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지인으로부터 두물머리의 세미원으로 '밤의 여왕'으로 불리는 빅토리아 연꽃의 대관식을 보러 가자는 전화를 받았다. 밤 10시에 야간개장이 끝난 뒤 특별히 30명에 한해서만 입장을 허락한다고 했다.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러마고 했다. 꽃을 좋아하면서도 그동안 빅토리아 연꽃의 대관식을 볼 기회가 없었다. 빅토리아 연꽃은 어디서나 볼 수 없는 귀한 꽃인데다 밤에만 피기 때문에 개화시기를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드디어 빅토리아 연꽃을 보러가는 날, 마음 한 구석에 일말의 걱정 아닌 걱정이 생겼다. 얼마 전에 그곳에 갔을 때 연지에 쟁반 같은 빅토리아 연잎만 떠 있는 것을 보고 온 터라 우리가 그곳에 갔을 때 혹시라도 꽃이 피어 있지 않으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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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빅토리아 연꽃은 '큰가시연'이라고도 하는데, 꽃잎을 제외한 식물 전체에 가시가 촘촘히 돋아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전 세계에 1종 1속뿐인 우리의 꽃인 가시연이 한해살이풀인 데 반해 빅토리아 연꽃은 수련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수생식물이다.
빅토리아 연꽃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잎을 지닌 연꽃으로 남미의 아마존이 고향이다. 1836년 영국의 식물학자 존 린들리가 아마존 강에서 발견하여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를 기념하여 빅토리아로 명명하여 여왕의 이름을 지니게 되면서 밤의 여왕으로 불린다. 잎은 보통 1~2m까지 자라는데 최고 3m까지 자란다. 이렇게 큰 잎은 사람이 올라서도 가라앉지 않을 만큼 두껍고 단단하다. 잎의 크기도 독보적이지만 잎 끝이 쟁반 테두리처럼 올라온 특이한 모양은 빅토리아연만의 특징이다.
특히 빅토리아연이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소위 '밤의 여왕의 대관식'이라 불리는 꽃 피는 모습 때문이다. 꽃은 3일에 걸려 친다. 첫날 피어날 때는 순백색으로, 둘째 날은 분홍색, 그리고 마지막 셋째 날은 붉은 색으로 만개한다. 꽃은 지름이 30~40cm정도의 대형인데다 밤에 피는 마지막 모습은 여왕의 왕관을 닮아 많은 사진작가들이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기위해 연지로 모여든다. 하루도 아닌 사흘 동안 꽃을 지켜보는 일은 여간한 집념과 인내심이 아니고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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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연지에서 한참을 꽃구경을 한 뒤 두물머리로 이어진 배다리 위에서 시원한 강바람을 쐬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함께 나눌 추억이 많을수록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늦은 밤 일행들과 어둠 깊은 세미원을 돌아 나오며 좋은 사람들과 또 하나의 멋진 추억을 공유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다. 향기롭고 어여쁜 빅토리야 연꽃을 함께 본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내 삶에서도 연꽃 향기가 날 것만 같다. 꽃을 보는 일은 마음을 아름답게 할 뿐 아니라 향기로운 추억을 짓는 일이기도 하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