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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제주은행 인뱅 전환 검토…금융지주 인뱅 설립 가시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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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제주은행 인뱅 전환 검토…금융지주 인뱅 설립 가시화되나

그룹 내 '계륵' 제주은행, 인뱅 전환으로 '일석이조' 노려
다른 금융지주들도 인뱅 인가 요구 거세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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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신한금융지주가 제주은행의 인터넷전문은행 전환을 검토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제주은행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

신한금융은 "사실 무근"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인터넷은행 지분 투자에 나서지 않은 신한금융의 고민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제주은행의 인터넷전문은행 전환이 가시화될 경우, 다른 금융지주들도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제주은행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9.72%(3150원) 오른 1만3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제주은행은 16일부터 3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8000원대였던 주가가 최근 크게 올라 1만4000원대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제주은행에 투자자들이 갑자기 몰린 것은 지난 15일 신한금융이 자회사인 제주은행을 인터넷은행으로 전환하고, 두나무가 제주은행 지분 일부를 인수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신한금융과 두나무 모두 해당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신한금융의 제주은행 매각설이 한 두 해 나온 것이 아닌 만큼 시장은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제주은행은 신한금융 계열사 내에서 '계륵' 같은 존재로 취급된다. 주요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신한금융이 신한은행과 제주은행 2개의 은행 계열사를 갖고 있지만 시너지가 나기는커녕 제주은행의 경쟁력은 여타 지방은행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골칫거리로 인식되는 실정이다.

은행 계열사라지만 제주은행의 경우 2금융권 자회사에 해당하는 신한저축은행보다도 순이익이 밀리고 있다. 지난 3분기 누적 기준 신한저축은행은 31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제주은행은 169억8000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초에는 네이버가 제주은행을 인수할 것이란 소문도 돌았다. 당시에도 신한금융은 매각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금융업 진출을 노리는 빅테크 입장에서 제주은행 인수로 은행업 라이선스를 확보할 수 있고 굳이 2개의 은행을 갖고 있을 필요가 없는 신한금융 역시 한 곳을 팔아 다른 사업에 투자할 총탄을 마련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자 제주은행의 주가는 요동쳤다.

하지만 완전 매각보다는 제주은행을 인터넷은행으로 전환해 은행업 라이선스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가닥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신한금융 측은 제주은행 매각설은 부인했지만 이달 초 이사회에서 제주은행을 인터넷은행으로 전환하는 안건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신한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인터넷은행에 지분 투자를 하지 않았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은 KB국민은행, 우리은행을 통해 각각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하나카드를 통해 토스뱅크 지분을 보유 중이다.

신한금융이 제주은행을 인터넷은행으로 전환한다면 은행업 라이선스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고 다른 IT기업의 지분 참여를 이끌어 디지털 역량도 강화할 수 있다. 자회사로 지방은행보다 인터넷은행을 보유시신한은행과의 시너지도 클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금융지주들의 경우 인터넷은행의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어 역할이 제한적이지만 신한금융이 인터넷은행을 자회사로 보유시 다른 계열사와 함께 다양한 전략 수립도 가능해진다.

신한금융이 제주은행의 인터넷은행 전환을 가시화 할 경우, 다른 금융지주들의 인터넷은행 설립 요구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의 인터넷은행 설립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지난해 5월 은행계 금융지주들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금융지주의 인터넷은행 설립을 허용해 달라'고 금융위원회에 요청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현재 영업 중인 인터넷은행의 성장을 지켜본 뒤 추가 설립 여부를 논의하겠다며 사실상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향후 금융당국의 판단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은행업 진출을 허용해, 기존 은행들이 하지 않던 금융서비스를 공급하고 은행업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도입됐다. 이런 가운데 은행계 금융지주들에게 인터넷은행 설립을 허용한다면 이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미 출범한 인터넷은행들이 중금리대출 확대 등 혁신적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금융당국으로선 대형 금융지주들의 인터넷은행 진입을 더 이상 막을 수 없고 허용을 적극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