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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산 우라늄, 두산·SK 美 원전 참여 최대 걸림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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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산 우라늄, 두산·SK 美 원전 참여 최대 걸림돌 되나

美 정부, 기업 모두 러시아산 우라늄 이용 원전 건설에 '난색'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해 소형모듈원자로(SMR)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해 소형모듈원자로(SMR)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이 차세대 소형 원전 사업을 추진하는데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미국이 추진하는 SMR 가동에 필요한 고품질 저농축 우라늄(HALEU)을 생산하는 지구상 유일한 국가는 러시아이기에 미국 정부가 시급히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자원 무기화 전략으로 인해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고,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새로운 에너지원 확보 경쟁을 하고 있다. SMR은 전기 출력 300㎿급 이하 차세대 원자로를 뜻한다. 기존 대형 원전인 1000~1400㎿급보다 출력이 작지만, 원자로와 냉각재를 하나의 용기에 설치하기 때문에 건설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적게 든다.

그렇지만, SMR 가동에 필요한 원료인 HALEU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없으면 이 프로젝트가 실제로 성사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우리가 지속할 수 있고, 시장 원리에 따라 HALEU를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유인책을 줄 수 있는 조처를 서둘러 취해야 한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에너지부는 현재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585.6톤의 고농축 우라늄을 어떻게 배분할지 막바지 검토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와 경제계에서는 러시아의 HALEU 독점 문제가 늘 우려 사항이었으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에는 미국 정부와 기업 모두 러시아에 의존해 소형 원전을 건설할 생각이 없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로이터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HALEU를 상업적으로 자체 생산하는 계획을 짜고 있으나 실제로 이를 생산하는데 아무리 빨라도 5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미국 원전 업계에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고 이 통신이 전했다. 원전 건설업체들은 HALEU의 안정적인 공급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10기의 원자로를 지을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HALEU 관련 업체는 원자로 10기로부터 주문이 없는 상태에서 HALEU 생산에 착수할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러시아를 제외하고, 정부로부터 HALEU 생산 허가를 받은 유일한 기업은 미국이 센트러스(Centrus)이다. 미국 정부와 센트러스는 2019년에 비용 분담 계약을 체결했고, 시범 생산 시설을 운영하기로 했다. 센트러스는 올해부터 HALEU를 생산할 예정이었으나 펜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난으로 보관 용기 등을 확보하지 못해 HALEU 생산을 2023년으로 미뤘다. 센트러스가 이 시범 시설을 가동하기 시작해서 연간 13톤의 HALEU를 생생산하는 데 앞으로 5년이 더 걸린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HALEU 13톤은 미국이 2030년까지 가동할 예정인 원전에 필요한 원료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국영 원자력기업의 자회사인 오라노(Orano)HALEU 생산에 5~8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라노는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할 기업이 없는 상태에서는 정부 측에 HALEU 생산 허가 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HALEU 생산 기업에 7억 달러 (약 9989억 원)의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미 정부는 또 지난 9월에 저농축 우라늄과 HALEU의 조기 확보를 위해 추가로 15억 달러의 예산 배정을 요청했다.

러시아는 세계 우라늄의 40% 이상을 농축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농축 우라늄의 20%가량을 러시아에서 조달하고 있다. 미국 내 전기 생산을 위해 가동 중인 93개 원자로에서 사용하는 우라늄의 4분의 1 이상을 러시아가 공급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최신 제재안에서 러시아의 원자력 분야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프랑스는 전력의 67%를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과 EU는 러시아 에너지 분야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면서도 원전 가동에 필요한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수입을 계속하고 있다. 국제 환경 단체 등이 강도 높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으나 대규모 에너지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서방 국가들로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게 급선무이다.

미국에는 뉴멕시코주에 있는 유렌코가 소유한 상업용 우라늄 농축 시설이 유일하게 남아 있다. 유렌코는 영국, 독일, 네덜란드의 컨소시엄이다.

국은 세계 1위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인 로사톰(Rosatom)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으나 이런 제재가 글로벌 전력난을 촉발할 수 있어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로사톰 전 세계 농축 서비스 시장에서 36%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둔 렌코 그룹(Urenco Group)은 30%로 2위이고, 그 뒤를 이어 프랑스의 오라노(Orano)가 14%, 중국 기업이 12%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 정보청에 따르면 미국은 2020년에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우라늄 제품의 16%를 조달했다. 미국에서 러시아는 각각 22%를 공급하는 캐나다와 카자흐스탄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유럽​​연합은 2020년에 러시아에서 20%의 우라늄을 조달했다. 동유럽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러시아제 원자로를 사용하고 있어 핵연료도 러시아산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건설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소형모듈원전 제휴기업인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Holtec International)과 SMR-160의 첫 상용화를 위한 표준모델 상세설계와 사업화에 대한 착수식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현대건설은 기후, 온도, 습도 등 현지 자연환경과 특성을 고려해 소형모듈원전 SMR-160 설치에 필요한 세부 설계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형모듈원전 SMR-160 개발 모델은 160MW급 경수로형 소형모듈원자로이고, 미국 에너지부의 '차세대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 모델로 선정됐다.

미국은 과거 34년 동안 원전 건설을 하지 않아 시공 능력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최근에 원전 건설에는 모두 한국 기업이 참여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는 2024~2032년 동안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에 메가와트시(MWh) 당 15달러 상당의 세액 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신규 원전을 건설하면 설비투자 금액의 30%에 대한 투자 세액 공제도 받을 수 있다. 기존 석탄발전소 부지에 원전을 건설하면 추가 10% 세액 공제를 받는다.

미국에서 노후 원전 수명 연장이나 신규 원전이 발주되면 최대 수혜자로 두산에너빌리티가 거론된다. 2000년대 이후 미국이 신규로 건설했던 원전에는 모두 두산에너빌리티가 참여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서머원전 2, 3호기와 조지아주 보글원전 3·4호기에 원자로를 공급했다.

SK그룹최근 테라파워에 2억 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테라파워는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설립한 차세대 원자로(소듐냉각고속로·SFR) 설계기업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