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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아마존·알파벳·MS, 디지털 화폐 시장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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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아마존·알파벳·MS, 디지털 화폐 시장 뛰어들었다

미국·EU 등 CBDC 발행 추진 땐 빅테크 기업 최대 수혜자 예상

미국 디지털 달러화.  사진=컴퓨터 월드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디지털 달러화. 사진=컴퓨터 월드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각국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발행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디지털 달러화 발행을 결정하면 빅테크 기업들이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종이 화폐를 디지털화한 것이다. 이는 디지털로 거래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비슷하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관리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디지털 화폐는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새로운 지급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또는 벤모, 애플 페이처럼 개인이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달러를 가지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결제할 수 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빅테크와 이보다 규모가 작은 기술 기업들이 글로벌 CBDC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미국 최대 전자 상거래업체 아마존과 디지털 테크놀로지 운영 서비스 컨설팅 업체 액센추어(Accenture) 등은 디지털 화폐 발행을 준비하는 여러 국가 중앙은행과 연구 및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고 배런스가 전했다. 핀테크 기업인 비트(Bitt)는 나이지리아, 이스턴 캐리비안 중앙은행과 CBDC 발행 계약을 체결했다.

MS는 세계 여러 나라와 CBDC 시스템 운영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지난 9월 유럽중앙은행(ECB)이 선정한 디지털 유로화 발행에 대비, 사용자 인터페이스 연구업체 5개 중 하나로 선정됐다.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는 CBDC 발행에 대비하려는 상업은행들을 대상으로 세일즈에 나섰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정부의 소프트웨어 인프라 사업에 참여하면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만약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디지털 화폐를 발행해 운영하는 데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하게 되면 각국 정부가 이들 빅테크 기업에 크게 의존하게 되고, 이들 기업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할 것이라고 배런스가 전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가상 통화, 디지털 지갑, 스마트폰 앱 등 기존의 은행 시스템을 우회하는 결제 수단을 운영한 경험이 없다. 배런스는 “조그만 나라들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려면 기술 기업들과 손을 잡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려면 거대한 클라우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이 매체는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Azure), 알파벳의 구글 클라우드, 아마존 웹서비스(AWS) 등이 각국 중앙은행과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구글은 이미 캐리비안 국가들에 진출했고, 아마존은 CBDC 발행 시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가 있는 이커런시 민트(eCurrency Mint)는 자메이카의 디지털 화폐 발행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소라미추(Soramitsu)는 라오스와 캄보디아의 디지털 화폐 발행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에 따르면 현재 CBDC를 발행하고 있는 국가는 11개국이고, 이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국가는 15개국이며, 개발과 연구 단계에 있는 국가는 72개국이다.

미국은 디지털 달러화 발행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는 디지털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재무부, 법무부, 소비자금융보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여러 정부 부처에 디지털 자산 규제 방안 검토를 지시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들 기관은 암호 화폐가 금융시장, 환경, 혁신 및 경제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9개의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에 백악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디지털 화폐 발행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 “미국이 잠재적 CBDC에 대한 정책과 기술적 작업을 진전시켜 CBDC가 국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면 미국이 이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현시점에서 볼 때 우리의 결제 시스템이 너무 느리고,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는 디지털 달러 화폐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라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미국 의회는 연방준비제도가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와 경쟁할 수 있도록 디지털 달러 화폐를 조기에 발행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초당적으로 마련했다.

미국에서 루나-테라 사태의 영향으로 디지털 화폐의 조기 발행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준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디지털 달러 발행을 추진할지 말지 구체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았었다. 미국 달러화는 국제 금융계에서 확고한 기축통화 자리를 굳히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을 비롯한 미국의 경쟁국들이 디지털로 자국 화폐를 발행했을 때 달러화 위상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