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트너는 지난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개최한 IT 심포지엄·엑스포에서 향후 5년에서 10년 사이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키워드를 최적화·확장성·파이오니어(개척)·지속가능성 등 4가지로 분류해 소개했다.
가트너는 지난해 발표한 '2022년 12대 전략 기술 트렌드'에선 성장 가속·변화 구현·공학적 신뢰 등 3가지 분류를 제시했다. 특히 성장 가속에 있어 중요한 키워드로 '분산형 기업', '총체적 경험(TX)', '자율 시스템', '생성 AI'를 지목했다.
단순 자동화를 넘어 외부 업데이트 없이도 스스로 학습하고 관리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일컬으며 이는 AI와도 어느 정도 연결되는 개념이다. 생성 AI는 기존 데이터·콘텐츠를 학습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낼 수 있는 AI 머신 러닝 기법을 의미한다.
가트너가 올해 지목한 키워드 '적응형 AI'는 지난해 언급한 두 AI 관련 키워드와 연관이 깊다. 적응형 AI란 새로운 데이터 학습, 실시간 피드백 등의 기능을 통해 개발 초기 단계엔 존재하지 않았거나 예측 불가능한 실제 상황에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는 AI 머신 러닝 모델을 뜻한다.
슈퍼앱과 메타버스는 올해 새로이 지정된 키워드다. 가트너는 이번 발표에서 슈퍼앱을 개별 앱을 넘어 다른 개발자가 자체적인 앱을 개발·배포할 수 있는 플랫폼과 생태계의 기능까지 결합된 자체적 기능 집합체로 정의했다.
메타버스에 대해선 '디지털 현실과 물리적 현실을 융합한 가상 3D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또 완전한 메타버스는 특정 기기, 업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NFT(대체불가능토큰) 등을 바탕으로 자체적 가상 경제 구조를 갖춘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란시스 카라모지스 GTP(Gartner for Technical Professionals) 연구 책임자는 "5년 후인 2027년까지 글로벌 대기업 중 40% 이상이 메타버스 기반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며 세계 인구 50% 이상이 '슈퍼앱'을 매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에이터를 위한 생태계란 측면에서 '슈퍼앱'은 여러 메타버스 기업들이 주요 비전으로 내세운 '크리에이터 기반 경제'라는 키워와 연결된다. 대표적으로 '로블록스', '제페토' 등에는 앱 내에서 게임, 콘텐츠를 개발하고 거래하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메타 플랫폼스(메타) 역시 '호라이즌 월드'에 이러한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며 마이크로소프트와 게임개발엔진 '언리얼 엔진' 개발사 에픽 게임즈, '유니티' 개발사 유니티 등도 '게임 개발 민주화', '크리에이터 경제' 등을 사측의 핵심 비전으로 두고 있다.
다만 메타버스의 중요한 부분으로 지목한 NFT 등 블록체인 분야와 메타버스의 결합에 대해 여러 업계 전문가들이 '현실화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코인데스크는 이달 초, 대표적인 메타버스용 블록체인 디센트럴랜드(MANA)와 더 샌드박스(SAND)에서 토큰 거래를 함께 이용하는 일일활성이용자(DAU)가 각각 650명, 522명이라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역시 이달 15일 "메타가 당초 '호라이즌 월드'의 월간활성이용자(MAU)가 50만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실질적으로는 20만명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메타는 당초 '디엠'이란 이름으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가상자산 지갑 '노비'를 선보였으나 각각 올 1월에 매각, 9월에 서비스 중단 수순을 밟았다.
가트너가 메타버스를 중요한 미래 키워드로 지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 초에도 마티 레스닉 가트너 이사가 "향후 5년 안에 세계 모든 기관 중 30% 이상이 메타버스 서비스를 갖출 것이며 이용자 중 25% 이상이 메타버스에서 매일 1시간 이상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카라모지스 GTP 연구 책임자는 "계속되는 경제적 혼란기를 극복하기 위해 IT 분야에선 효율적 운영,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우리가 제시한 키워드들은 조직 탄력성, 운영, 신뢰성 등을 최적화, 보다 신속하게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기회를 개척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