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결정에 관련 업계는 환영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불안한 반응도 내놓고 있다. 당장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자칫 공급 과잉을 부르는 부메랑이 될 수 있어서다.
21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에 차세대 반도체 생산 거점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오는 2043년까지 20년에 걸쳐 최대 330조원을 투자해 710만㎡(약 215만 평) 부지에 최첨단 파운드리 생산 공장을 짓겠다는 구상이다.
관련 업계는 삼성전자의 원대한 계획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수원-평택-용인을 잇는 '3각 클러스터'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역대급 투자계획에 불안한 반응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역대급 투자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 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어떤 아이템을 선택할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아서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일단 삼성전자가 이미지 센서와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지 센서의 경우 삼성전자가 일본의 소니와 함께 글로벌 수위 경쟁을 하고 있는 아이템인 만큼 대규모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차량과 우주항공 분야에 사용되는 이미지 센서의 경우 해상도가 낮은 만큼 대규모 생산에 적합한 아이템이 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에 사용되는 AP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서버, 차량용 반도체 분야도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측은 이에 대해 "현재 투자계획을 결정한 것일 뿐, 사업에 대한 결정은 미정"이라며 "구체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진행할지 여부는 물론, 아이템에 대한 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고객사 확보도 선결 과제다. 수탁생산 방식으로 반도체를 만드는 파운드리 사업의 특성상 대규모로 제품을 생산한다고 해서 해당 제품들을 글로벌 IT기업들이 모두 사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산업은 근본적으로 ‘수주산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물량을 발주해줄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퀄컴으로부터 과거 스냅드래곤8 1세대 물량을 전부 수주한 바 있지만, 2세대 물량은 TSMC에 내줬다. 4nm 공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수율 안정화에 시간이 걸린 탓이다. 현재 3세대 물량의 경우 일부만 받아 생산 중이다.
반면 경쟁사인 TSMC는 최대 고객사인 애플에다 퀄컴과 미디어텍 등 삼성전자 고객사들의 제품들도 생산 중이다. TSMC가 연초 밝힌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TSMC의 고객사는 532개사로 전년 대비 3개 줄었지만, 애플·퀄컴·인텔·엔비디아·미디어텍 등 글로벌 IT기업들을 여전히 고객사로 두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업계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고객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첨단 공정 로드맵을 고객사들에 미리 배포하며 소통과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3nm 공정 도입에 앞서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첨단 공정에 대한 로드맵을 공유했다. 최근에는 2nm와 1.4nm 공정에 대한 일정 등도 고객사들에 전달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