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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쿠데타' 바그너의 행진, 위화도 회군보다 3배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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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쿠데타' 바그너의 행진, 위화도 회군보다 3배 멀어

우크라 접경지 로스토프부터 모스크바까지 약 1080km
프리고진 바그너 대표 "쿠데타 아니야…정의의 행진"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대표.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대표.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침공전이 군사쿠데타로 번졌다. 정규군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의 일익을 담당했던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이 "정의의 행진"이란 명분을 내세우며 총부리를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로 돌렸다.

바그너 그룹은 현지 시각 기준 23일 오후 9시(한국 시각 기준 24일 오전 3시) 경, 텔레그램 등을 통해 러시아 국방부를 상대로 선전포고했다. 이들은 "러시아 국방부의 미사일 공격에 우리의 기지가 파괴되고 약 2000명의 용병들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연이어 우크라이나 접경지인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도나두 시에 입성한 바그너 그룹은 "우리의 목표는 배신자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의 축출로, 러시아군과 정부는 우리의 적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모스크바로 갈 것이며, 이는 쿠데타가 아닌 정의의 행진"이라고 발표했다.

바그너 그룹의 '정의의 행진'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명백한 쿠데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 선, 가디언 등 유럽 외신들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의 예브게니 프리고진 대표 등 지도부를 상대로 체포 명령이 내려진 것은 물론 모스크바 보호를 위해 장갑차와 특수 부대 등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보 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은 "프리고진의 발언과 행동은 우리 영토에서 무력으로 내전을 벌이는 것이며 러시아 군인들의 등에 비수를 꽂는 행위"라며 "바그너 그룹은 지금이라도 그를 체포하기 위해 협조해야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 남부 우크라이나 접경지 로스토프도나두에서 모스크바를 향한 '정의의 행진'에 나섰다. 사진=구글 지도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 남부 우크라이나 접경지 로스토프도나두에서 모스크바를 향한 '정의의 행진'에 나섰다. 사진=구글 지도 캡처

최전선에 배치된 군대가 자국 수도를 향해 진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국내에서 이른바 '러시아판 위화도 회군'이라 불리고 있다.

바그너 그룹의 행진이 시작된 로스토프도나두부터 모스크바까지 직선 거리는 약 1000km, 도로 거리는 약 1080km다. 위화도에서 고려 수도 개성까지의 거리는 직선 거리 기준 292km, 도로 거리는 약 400km로 3배에 가까운 거리가 소요될 전망이다.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대표는 "로스토프 진입 과정에서 우리는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았으며 국경 수비대가 우리를 반겼다"고 주장했다. BBC와 CBB 등 외신들에 따르면 로스토프의 CCTV는 대부분 차단됐으며, 인근 상공에서 헬기 공격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교전 중이던 우크라이나 역시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영문 트위터는 한국 시각 기준 오전 6시 경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글을 게재했다.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같은 시기 트위터에 팝콘 이모티콘과 함께 "러시아인 여러분, 도움이 필요하십니까?"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러시아군의 '자중지란'을 비웃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