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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화두 '메타버스' 숨은 강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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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화두 '메타버스' 숨은 강자는?

아마존·워너브라더스·닌텐도 '잠재적 역량' 갖춰

왼쪽부터 앤드루 재시 아마존 대표·데이비드 자슬라프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대표·후루카와 슌타로 닌텐도 대표. 사진=AP통신·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앤드루 재시 아마존 대표·데이비드 자슬라프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대표·후루카와 슌타로 닌텐도 대표. 사진=AP통신·뉴시스
'메타버스'는 지난 2년간 IT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분야다. 마이크로소프트(MS)·메타 플랫폼스(메타)·엔비디아·퀄컴·소니·화웨이 등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지난해 6월 '메타버스 표준 포럼'을 창설하는 등, 대다수의 빅테크는 '메타버스'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포럼의 핵심 멤버인 MS와 메타는 지난해 10월 이른바 '메타버스 동맹'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자신들의 핵심 라이벌로 애플과 구글을 지목했다. 이들은 공식적으로 메타버스를 비전으로 내세우진 않았지만 가상증강현실(VR·AR), 인공지능(AI) 역량을 고루 갖춰 언제든 '메타버스 공룡'이 될 이들로 손꼽힌다.
중국 빅테크 역시 메타버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텐센트는 지난해 9월 세계 인공지능 컨퍼런스(WAIC)에서 AI 연구소 '유투랩'을 앞세워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든다고 발표했다. 텐센트의 라이벌 넷이즈와 바이두는 각각 '야오타이(瑶台)', '시랑(希壤)'이란 이름의 메타버스를 개발하고 있다.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 월트 디즈니 컴퍼니와 반다이 남코 또한 지난해 초 자신들이 보유한 IP를 활용해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든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SK·KT·LG 등 통신3사와 네이버·카카오·넥슨 등 IT 대기업들이 이미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들었고 넷마블은 아예 메타버스 표준 포럼에 가입했다.

이와 같이 수많은 기업들이 메타버스 사업 추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거나 잠재적 강호로 꼽히고 있다. IT업계 전문가들은 애플과 구글 외에도 '메타버스 사업 추진'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았지만 관련 역량을 충분히 갖춘 숨은 강자들이 여럿 있다고 보고 있다.

아마존 게임즈가 개발한 MMORPG '뉴 월드'. 사진=스팀 '뉴 월드' 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아마존 게임즈가 개발한 MMORPG '뉴 월드'. 사진=스팀 '뉴 월드' 페이지

'유통의 왕'은 옛말…기술력·콘텐츠 섭렵한 아마존


아마존은 미국 5대 빅테크 GAMAM(구글·애플·메타·아마존·MS)의 일원이나, 앞서 언급한 '메타버스 동맹'과 그들의 라이벌 구도에서 볼 수 있듯 메타버스 관련 논의에선 한 발 물러나 있는 인상이 강하다. 일례로 데이브 림프 아마존 디바이스·서비스 총괄 이사는 "우리는 가상 세계가 아닌, 실제 세계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발표했다.

투자 분석사 머틀리 풀의 키스 스페이츠 연구원은 "아마존이 가진 역량을 고려하면 이들이 메타버스를 무시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며 "그리고 아마존은 결코 미친 회사가 아니다"라고 평했다. 아마존이 '메타버스 사업 추진'을 공식적으로 내세우지만 않았을 뿐,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아마존은 '유통의 왕'이란 인식이 강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실제 아마존은 IT 기술력을 탄탄히 갖춘 기업이다. 시너지 리서치에 따르면 '아마존 웹 서비스(AWS)'는 지난 2021년 기준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33%를 점유, MS의 애저(Azure)보다 12%p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클라우드 솔루션은 MS의 메타버스에 있어 게임사업과 더불어 두 개의 핵심 축을 이룬 분야다.

기술력과 연계될 수 있는 콘텐츠 역량 역시 충분히 갖추고 있다. 아마존의 트위치는 구글의 유튜브를 넘어 세계 1위 실시간 개인방송 플랫폼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지난해 트위치에선 대표적인 메타버스 콘텐츠 '버튜버(V-Tuber)'가 인기 방송 태그 톱5 안에 들었다.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21년 9월 아마존이 출시한 MMORPG '뉴 월드'는 70만명이 넘는 동시 접속자를 모았다. 한국의 스마일게이트가 개발한 '로스트아크' 글로벌 서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의 반다이 남코와 협업해 온라인 RPG '블루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있다.

