함시켰다.

그린 택소노미란 영어 Green Taxonomy 를 우리말로 음역한 것이다. 여기서 그린은 환경또는 녹색을, 택소노미는 분류쳬계을 뜻한다. 이 둘을 합쳐 만든 신조오이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녹색산업 분류체계 쯤에 해당한다. 지속가능한 경제활동’과 ‘그렇지 않은 경제활동’을 공식적으로 분류하려는 시도이다. 유럽연합의 택소노미는 정보공개 방식의 표준화를 도모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뉴욕증실르 비롯한 전세계의 금융기관들은 금융상품 중 분류체계에 부합하는 투자 비중, 전제 매출·자본비용과 영업비용 중 분류체계를 적용해 발생하는 금액 등을 공개해야 한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춰 기업이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을 흔히 그린 워싱(Green Washing)’이라고 한다. 그린 택소노미를 통해 그린 워싱을 막아보겠다는 뜻도 담고있다. 유럽연합(EU)은 그동안 ESG 정보공시 의무화 계획을 추진해 왔다. 여기에 더해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를 구축하고 있다. 해 구체적인 공시 기준을 제시했다. 택소노미는 객관적으로 비교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분류 체계를 지칭한다. 특히 말많은 기업의 ESG 정보 중 특히 환경에 관련하여 체계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택소노미는 6가지 환경 목표에 따라 녹색과 그렇지 않은 것의 명확한 지침을 제공한다. 유럽연합은 2020년 6월 세계최초로 EU판 그린 택소노미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전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기준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의 환경부가 최근 만들어 발표한 `K-텍소노미'도 유럽연합의 그린 택소노미 정신을 기본 틀로 하고 있다. 환경부와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K-택소노미에는 농어업, 제조업, 에너지, 수송 등 10개 분야 87개 업종이 친환경 산업으로 분류됐다. 에너지 분야에선 태양광, 풍력, 폐열을 통한 열 생산 등 27개 분야가 포함됐다. 관심을 모았던 원전은 제외됐다. K-택소노미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산업별로 정의하고 판별하는 분류체계다. 민·관 투자자금이 친환경 산업으로 유입되는 걸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K택소노미를 근거로 각 기업에 친환경 자산과 투자 비중 등을 공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기업의 투자 유치와 자금 조달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유럽연합(EU)은 원전을 포함시켰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원전과 천연가스 산업에 대한 투자를 친환경적 투자로 분류하는 규칙을 담은 그린 택소노미 초안을 회원국들에 보냈다. 이 초안에는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이 있고 ▶자금과 부지가 있는 경우 원전에 대한 투자를 ‘그린 투자’로 분류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규 원전이 그린 투자로 분류되기위해서는 2045년 전에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 천연가스 발전소에 대한 투자는 또 ▶전력 1㎾h(킬로와트시)를 생산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가 270g 미만이고 ▶화석연료 발전소를 대체하며 ▶2030년 말까지 건축허가를 받은 경우에 한해 녹색으로 분류된다. EU 집행위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원전과 천연가스는 재생에너지가 주 에너지원이 되는 미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과도기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과학적 조언과 현재의 기술 진보, 에너지 전환을 위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회원국들의 다양한 상황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EU는 그동안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문제를 놓고 큰 논란을 빚어 왔다. 프랑스·핀란드·폴란드·체코 등 12개국은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독일·오스트리아·덴마크 등 탈원전 표방 5개국은 원전포함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독일 등은 반대의 이유로 원전에서 방사성 폐기물 안전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있다. 반대여론이 있는 만큼 최종 결론에 이르기에는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원들의 성향 분포로 볼때 표 대결로 가면 원전 포함 쪽이 이길 공산이 크다.
EU가 원전을 친환경 산업으로 분류하는 상태에서 우리만 빼면 차세대 원자로 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 유럽 뿐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등도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원전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하고 있다.바로 이런 면에서 `K-텍소노미' 뷴류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발이 묶인 문재인 정부가 성장성이 큰 산업을 괴사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K-텍소노미'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꼭 필요한 원전 관련 투자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란 볼맨 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럽과 미국 그리고 중국의 입장 변화로 결과적으로 한국만 ‘나홀로 탈원전’을 고수하는 꼴이 됐다. 미국은 탄소중립 로드맵에서 차세대 원전을 재생에너지와 함께 청정에너지로 분류했다. 향후 7년간 총 32억달러를 SMR 기술개발에 쏟아부을 방침이다. 일본도 노후 원전 4기를 연장하는 등 원전 활용법을 적극 강구하고 있다. 기존 원전 수명을 연장하고 신형 원자로 건설을 대폭 늘리고 있다. 중국은 2035년까지 해상 부유식 핵동력 플랫폼 사업 추진 계획을 밝히는 등 신형 원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2025년까지 20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할 계획도 밝혔다. 이런 마당에 K택소노미에서 원전이 제외되면 차세대 원전인 SMR 개발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 재정투입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SMR 개발을 하는 기업들이 자금조달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전 세계가 차세대 원전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마당에 한국만 뒤처지는 상황이다.

물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원전을 무조건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킨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 초안에는 까다로운 전제조건이 있다. 신규 원전은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과 자금, 부지가 있어야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도 달성 가능한 가장 높은 수준의 안전기준을 충족하도록 했다. 또 2045년 이전에 신축하는 원전에만 한시적으로 그린 택소노미로 인정하기로 했다. 원전을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에너지 믹스’ 전략 으로 본 것이다. 유럽의 원전 그린택소노미 포함이 원전에 무제한 허용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유럽의 그린 택소노미는 K-택소노미와 기본적으로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K-택소노미의 속도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 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