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저축은행·보험사 매물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2금융 실적부진에 인수자들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저축은행은 우리금융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는 것 외에 잠재 매물인 한화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등에 관심이 낮은 상황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장에서 한화저축은행,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등 여러 대형 저축은행들이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 7위 규모인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상상인저축은행·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조만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 달 상상인 측에 대주주 지분 매각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는 2019년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2곳에 영업구역 내 의무대출 비율 미준수 등의 혐의를 들어 중징계를 부과했다. 이후 금융위는 지난 8월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렸으나 상상인 측이 이를 이행하지 못하자 매각 명령을 내렸다.
이로 인해 상상인은 대주주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고 내년 4월까지 보유한 지분 중 90%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업계 자산 규모 6위인 애큐온저축은행도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애큐온저축은행은 국내 10위권 저축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PEF가 경영권을 갖고 있다. 홍콩계 펀드 베어링PEA가 지난 2019년 애큐온을 인수하고 올해로 인수 5년째를 맞고있어 사모펀드 특성상 곧 매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저축은행 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금융지주사와 사모펀드(PEF) 등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등 눈에 띄는 인수 후보자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저축은행 매각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요인으로는 실적 악화가 첫 손에 꼽힌다. 저축은행 업권은 현재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79개 저축은행은 총 96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는 전년 동기인 8956억원의 순이익과 비교했을 때 적자로 돌아선 셈이다. 최근 들어 커진 저축은행 업권의 부동산 PF 및 대체투자 부실 위험 또한 매각에 큰 걸림돌로 자리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PF 연체율은 4.61%로 3월 대비 0.54%p 상승했다.
문제는 하반기 업황 전망도 여전히 어둡다는 점이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의 건전성 저하 추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연체율 상승 등으로 대손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하반기 수익구조 안정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업황 개선이 불투명한 상황인데 리스크를 떠안고 저축은행을 인수할 이유가 없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향후 실적 악화로 인해 더 많은 매물이 나올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금융권이 인수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금융지주 중에서는 우리금융그룹이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인수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두 저축은행의 부실 우려로 인해 실사를 마치더라도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M&A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보험업계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 보험사 매물로 거론되고 있는 회사는 KDB생명,MG손보,롯데손보,ABL생명,동양생명 등이다.
이 중 KDB생명은 매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으나 하나금융이 최종적으로 인수 포기를 결정하면서 불발됐다. KDB생명의 낮은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하나금융이 들여야 할 비용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게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 후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해 투입해야 하는 비용은 총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매각 재입찰에 나선 MG손보는 지난 5일 예비입찰이 진행됐으나 단 한 곳의 원매자만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면서 또 다시 유찰됐다. 금융지주와 사모펀드(PEF)들의 관심이 저조했던데다 대주주인 JC파트너스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 등 사법리스크 등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매물은 쌓이고 있지만 매각은 더딘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보험사 매물이 매력도 대비 매각가가 너무 높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보험산업은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는데 새로 도입된 ‘IFRS17’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인해 실적이 급증하면서 보험사의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고평가 됐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본격적으로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롯데손보의 경우에도 3조원에 달하는 몸값이 비싸다는 말이 많았다. 이 때문에 보험사 인수를 추진했던 금융지주들도 한 발 물러서 관망하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M&A시장에 나와 있는 보험사 매물들이 기업가치에 비해 가격이 높고 비싼 가격 대비 매력도는 낮다는 평이 많다”고 말했다.
손규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bal4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