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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 "법정최고금리 24~27%로 탄력 운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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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 "법정최고금리 24~27%로 탄력 운영해야"

2015년 금감원 부국장 퇴임
2019년 서민금융연구원 합류
지난 3월 2대 원장으로 취임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 사진=정성화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 사진=정성화 기자
지난 3월 말 정부 주도로 50만원을 융통할 수 있는 소액생계비대출이 출시되자마자 이 대출을 취급하는 전국 46곳의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엔 연일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백화점 오픈 시간에 맞춰 명품 구입 대기표를 얻기 위해 줄을 서는 것과 비교하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급전이 필요한 서민은 많은데 정부가 마련한 재원은 점차 고갈되고 있다는 점이다. 재원을 추가로 확보한다면 좀 더 많은 취약계층이 혜택을 보겠지만 '서민금융 공급 경색 해소'라는 본질에는 접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책발(發) 포용금융 시장 조성의 한계다.
결국 민간이 주도적으로 포용금융 시장을 조성하고 덩치를 키워야 하는데 복지와 금융이 혼재(混在)된 천편일률적인 정책이 발목을 잡는다. 이러한 방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민간 포용금융 시장이 확대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곳이 있다. 바로 '서민금융연구원'이다.

2017년 출범해 6년차 사단법인으로 서민금융 연구, 정책 제안 등을 해온 서민금융연구원은 안용섭 원장을 2대 수장으로 선임하고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은행감독원·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물론 저축은행 등 금융사, 각종 대학 및 금융단체까지 섭렵한 자타 공인 금융통(通)인 그를 전면에 내세우며 '원장-이사장' 체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다. 안 원장은 1982년 한은에 입행한 후 1999년부터 금감원 생활을 시작했다. 2015년 6월 금감원 부국장으로 은퇴한 후 금융교육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2019년부터 서민금융연구원에 합류해 부원장으로 활동했고 올해 원장으로 선임됐다.
지난 3월 취임해 4개월차에 접어든 안 원장은 이미 '2023년도 저신용자(대부업‧불법사금융 이용자) 및 우수대부업체 대상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를 내며 시장에 화두를 던지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안 원장은 "취약계층들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급전을 구할 방법이 없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저축은행·상호금융·대부업체 등 서민금융기관이 취약계층에 대출 공급을 할 수 있도록 최고금리를 연 24~27%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행 법정최고금리(20%)보다 최고 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그를 지난 6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서민금융연구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안 원장은 서민금융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나 당국의 역할보다도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그 시절 우리의 영웅이었던 맥가이버는 실은 총·칼·폭탄을 들고 싸웠던 게 아니라 각종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지혜롭게 일을 해결해 갔었던 것"이라며 "지금은 금융사가 '포용금융 맥(脈)가이버'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민금융 시장을 지금처럼 정책에만 의존하지 말고 민간에 적절하게 역할을 배분해 가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복지와 금융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며 "재정 적자를 감내하거나, 일부 금융사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개별 금융사가 지속가능성을 담보한 포용금융 시장을 운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그 안에서 서민이 건강한 금융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기초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서민금융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급진적인 대부업법상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 지적에 나서기도 했다. 최고금리 인하의 역설로 되레 불법 사금융에 내몰린 취약차주가 늘었다는 점을 증명해낸 것이다.

안 원장은 "응답자의 77.7%가 불법인 줄 알면서도 급전을 구할 방법이 없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며 "연 240% 이상의 금리를 부담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33%로 높은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축은행·상호금융·대부업체 등 서민금융기관이 취약계층에 대출 공급을 할 수 있도록 최고금리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원장은 "시장연동형 법정최고금리 도입을 통해 시장원리에 맞는 운영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민금융연구원 자체 연구를 통해 그가 제안하는 최고금리 수준은 현재 대비 최대 7%포인트 높은 수준인 '연 24~27%'다.

실제로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는 취약계층은 급감했다. 금감원이 지난달 발표한 '2022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 이용자 수는 98만9000명으로 6개월 새 7만5000명(7.0%) 감소했다.

이에 따라 대출을 받지 못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린 취약계층도 급증했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2022년 협회 불법사채 민원 접수는 6712건으로, 2021년 2933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는 "복지적인 접근이 필요한 취약계층에는 과감하게 지원을 하고, 그 외에 금융취약계층에 대해서는 그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시장 기능이 회복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법정최고금리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작정 (최고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해 융합적인 관점을 가지고, 탄력적으로 단기의 소액 시장에 제한적으로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장원리·금융원리라는 근본의 물음으로 돌아가 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포용금융 시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취지다. 이러한 세부 추진 사항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방향성을 결정할 출발점, 바로 포용금융에 대한 정의다. 서민금융연구원에서는 주 연구대상에 해당하는 ‘서민’을 단순히 일정 기준에 따라 경제적 측면의 어려움 정도로만 나누지 않는다. 디지털 문해력 저하 등 전반적인 금융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보호받아야 할 ‘포용금융’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안 원장은 "포용금융은 공급자만이 아니라 수요자 측면에서도 정교하게 연구해 정의를 내려야 할 분야"라면서 "쉽게 생각하는 보이스피싱, 불법 사금융 피해 등 외에도 선택 역량, 이해 제고 등의 차이로 인해 생기는 문턱이 있을 수 있으니 '금융 접근성'을 토대로 한 본질적인 측면에서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