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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뼈없는 닭날개’ 논란, 외식업계 이목 끄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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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뼈없는 닭날개’ 논란, 외식업계 이목 끄는 이유



버펄로 와일드 윙스 매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버펄로 와일드 윙스 매장. 사진=로이터

외식 메뉴를 둘러싸고 미국에서 불거진 논란이 전세계 외식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른바 ‘치킨 윙(뼈 없는 닭 날개)’ 논란이다.
이 메뉴가 논란이 된 이유는 미국 일리노이주에 사는 한 소비자가 치킨 윙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버펄로 와일드 윙스(BWW)’를 상대로 한 소송을 최근 제기했기 때문이다.

소송을 건 이유는 BWW에서 파는 치킨 윙이 실제로는 치킨 살로 만든 치킨 너겟의 일종인데도 ‘뼈 없는 닭 날개’라는 이름을 붙여 파는 것은 사실과도 다를뿐 아니라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라는 것.

그러나 이 소송 자체가 논란을 일으키는 이유는 음식의 이름과 그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미국 법원이 만약 원고의 손을 들어줄 경우 미국 외식업계 입장에서는 메뉴 이름을 정하는데 커다란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논란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원고 “치킨 너겟인데 ‘뼈 없는 닭 날개’로 표현, 소비자 기만”

버펄로 와일드 윙스(BWW)에서 뼈 없는 닭 날개 요리라며 판매하고 있는 ‘버펄로 윙스’. 사진=BWW이미지 확대보기
버펄로 와일드 윙스(BWW)에서 뼈 없는 닭 날개 요리라며 판매하고 있는 ‘버펄로 윙스’. 사진=BWW


14일(이하 현지시간)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는 남성 에이먼 할림은 지난 10일 미 연방법원 일리노이 북부지원(시카고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BWW가 닭 날개로 만들지 않은 음식을 ‘뼈 없는 닭 날개’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에 대한 기만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월 시카고 근교에 있는 BWW 매장에서 파는 ‘버펄로 윙스’를 뼈를 없앤 닭 날개 요리로 생각해 사 먹었는데 닭 살코기에 빵가루를 입혀 튀긴 요리였다”며 이같이 소장을 냈다.

그러면서 할림은 “진짜 뼈 없는 닭 날개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비자가 알았다면 애초에 사 먹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메뉴 이름과 실제 메뉴의 내용물과 일치해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음에도 업체가 이런 식으로 광고하는 것은 가짜 광고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WW “뼈 없는 닭 날개 아닌 것 맞지만...”

피소 사실이 알려지자 BWW 측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놨다. 메뉴 이름과 실제 내용물이 다른 것은 맞다고 인정하는 내용이었다.

BWW는 지난 13일 트위터에 올린 발표문에서 “우리가 취급하는 버펄로 윙스가 순살 닭고기로 만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BWW 측이 원고의 주장을 완전히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자신들만 그런 행위를 해온 것이 아니라는 것. 바꿔 말하면 이름과 재료가 일치하지 않는 메뉴가 있었던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외식업계의 오랜 관행이라는 주장이다.

BWW은 패스트푸드의 대명사로 통하는 ‘햄버거’ 등을 비근한 예로 들며 원고의 주장을 사실상 반박했다.

BWW는 이 발표문에서 “우리가 버펄로 윙스를 뼈 없는 닭 날개로 만들지 않는 것은 햄버거에 햄이 들어가지 않고 버펄로 윙스에 버팔로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라고 주장했다.

◇법원 결정 따라 외식업계 영업에 영향 받을 가능성


미국 법원이 과연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는 메뉴 이름이 들어가는 재료를 얼마나 충실히 반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원고의 손을 들어준다면 외식업계에서는 그동안 써왔던 메뉴 이름을 변경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내놓을 메뉴에 대해서도 제한된 조건 하에서 이름을 지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한편, 햄버거에 햄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BWW 측의 주장도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햄버거의 정확한 기원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으나 햄이 들어가지 않는 것만은 사실이라서다.

다만 독일 항구도시 함부르크(Hamburg)에서 햄버거라는 이름이 비롯됐다는 학설도 있다. 스테이크의 일종인 ‘함부르크식 스테이크’가 미국으로 건너와 빵과 결합되면서 햄버거로 발전했다는 것.

그러나 구어체 영어에서는 햄버거 대신에 ‘버거’라는 명칭을 즐겨 쓴다는 점에서 햄의 포함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