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전력반도체는 다양한 활용성에다 판매가격 역시 일반 시스템반도체 대비 10배 가까이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란 점이 주목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SK·LX·DB 등 국내 반도체 관련 대기업들이 차세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전력반도체를 지목한 배경이다.
새롭게 구성되는 전력반도체 TF에는 DS 부문에서 칩 생산을 맡아왔던 베테랑 임직원들이 차출됐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실리콘카바이드(SiC), 질화칼륨(GaN) 등 '화합물' 기반의 신소재 전력반도체 구현을 구상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전력반도체 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경우 기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과 함께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 10일 전력반도체 중 하나인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올해 22억7500만 달러(약 2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무려 41.4%나 급성장할 것이란 관측이다.
국내 연구기관 중 하나인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역시 내년 글로벌 전력반도체 시장 규모가 약 530억 달러(약 69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급격한 성장이 예고된 전력반도체의 가장 큰 장점은 활용성이다. 전력반도체는 전자기기 안에서 전력을 공급·배분할 때 생기는 손실을 막는 역할을 하는 만큼 전자기기라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그만큼 사용 범위가 넓다는 의미다.
최근까지 전력반도체가 가장 많이 쓰인 분야는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이다. 해당 제품들이 고도화되면서 고출력으로 인한 전력 손실을 감당해야 할 전력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은 앞으로도 계속 고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력반도체에 대한 수요 역시 나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에는 새로운 시장도 열렸다. 바로 '자동차'다.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다양한 전자기기들이 자동차 전장에 포함됐고, 특히 이차전지를 활용한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차량 내부에서 전력을 제어할 고출력 전용 전력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 테슬라가 지난 2018년 모델3에 최초로 SiC 전력반도체를 적용한 후, 올해 모든 차량에 SiC 전력반도체를 탑재하기로 결정했으며, 폭스바겐과 현대차그룹, BMW, GM 등도 자체 개발한 전기차에 SiC 전력반도체를 탑재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고온·고출력을 감당할 제품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일반적인 범용 전력반도체의 경우 실리콘(Si) 소재로 만드는데, 해당 제품은 고온과 고출력에 약해 제한된 사용처에만 활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열에 취약한 실리콘 소재의 약점을 극복한 실리콘카바이드(SiC)·질화갈륨(GaN) 등 화합물 소재 반도체가 개발되면서 한계를 극복했다. SiC 반도체의 경우 최대 400℃까지 작동온도를 견딜 수 있으며, GaN 반도체는 이보다 훨씬 높은 800℃의 온도를 이겨낼 수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SK·LX·DB 등 국내 반도체 관련 대기업들이 전력반도체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신소재를 활용한 차세대 전력반도체 개발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만큼 선제적인 기술개발에 성공할 경우 급격하게 성장 중인 전력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국내 전력반도체 산업 규모는 대기업이 뛰어들기에는 아직은 작다"면서도 "전기차를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등 차세대 전력반도체 시장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사업 진출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