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美 대도시, 오피스 빌딩 주거용 전환에 사활...상업용 부동산 위기 갈수록 고조

공유
1

[초점] 美 대도시, 오피스 빌딩 주거용 전환에 사활...상업용 부동산 위기 갈수록 고조

사무실 공실률 치솟고 부동산 가격 급락…새 금융 위기 불씨 가능성

미국 최대 도시 뉴욕시 맨해튼의 오피스 빌딩.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최대 도시 뉴욕시 맨해튼의 오피스 빌딩. 사진=AP/뉴시스
미국 대도시들이 상업용 부동산 위기를 맞으면서 대형 오피스 빌딩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AP 통신은 24일(현지시간) “팬데믹 이후에도 도심 지역으로 상주인구가 영구히 되돌아오지 않을 게 확실해졌다”면서 “미국 전역에 걸쳐 오피스 빌딩 주거용 전환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고, 이것이 마지막 생명선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AP는 “다수의 도시 당국이 오피스 빌딩의 주거용 전환에 커다란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워싱턴 DC, 뉴욕, 피츠버그, 보스턴, 시애틀 등 대도시들이 앞다퉈 상업용 빌딩 용도 변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 DC 시장은 현재 100만 제곱피트의 사무실 공간을 주거용으로 전환했고, 앞으로 600만 제곱피트를 더 용도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우저 시장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도심 거주 인구를 1만 5000명 가량 늘릴 예정이다.
미국에서 팬데믹 이후 주요 도시 사무실의 공실률이 치솟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재택근무 대신에 출근을 종용하고 있으나 공실률이 낮아지지 않고 있다. AP 통신은 부동산 업체 CBRE의 자료를 인용해 미국 주요 도시의 사무실 공실률이 올해 1분기에 17.8%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4분기 당시의 12.2%에 비해 5.6% 포인트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일부 대도시의 공실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샌프란시스코의 공실률은 29.4%에 달했고, 휴스턴 23.6%, 필라델피아 21.7%, 워싱턴 DC 20.3% 등으로 집계됐다.

미국 최대 도시 뉴욕시의 사무실 공실률은 15.5%를 기록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뉴욕시에 50만 명이 추가로 거주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지금까지 주거용 빌딩 건설 제한 구역인 맨해튼 미드타운 지역에도 주거용 빌딩이 들어서도록 관련 규정 개정 작업을 하고 있다. CBRE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뉴욕시에서 80개 상업용 빌딩이 주거용 빌딩으로 전환됐다. 이 업체는 향후 10년 동안 200개 이상의 상업용 빌딩이 주거용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24일(현지시간) 데이터그룹 코스타가 집계한 지난 1분기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 상승했다. 이는 코스타가 2000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08년 금융 위기 때보다 높다. 부동산 회사 JLL에 따르면 1분기 뉴욕 사무실 공실률은 16.1% 증가했다. 사무실 임대 면적은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데이터 기업 트랩에 따르면 지난 2월 부실 상업용부동산(CRE) 모기지가 지난해보다 5.2% 증가했다. 이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대형 자산운용사인 브룩필드가 관리하는 부동산펀드에서 지난주 1억 6140만 달러 CRE 모기지에 대한 채무불이행이 발생했다.

미국 주요 도시에서 부동산 시장 침체와 재택 또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 전환, 온라인 거래 확산 등으로 오피스 빌딩 등 상업용 빌딩의 공실률이 크게 올라갔다. 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연쇄 금리 인상도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 부동산 분석업체 그린 스트리트 따르면 오피스 빌딩 가격은 2022년 초 이후 25% 하락했다. 쇼핑몰 가격은 2016년 이후 무려 44%나 급락했다. 모건스탠리는 사무실과 소매 부동산 가치가 최대 4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에서는 약 2000 원에 가까운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부채의 만기가 2025년 말까지 도래하면서 이것이 향후 금융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투자 은행 모건스탠리는 2025년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부채가 1조 5000억 달러(약 1980조 원)에 가깝고, 대출자들이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는 2027년 만기인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5500억 달러(약 726조 원)로 정점을 찍는 등 향후 4년간 계속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모건스탠리가 밝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