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암호화폐 통계 플랫폼 코인게코와 노믹스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5대 거래소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2022년 누적 거래량의 총합은 1423조원으로 추산된다. 지난 2021년 전체와 비교하면 69.53% 감소한 수치다.
5대 거래소 사이 점유율 순위를 살펴보면 지난해 4위였던 고팍스가 올해 5위로 자리가 바뀌었다. 고팍스를 제외한 4대 거래소는 특금법(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에 발맞춰 원화 거래를 위한 실명계좌 계약을 마쳤으나 고팍스는 지난해 4월 28일 뒤늦게 원화 거래 지원 거래소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블록체인 업계는 세계적 불경기에 5월 암호화폐 테라(LUNA) 폭락 사태, 7월 암호화폐 대출업체 셀시우스 네트워크의 파산 등의 악재가 겹쳐 이른바 '암호화폐 겨울'이란 불경기에 시달렸다.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BTC)의 거래가는 4월 최고 5629만원에서 11월 초 2100만원대까지 63% 하락한 후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 전문지 코인 텔레그래프는 올 상반기 암호화폐 시장을 두고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약세장이 끝나간다'는 낙관론과 '최저 1만달러(약1247만원)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는 비관론으로 나뉘었다"고 보도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대체로 '가까운 시일 안에 최저점이 올 수도 있다'는 데 동의했다.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 플랫폼 '쟁글' 운영사 크로스앵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이 지속되는 등, 외부 환경은 당분간 비우호적일 전망"이라며 "올해 가상자산 시장은 바닥을 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 역시 "지금의 암호화폐 시장은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나 한마디 덧붙이자면 상반기 중 저점을 찍을 것"이라며 "V자 반등과 같이 알기 쉬운 저점은 아닐 것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돌이켜보니 그 때가 저점이었구나'할만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투자에 있어 최저점은 으레 매수 적기를 뜻하기도 한다. 이미선 빗썸 경제연구소 리서치센터장은 "리스크를 염두에 둔다는 전제하에 1분기를 분할매수 기간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주요 위험 요소로 △연준 기준금리 정책 변화 △마운트곡스 거래소 파산 손해배상에 따른 암호화폐 공급량 증가 △3월 예정된 리플(XRP) 소송 결과 발표 등을 들었다.
올해 암호화폐 시장에서 변수가 될 것은 규제의 본격화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오는 2월 '미카(MiCA, Markets in Crypto Assets)'라 불리는 시장규제법 도입 최종 투표를 진행한다. 미국에서도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중심으로 규제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한국 국회 입법처에도 디지털자산, 가상자산을 대상으로 한 기본법 제정안 7건이 등록돼있다.
규제가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업계도 의견이 엇갈린다. 투자 접근성 약화로 시장이 더욱 축소될 것이란 주장이 다수이나, 메타 플랫폼스(메타)서 블록체인 '디엠'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데이비드 마커스 전 메타 이사는 "규제를 통한 시장 건전성, 소비자 신뢰 회복이 업계 재정립을 위한 좋은 약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해외 대형 거래소들의 국내 거래소를 향한 인수설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7월 제기된 FTX의 빗썸 인수설이다. 빗썸홀딩스 주주사 비덴트가 "FTX와 접촉한 사실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으나, 이후 FTX가 11월 파산함에 따라 인수는 사실상 무산됐다.
올 1월에는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가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를 인수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바이낸스는 지난해 일본 엔화 거래 지원 거래소 '사쿠라 거래소'를 인수하고 부산광역시와 지역 기반 거래소 설립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스트리미 측은 이에 대해 "확인해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해외 유명 블록체인 업체들이 오래 전부터 한국 시장에 관심을 보인데다 비 블록체인 대기업들까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암호화폐 투자 불경기와는 상관 없이 B2B(기업 간 비즈니스) 시장에선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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