이달 8일 마무리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에선 아마존의 알렉사 펀드가 후원하는 IT 벤처 기업들의 특별 부스가 열렸다. 폴 버나드 알렉사 펀드 총괄 이사는 "우리는 수년 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디지털 기술들을 발굴해왔다"며 "기술 사업의 새로운 트렌드인 메타버스·확장현실(XR)·크리에이터 기반 경제 등에도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호그와트 레거시' 이미지. 사진=워너브라더스이미지 확대보기
'호그와트 레거시' 이미지. 사진=워너브라더스

디즈니보다 잘 할 수 있다…미디어 공룡 워너브라더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는 디즈니에 버금가는 IP 홀더다. 디즈니의 마블에 버금가는 DC 코믹스를 필두로 '왕좌의 게임',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톰과 제리', '루니툰' 등의 IP를 보유하고 있다. 소니·유니버설 그룹과 더불어 3대 음악 엔터테인먼트사로 꼽히기도 한다.

WBD의 모회사는 미국의 대표적인 '미디어 공룡' AT&T(American Telephone & Telegraph Company)다. 나스닥에서 AT&T의 시가총액은 1387억달러(약 172조원)로 디즈니의 시가총액 1742억달러(약 216조원)에 버금간다. 1885년부터 100년 넘게 전화·TV·모바일에 이르기까지 이동 통신망 사업을 지속해왔다.

미디어 콘텐츠계 라이벌 디즈니에 비해 WBD가 가진 강점은 게임 분야 역량이다. 지난해 출시한 온라인 격투 게임 '멀티버서스'가 출시 1개월만에 2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또 다음달 출시할 예정인 해리포터 IP 기반 오픈월드 게임 '호그와트 레거시'는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는데, 이 게임의 개발사 아발란체 소프트웨어는 지난 2017년까지는 디즈니의 자회사였다.

WBD는 넷이즈와 함께 모바일 게임 '해리포터: 깨어난 마법', '반지의 제왕: 전쟁의 시작' 등을 개발하는 등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기도 하다. 넷이즈는 앞서 언급했듯 메타버스 '야오타이'를 개발 중이며 텐센트에 이은 중국 2위 규모의 대형 게임사다.

최근 WBD는 메타버스 분야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지난달 스포츠 방송 IP를 바탕으로 메타버스 콘텐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 인피니트 리얼리티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또 중동의 게임사 와비 사비 사운드와 이른바 '언데드 메타버스'를 개발한다고 선언했다.

투자 분석업체 시킹 알파는 "워너브라더스는 영화와 게임 사업을 함께 추진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은 물론, 모바일 게임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갈 가능성도 있다"며 "이는 디즈니나 넷플릭스 등 콘텐츠 분야 라이벌들을 상대로 커다란 장점이 될 것"이라 평했다.

'포켓몬 고' 이미지. 사진=나이언틱이미지 확대보기
'포켓몬 고' 이미지. 사진=나이언틱

"우리만의 접근법 찾는다면"…콘텐츠 강호 닌텐도

닌텐도는 게임산업 매출 기준 일본 2위 기업이자 세계 5위 기업에 해당한다. 닌텐도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소니·텐센트·MS·넷이즈는 모두 메타버스 산업 추진을 공식 선언했으나, 닌텐도는 아직 관련된 움직임을 명확히 보이진 않고 있다.

후루카와 슌타로 닌텐도 대표는 지난해 2월 "메타버스는 매우 흥미로운 사업 분야임엔 분명하나, 닌텐도만의 재미와 접근법을 찾아낸다면 보다 면밀히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닌텐도만의 메타버스'를 찾는다면 얼마든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메타버스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는 흔히 △100명 이상의 다수 인원을 한번에 수용하는 것 △소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 △크리에이터 생태계 구축 등이 꼽힌다. 닌텐도는 99명 단위의 온라인 게임 '테트리스99', 소셜 샌드박스형 게임 '동물의 숲' 시리즈, 게임 개발형 앱 '슈퍼 마리오 메이커'와 '차근차근 게임 코딩' 등을 성공시킨 바 있다.

워너브라더스가 넷이즈와 함께하고 있듯 닌텐도 역시 텐센트나 나이언틱이라는 강력한 파트너들과 함께하고 있다. 텐센트는 지난해 '포켓몬스터' IP를 활용한 5:5 경쟁 게임 '포켓몬 유나이트'를 선보였다. 나이언틱과는 세계 최고의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를 개발했으며 최근에는 '피크민 블룸'도 협력 개발했다.

게임 전문지 폴리곤은 닌텐도는 지난 30년간 타 플랫폼에 문호를 열지 않고 자신만의 플랫폼에만 게임을 냈음에도 게임계 강자로 자리잡았다"며 "게임업계에서 모든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업체이며 앞으로도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할 것"이라고 평했다.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작은 메타버스'에 해당하는 동물의 숲 IP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닌텐도는 투자자들이 가장 간과하고 있는 메타버스 유망주"라며 "젤다·포켓몬으로 대표되는 메가톤급 IP를 앞세워 닌텐도는 향후 몇 년 동안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