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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글로벌 게임·엔터테인먼트 왕국 건설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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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글로벌 게임·엔터테인먼트 왕국 건설 노린다

80억달러 이상 투자해 전 세계 게임회사 지분 인수 혈안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전경(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전경(사진=로이터)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18개월 동안 성장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도적인 위상 확립을 위해 전 세계 게임회사들의 지분을 인수하는데에만 거의 80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이 1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가 지원하는 새비 게임그룹은 중국의 VSPO, 스웨덴의 임브레이서 그룹(Embracer Group)의 지분 인수를, 미국 내 스코프리(Scopely) 인수 등 각종 거래를 주도해 오고 있다. 이는 사우디 정부의 오일머니를 다양한 분야로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구성의 일환이다.

2022년 1월 출범한 새비 그룹은 사우디의 6,500억 달러 규모의 공공투자기금(PIF)이 전체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단 7년 만에 사우디를 "게임과 e스포츠 분야의 궁극적인 글로벌 허브"로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유의 야심찬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해 새비 그룹은 380억 달러의 지원을 받았다.
리서치 회사인 암페어 애널리틱스의 게임 분석가 피어스 하딩롤스는 이를 "불도저 접근법"이라며, 사우디의 게임산업은 초기 단계이고, 말 그대로 처음부터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 내 250개의 게임 회사와 스튜디오의 본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게임산업이 국내총생산의 1%를 차지하고 3만 9,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다. 그 계획에는 VSPO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e스포츠 진출이 포함되어 있다.

이 사우디 왕국의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은 현재 더 많은 거래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게임산업 집중은 사우디가 전기차 생산 등 다양한 성장산업 투자로 석유산업을 넘어 다양한 국가 경제의 개혁 조치 중 하나라고 그 소식통은 전했다.

이러한 노력은 글로벌 소프트파워를 획득하려는 시도와 부합하며, 여기에는 사우디의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숨은 의도도 있다는 비판도 상존한다.

그 게임산업 육성 전략은 사우디가 텐센트, 마이크로소프트, 소니와 같은 거대 기업들과 최고의 인재풀과 지적 재산권을 놓고 경쟁하면서 게임 업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텐센트게임즈의 글로벌 출판 및 및 글로벌 e스포츠 총괄 매니저 빈센트 왕은 "사우디는 게임 산업 및 글로벌 게임 산업 전반의 성장에 족적을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은 사우디에서 인기가 있다. 3,600만 인구의 70%가 35세 미만이다. 사우디 게임 관계자들에 따르면, 비슷한 비율의 시민들이 게이머라고 한다. 모하메드 왕세자도 모두가 인정하는 게이머이다.

VSPO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글로벌 전략 책임자인 대니 탕(Danny Tang)은 "사우디는 매우 흥미로운 시장이며 파트너이다"라며, 사우디는 게임 커뮤니티가 매우 활성화된 매우 젊은 국가다고 덧붙였다.

새비의 투자 거래와는 별도로 사우디 공공투자펀드(PIF)는 닌텐도의 지분 8%를 매입해 일본 기업의 최대 외국인 투자자가 되었고 액티비전 블리자드, 유비소프트의 지분도 사들였다.

정부 관리들은 사우디 왕국이 2,000억 달러 가치 수준으로 게임 부문의 상당한 지분을 구축하기 위해 재정적 영향력을 활용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PwC 보고서는 2026년까지 전 세계 비디오 게임 매출이 3,000억 달러를 돌파, 전체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지출의 10분의 1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 습관의 세대교체로 일부 분석가들이 말하듯이 게임이 전통적인 TV를 제치고 향후 몇 년 이내 엔터테인먼트 수입의 가장 큰 원천이 될 것이라고 예측된다.

새비 그룹의 최고경영자인 브라이언 워드는 "이 지역은 유리한 인구 통계로 가득 차 있다"며 국가전략 수립상 석유 및 가스 산업을 벗어나 경제 다각화 시도는 사두디 게임산업에 더 많은 투자 지출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각국 정부는 오랫동안 세금 감면, 창업 자금 지원 및 기타 인센티브를 사용하여 이 게임산업 부문에서 인재 유치, 기술혁신, 창의성의 강력한 융합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현금 지원만으로는 새비의 목표인 개발자 확보에는 충분치 않을 수 있다고 귀뜸한다.

이 분야의 일부 사람들에게 50억 달러의 스코플리(Scopely) 인수가는 새비가 단지 인수에 과도한 비용을 지급했다고 시사했을 뿐이다. 한 업계 베테랑은 "그들이 받은 가격은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며 스코플리는 인수자를 찾거나 언제나 IPO를 꿈꿔왔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게임과 관련된 모든 것에는 프리미엄이 있다"며 사우디는 시장 가격보다 더 높은 금액을 기꺼이 지불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모하메드 왕세자의 사회 개혁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의 인권 유린 사례가 널리 보고되고 있다. 여성 운전 허용, 남녀 혼성 콘서트 개최 등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2018년 사우디 비평가 자말 카슈끄지가 사우디 국가 요원에 의해 살해된 것은 많은 기업들이 사우디에서의 사업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미국 CIA는 모하메드 왕세자는 관련성을 부인하지만 그가 "체포 또는 사살" 작전을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이후 기업들은 공공투자기금의 수백억 달러의 국내외 투자로 다시 사우디로 몰려가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는 엔터테인먼트 자산 투자를 늘려감에도 불구하고 비판가들을 체포했다는 이유로 인권단체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사우디 공공투자기금은 프리미어 리그 축구 클럽 뉴캐슬 유나이티드 인수에 3억 5000만 파운드 투자, 그리고 지난 주 사우디가 후원하는 리브 골프(LIV Golf)와 미국 PGA 투어 간 합병을 확정하기 위해 약 30억 달러 지원 약속 등 등 특히 스포츠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사우디가 대부분의 게임 스튜디오의 적극적인 매수자라 생각지 않는다며 사들이는 게임회사들 위해 얼마나 창의적 환경을 만들어 줄지 의구심이 간다고 한 관련업계 투자자 말을 인용해 전했다.

사우디 왕국의 수십억 달러의 투자로 게임산업에서의 전환기적 순간에 가까이 도달했을지도 모른다. 현재 업계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스마트폰 인기에 더 이상 기댈 수 없는 데다 마케팅 비용까지 오르면서 게임산업 성장세가 한자릿수로 둔화되고 있다.

왕국의 수십억이 중요한 순간에 도착했을지도 모른다. 게임산업 성장은 이제 업계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스마트폰 게임의 성공에 더 이상 기댈 수 없고, 마케팅 비용도 상승하면서 한 자릿수로 둔화되고 있다.

민간 게임 스튜디오들은 윤리적인 이유로 사우디 왕국과의 거래에 여전히 의구심을 가지지만, IPO라는 험로을 선택하기보다 새비에 매각하는 방안을 선호할 수 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